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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허위 인터뷰’ 단정한 보도, 검찰 출처가 84%였다
등록 2023.09.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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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탄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 7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비리 사건 주범인 김만배 씨가 허위 인터뷰를 했다며 수사 상황을 흘리고(중앙일보 단독), 9월 1일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전 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언론탄압과 여론몰이가 시작됐습니다.

 

9월 5일 대통령실은 ‘고위 관계자’란 익명을 통해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이라 지목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9월 7일 “국민주권 찬탈 시도”,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 등 극언을 사용하며 날을 세웠습니다. 신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언론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뉴스타파 신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뉴스타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대상이 아님에도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과 조성은 사무처장은 ‘엄중조치’, ‘통신심의에 걸린다’ 등 잘못된 발언을 되풀이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당추천 위원들은 한술 더 떠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보도에 대한 긴급심의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류희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명운을 걸고 철저히 심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입니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를 인용보도한 방송사 중 5곳(KBS·MBC·SBS·JTBC·YTN)만 집어 위법한 긴급심의를 진행하고,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남의 말이나 글을 자신의 말이나 글 속에 끌어 씀’을 뜻하는 ‘인용’은 보도에 빠지기 어려운 간접취재 방식이기도 한데요. 언론이 인용보도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사실확인을 위해 노력했는지, 상대 반론권은 보장했는지, 출처를 명확히 밝혀 투명하게 정보습득 과정을 공개하는지 등일 것입니다. 그럼 검찰 수사로 불거진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해 우리 언론의 인용보도 행태는 어떨까요?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보도, 검찰 출처 84%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를 검색해 10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9개 방송사(3개 지상파·4개 종합편성채널·2개 보도전문채널), 3개 통신사에 올라온 기사를 모니터링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9월 1일 검찰의 신 전 위원 압수수색 당일 나온 49건의 관련 기사 중 41건이 검찰 인용보도였으며, 이중 24건이 김만배 씨나 신 전 위원, 뉴스타파의 반론이나 입장 없이 쓰였습니다. 49건 중 7건은 신 전 위원이 이날 경기 고양시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입장이 나오자 쓰인 기사고, 다른 1건은 뉴스타파가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면서 쓰인 기사입니다. 또한 49건 중 절반 이상인 28건은 제목에 ‘허위 인터뷰(‘혐의’ 단어 포함)’라고 적시했습니다. 인터뷰가 ‘허위’라는 것은 검찰의 주장임에도 그대로 제목에 쓴 것입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뉴스타파를 인용보도한 방송사 5곳에 대한 긴급심의에서 방송사 의견진술을 결정하면서 “뉴스 전문에서 녹취록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사 제목에 ‘허위 인터뷰’라고 단정지어 표현하거나 본문에 허위 인터뷰라는 검찰의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언급 역시 하나도 없는 기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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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개 언론사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관련 기사 출처(9/1) ⓒ민주언론시민연합

 

문화일보·매경·한경, 반론 없는 기사만 썼다

이날 검찰 주장을 인용보도하면서 반론을 싣지 않은 기사가 하나라도 있는 곳은 종합일간지 문화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 경제일간지 매일경제·한국경제, 방송사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YTN, 통신사 연합뉴스·뉴스1·뉴시스입니다. 반대로 검찰 주장 인용보도를 하면서 반론을 실은 기사가 하나라도 있는 언론은 종합일간지 경향신문·동아일보·중앙일보·세계일보·한겨레·한국일보, 방송사 KBS·MBC·SBS·MBN·연합뉴스TV, 통신사 연합뉴스·뉴스1입니다.

 

또한 ‘허위’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로 검색 시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나 관련 기사에서 반론을 실은 곳은 JTBC·YTN 두 곳이고, 신 전 위원과 뉴스타파의 입장을 다룬 별개 보도를 내보낸 곳은 조선일보, TV조선·채널A, 연합뉴스·뉴스1·뉴시스가 있습니다. 반론 없는 기사만 쓴 곳은 문화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입니다.

 

결국 취재원이 누구든 일단 인용보도부터 하는 게 한국 언론의 보도관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속보’로 뜬 경우 일단 인터넷기사 버전으로 기사를 작성한 후 1보·2보·3보·종합의 순으로 추가취재를 통해 기사를 완성하는 시스템입니다. 아예 반론이나 추가취재 없이 보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검찰발 인용보도는 어느 언론을 막론하고 대부분 동일했습니다.

 

검찰·이동관·국민의힘 출처 100건 중 65건 반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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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개 언론사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관련 기사 출처(9/1~4) ⓒ민주언론시민연합


검찰이 신 전 위원을 압수수색한 9월 1일부터 이후 첫 평일인 9월 4일까지 같은 조건의 기사를 모니터링하여 출처를 분석했습니다. 라디오·대담 등을 제외하고 총 110건 기사 중 검찰의 수사상황을 출처로 하는 기사가 6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발언을 출처로 한 기사가 2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9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뉴스타파 건에 대해 “중대범죄 행위”, “국기문란 행위”라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여파입니다. 이어 출처가 국민의힘 11건(이중 장제원 5건), 신학림 7건, 뉴스타파 1건, MBC노동조합 제3노조 1건, 불명 1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과 정부여당이 김만배 씨 인터뷰를 ‘허위’로 지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출처로 한 기사가 많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허위 인터뷰 당사자로 지목 당한 김만배 씨, 이를 인터뷰한 신학림 전 위원, 인터뷰 녹취를 보도한 뉴스타파의 반론을 실은 기사는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검찰, 이동관, 국민의힘을 출처로 한 기사 100건 중 65건은 반론 없이 쓰였습니다.

 

한국 언론보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는 관행이 ‘취재와 검증 없는 받아쓰기’입니다. 이는 출처를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언론은 국회나 정부 등에서 나온 정치인·관료 발언의 경우 추가취재나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빠르게 기사화합니다. 이런 관행으로 9월 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발언은 다수 기사화 되었는데, 그렇게 나온 23건 기사 중 김만배·신학림·뉴스타파 입장을 실은 기사는 겨우 3건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0건은 ‘중대범죄 국기문란 행위’라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발언만 그대로 실었습니다. 지금 언론이 먼저 할 일은 무분별한 받아쓰기와 속보 경쟁을 벗어나 사실확인부터 취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언론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9월 1일~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로 검색된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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