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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재승인 의혹’ 제목 45%가 검찰, 받아쓰기 보도 되풀이
등록 2023.06.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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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장을 찍어내려는 정권의 전방위적 시도 끝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상혁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습니다. 곧이어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의 장본인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후임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자격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7월 감사원의 방송통신위원회 정기 감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윤석열 정부의 ‘TV조선 재승인 심사점수 의혹’ 제기는 검찰의 세 차례 압수수색, 담당 공무원 및 심사위원장 구속,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및 심사위원 불구속 기소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은 5월 30일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한상혁 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져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면직 사유를 밝혔는데요. 면직의 주요 근거가 된 검찰 수사와 기소를 중심으로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TV조선 재승인 의혹, 검찰·정부·여당 주체 57%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해 감사원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의혹이 있다며 감사 자료를 검찰에 이첩한 2022년 9월 7일부터 2023년 5월 19일까지 ‘한상혁’AND(‘TV조선’)으로 보도를 검색했습니다. 검색된 보도는 총 622건으로, 이중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검찰 기소와 관련 없는 뉴스(2023년 TV조선 종편 재승인·방송통신위원회 업무 평가 등)나 단신 보도, 중복된 뉴스를 123건을 제외한 499건의 뉴스를 분석했습니다.

 

기사 제목을 통해 언론이 어떤 기관의 입장을 주체로 보도했는지 살펴봤는데요. 검찰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쓴 경우 ‘검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입장을 보도한 경우 ‘한상혁’, 정부·여당의 주장이 쓰였으면 ‘정부·여당’, 야당의 입장면 ‘야당’, 법원 결정이 제목에 쓰이면 ‘법원’, 언론사의 입장이 드러난 사설이나 기고는 ‘사설’, 그밖에 방송통신위원회 내부 분위기를 전한 기사나 명확히 행위 주체를 알 수 없는 기사 제목은 ‘기타’로 분류했습니다(기사 제목에 둘 이상의 입장이 쓰인 경우 중복으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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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 보도 기사 제목의 주체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그 결과, 전체 기사의 절반에 가까운 45% 기사 제목의 주체는 검찰이었습니다. 서울신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무실 집 압수수색>(2월 17일 김정화 기자)이나 세계일보 <검찰 “한상혁, TV조선 재승인 기준 넘자 ‘미치겠네’” ‘조작 발단’으로 파악>(5월 15일 김동환 기자)와 같이 검찰의 수사 과정이나 내용을 제목에 적은 기사가 많았는데요. 검찰이 방송통신위원회나 한상혁 위원장과 관련된 행동에 나설 때마다 언론이 보도하다 보니 보도량도 많았습니다.

 

검찰 수사에 힘을 싣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기사 제목으로 등장한 비율도 12%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한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했는데요. 국무회의에 불참을 통보하거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배제하기도 했으며, MBC <감사원·검찰에 이어 국무조정실 감찰까지-방송통신위원회 전방위 압박?>(1월 4일 이지선 기자)에서 알 수 있듯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박 조사까지 했습니다.

 

여당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세계일보 <국힘 한상혁 비굴하다 그래요국감 전쟁터 된 과방위>(2022/10/6 김건호 기자)와 같이 비난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이후에도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대출 의원, 박성중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한상혁 위원장을 비판했습니다. 그 결과,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 관련 기사 제목에서 방통위와 한 위원장을 압박하는 ‘검찰과 정부·여당’의 비율은 절반이 넘는 57%에 달했습니다.

 

기사 제목에 한상혁 위원장 등장 17% 그쳐

반면, 한상혁 위원장이 기사 제목에 등장한 비율은 17%에 불과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던 3월 22일과 구속영장 심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힌 3월 29일을 전후로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요. KBS <‘TV조선 심사 의혹’ 한상혁 위원장 14시간 조사…“위법 지시 안 했다”>(3월 23일 김지숙 기자), YTN <’구속 기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굉장히 억울...공정함 지키려고 최선“>(3월 29일) 등이 해당합니다.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동안이니, 검찰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감안하더라도 검찰이 제목에 등장한 기사가 한 위원장에 비해 2.6배 넘게 많이 보도된 것은 편향적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을 기소하는 검찰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전한 기사는 3%(16건)에 불과했습니다. YTN <민주 “검찰, 한상혁 억지 기소...MB정권 말로 돌아보라”>(5월 2일 이준엽 기자)등이 포함됐는데요. 이중 더불어민주당만을 제목에 뽑은 기사는 6건에 불과했고, 서울경제 <여야 '한상혁 거취' 두고 대립…"물러나야" vs "표적 감사">(2022/10/6 박예나 기자)과 같이 여야 입장을 같이 제목에 적은 기사가 10건이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이 단독으로 제목에 언급된 기사는 24건이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4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준으로 ‘위법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한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vs ‘혐의가 있으니 사퇴하라’는 ‘검찰·정부·여당’도 비교해 봤는데요. ‘한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이 20% 기사 제목에 등장할 때, ‘검찰과 정부·여당’은 57%나 기사의 주체로 등장했습니다. 언론은 2.85배나 검찰과 정부, 여당의 입장을 제목에 더 많이 쓴 것인데요. ‘TV조선 재승인’에 문제가 있다거나 한 위원장을 사퇴시키고자 하는 부정적인 주장은 과도하게 기사화되고, 수사를 받는 당사자나 반대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됐습니다. 한쪽의 의견을 과하게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공정하고 균형 있는 이해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편향된 주장을 여론이라고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지만, 실제 보도에선 큰 차이가 드러난 것입니다.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 검증 없이 받아썼다

SBS, ‘검찰이 주장한 피의사실’ 단독이라 보도

언론에는 검찰이 흘려준 피의사실이 단독이란 이름을 달고 보도됐습니다. 언론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취재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주장을 전하면서 ‘단독’이라고 보도한 것인데요. 언론의 검찰발 쉬운 받아쓰기로 생성되는 보도는 당사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게 돼 신중해야 하지만, 언론은 이번에도 ‘단독’이란 유혹에 넘어가 적극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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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발 내용을 단독이라고 보도한 SBS(3/20)

SBS <단독/“조작 알고 있었다”…검찰, 방송통신위원장 소환 통보>(3월 20일 손기준 기자)는 TV조선이 “1천 점 만점서 650점을 넘게 받아 4년의 재승인 기간을 줘야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성 부문의 과락을 이유로 3년으로 낮췄”으며 당시 회의록엔 방송통신위원회 양 모 국장이 “3년이 타당하다는 법률 검토를 마쳤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BS는 “하지만 법률 검토는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양 국장도 한 위원장의 지시로 재승인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가 단독이라고 보도한 내용은 양 국장이 검찰 조사에서 발언한 내용과 회의록 내용이 불일치하다는 것으로 이 내용은 검찰이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 수사결과 보도자료>에도 ‘허위 공문서 작성’ 범죄사실로 적시했습니다.

 

중점 심사 기준치 미달한 TV조선, 재승인 취소 가능

SBS가 제대로 취재했다면, 검찰의 주장을 단독이라며 받아쓸 것이 아니라, TV조선이 650점을 받았지만, 중점심사 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ㆍ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ㆍ사회ㆍ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기준치의 50%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아 재승인 취소가 가능했다는 사실과 ‘양 국장이 법률 검토를 받지 않은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검찰의 주장은 공소사실이지, 범죄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SBS는 검찰 주장을 그대로 전하며 단독이라고 보도했는데요.

 

반면, 미디어오늘 <“대통령 국정철학 따라 방송통신위원회 운영? 과거 회귀적,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봐라”>(5월 11일 박서연·금준경 기자)는 “4년 재승인을 임의로 정한 혐의도 있는데, 과락이 있으면 조건부 재승인이나 취소”이며 “실제 3년, 4년 재승인 기간을 두고 법률 자문을 받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김현 상임위원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SBS 단독보도와는 정반대되는 내용입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피의사실을 검증 없이 언론이 받아쓰면, 독자는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언론이라면, 일방적인 주장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찾아보려는 충분하고 적극적인 검증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강조하던 조선일보의 내로남불

2019년 3월 8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현직 법관 6명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2019년 3월 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조치인데요. 뉴시스 <‘사법농단 기소’ 법관 6명, 재판서 배제…신속 조치 왜?>(2019/3/8 이혜원 기자)는 “동료 법관에게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재판 업무를 계속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기소 이후 각계에서 제기됐”으며 “재판부와 피고인이 한 건물에서 일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으로 인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고 오는 8월31일까지 사법연구를 맡도록 조치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과거 ‘재판 전 검찰 기소 인정한 무리한 인사’ 비판

당시 조선일보는 ‘사법농단’으로 연루된 판사들이 업무배제 조치된 것을 전하며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부터 취한 것은 부적절하고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검찰 기소 3일만에…대법원, 김경수 구속한 성창호 판사 재판배제>(2019/3/9 양은경·박국희 기자)는 사법연구로 발령을 낸 것은 “재판 업무에서 배제한 것으로 사실상 좌천성 인사”이며 “법원 안팎에선 위헌 소지가 다분한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기소된 법관들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법원장이 먼저 나서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유죄라는 인상을 준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원 스스로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란 익명 변호사의 주장도 전했는데요.

 

조선일보는 헌법 106조를 언급하며 “징계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법연구 발령’이라는 사실상의 징계 조치를 한 것은” “법관 독립을 위한 신분 보장”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재판을 하기도 전에 검찰 기소 내용을 사실상 인정해 무리한 인사를 한 것도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상혁 위원장 면직엔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하지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조선일보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는데요. 조선일보는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다음 날 1면에 <종편 심사 조작 혐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장 면직>(5월 31일 최경운 기자)을 싣고,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 대한 공소장과 청문 자료에 따”라 면직했으며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한상혁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 점수를 넘었다는 보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재판도 하기 전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인 것인데요. 사법농단 판사들과 같이 한상혁 위원장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크다’는 주장은 기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19년엔 검찰의 기소만으로 업무를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유죄의 인상을” 주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의 사안에선 “공정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고 면직이 불가피하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부각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인지. 검찰의 기소를 보도하는 이중적인 조선일보의 내로남불식 태도가 의아할 뿐입니다.

 

검찰발 보도 관행 벗어나야

기자협회보 <검찰 받아쓰기와 게으름>(2월 15일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형상홍보학과 겸임교수)은 검찰 기소장이나 베끼는 것에서 벗어나 재판에 참석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며 현장조사에도 적극적이었던 독일 법조기자 파울 슐레징어의 사례를 언급하며 “언론보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법원 판결문과 증거가 있는 현장에 접근이 용이하며 전문지식을 전할 수 있는 언론이 “무능과 게으름으로 검찰발 받아쓰기”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미디어오늘 <검찰과 언론, ‘정의롭다는 착각’이 초래한 비극>(4월 8일 정철운 기자)은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언론과 권력’ 3차 세미나를 보도했는데요.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오늘날 언론의 모습을 검찰의 “감시·비판보다 동조에 가”깝고, “피의사실공표와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있어 검찰과 언론은 한 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발 보도 관행’에 대해 이서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조교수는 “언론이 검찰에 의해 작업당하는 것”이자 “속도경쟁, ‘아니면 말고’ 관행, 단독 압박 등이 더해지며 핵심에서 벗어난 단순 정보들이 단독을 달고 생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TV조선 재승인 의혹’ 보도와 관련해 언론의 검찰 보도 문제가 또다시 드러났는데요. 국민에겐 검찰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전하는 보도가 아닌 양쪽의 주장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9월 7일~2023년 5월 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빅카인즈에서 한상혁’AND(‘TV조선’) 검색한 관련 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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