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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법 거부, 검증·비판 없이 앵무새 역할만
등록 2024.05.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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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은폐‧외압 의혹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채 상병 특검법’에 5월 21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0번째로 이승만 전 대통령(45회) 다음으로 많고 민주화 이후 최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5월 2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5월 21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다음 날인 5월 22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MBC “야당 특검 후보 추천권, 과거 특검도 동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밝힌 윤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이유는 △야당 단독 처리로 여야 합의 관행 파괴 △야당의 특검 후보 추천권 독점으로 대통령 인사권 침해 △공수처‧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 △언론 브리핑 공식화로 인한 피의사실 공표 우려 등입니다.

 

MBC는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특검에 무슨 ‘위헌’ 있기에>(5월 21일 조희원 기자)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겨눴던 내곡동 특검, 박근혜 정부 때 최서원 국정농단 특검, 문재인 정부 때 드루킹 특검 모두 야당이 후보 추천권을 가져갔다”며 야당의 특검 후보 추천권 독점이 채 상병 특검법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서원 씨가 야당의 특검 후보 추천권 독점을 문제 삼아 위헌소송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이해충돌 상황이 생기면 특검 도입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합헌 결정을 한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이어 “내곡동 특검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여당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추천권을 야당에 주더라도 여야 합의가 있었다”는 법무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혹만 무성할 때 대장동 특검을 하자고 했던 건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수사도 시작 전에 특검법 도입을 추진한 적은 없다”는 정부‧여당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습니다. “(여당은) 특검 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조항도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검법에도 똑같이 언론 브리핑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BC‧JTBC와 경향‧동아‧한겨레, 대통령실 입장 반박

JTBC도 <팩트체크/수사 도중 특검도입 전례 없다?>(5월 21일 박병현 기자)에서 “(법무부는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 있다는 게)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했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건과 2018년 드루킹 댓글 사건 때도 야당 추천만으로 특검이 임명”됐고 “헌법재판소는 국정농단 특검에 대해 ‘특검 추천권 부여는 국회의 입법재량’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2007년 BBK 특검은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발의했지만 한나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결국 한나라당이 표결에 불참한 채 법안이 통과”됐다며 법무부가 문제 삼은 ‘여야 합의 부재’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국정농단이나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15번의 특검 중 10번이 수사 중일 때” 도입됐다며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중에 특검을 한 전례가 없다”는 법무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 거부, 국민과 맞서는 권력사유화다>(5월 22일)에서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14건의 특검법 중에 대북송금(2003년)·BBK(2007년)·세월호(2020년) 특검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특검수사에 참여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다며, 대통령실이 특검법 거부 이유로 밝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과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수사중 특검 불가? 윤 대통령 팀장 맡은 최순실 특검 있었다>(5월 22일 이승준‧엄지원 기자)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검법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여러 특검법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동아일보도 <법무부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 독점” 야 “드루킹때 전례 있어”>(5월 22일 유채연‧박종민 기자)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 중 ‘특검 후보 추천권의 민주당 독점’에 대해 과거 사례를 들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습니다.

 

대통령실 입장 적극 동조한 언론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는 과거 특검법 사례만 찾아보더라도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이지만,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한 검증 보도는 MBC, JTBC와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를 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방송의 경우 MBC와 JTBC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들은 대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유 △야당의 규탄과 여당의 옹호를 비롯한 여야공방 △재표결을 앞둔 여야의 표계산과 여당의 표단속 등의 순서로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를 검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대통령실 주장을 반복하여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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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5/21)‧신문 지면(5/22)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유’ 검증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MBC‧JTBC를 제외한 방송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를 검증하지 않고 보도하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에 소극적으로 동조했다면, 경향신문‧동아일보‧한겨레를 제외한 신문은 거부권 행사 이유를 검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입장에 더 적극 동조했습니다.

 

조선일보 “야당의 특검 추천, 공정수사 안중에 없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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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유 적극 동조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5/22)

 

조선일보는 <사설/민주당 특검안 법리 안 맞지만, 국민이 의문 가진 것도 사실>(5월 22일)에서 “(정부‧여당이) 법리만 앞세워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특검은 검경 등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될 때 보완적으로 하는 게 원칙”이고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재의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나 2018년 드루킹 댓글 사건을 비롯해 15번의 특검 중 10번이 수사 중일 때 도입된 사실을 외면하고,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중에 특검을 한 전례가 없다는 정부‧여당 주장을 반복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특히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갖는다는 것은 공정 수사는 안중에 없다는 뜻”이라며 “특검은 여야가 함께 추천하거나 대한변협 등 제3자가 하는 것이 관례”라는 주장도 덧붙였는데요. 국정농단과 드루킹 사건도 야당 추천만으로 특검이 임명됐습니다. 게다가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대한변협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중 2명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후보 중 2명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가 추천하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이 채 상병 특검법에서 명시한 수사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여당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으로 “여당이 추천권자가 될 경우 특검 도입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었다”며 국정농단 특검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채 상병 사건, 일단 공수처 수사부터 지켜봐야>(5월 22일), 매일경제 <사설/거야 폭주에 거부권 반복, 정쟁으로 끝나는 21대 국회>(5월 22일)도 조선일보와 비슷한 주장을 내며 대통령실 입장에 동조했습니다. 특히 한국경제는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하지 않는 게 법치 훼손이다>(5월 22일)에서 야당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선동하고 있다”며 “‘정서법’에 기대어 복잡한 법리에 어두운 일반인을 현혹하려는 저의”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를 충실히 전했을 뿐 검증하지는 않았는데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를 검증하지 않고 일방 전달하며 동조까지 하는 보도태도는 대통령실 주장을 반복‧강화하여 채 상병 특검법 취지를 왜곡할 우려가 큽니다.

 

한국경제 “거부권 행사하지 않는 게 법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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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위헌 소지 지적한 MBC(5/21)

 

MBC는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특검에 무슨 ‘위헌’ 있기에>(5월 21일 조희원 기자)에서 역대 대통령 사례를 살펴본 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채상병 특검법 등 본인이나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특검법을 연거푸 거부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의혹 규명’ 막아선 대통령…“사법 방해”>(5월 21일 나세웅 기자)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연루 의혹을 수사할 특검을 막았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JTBC도 <국회 돌려보낸 ‘채상병 특검법’>(5월 21일 김태영 기자)에서 “(윤 대통령은) 가족에 이어 자신과 대통령실을 겨냥한 특검을 거부한 대통령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야 “특검 거부로 범인 자백” 규탄>(5월 22일 박용하‧이유진‧신주영 기자)에서 “대통령이 본인이나 가족, 측근을 보호하려는 사적 이익이 거부권 행사의 실질적 배경이 됐다”며 “위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한겨레는 <‘수사 외압 의혹’ 정권 치명타 우려했나…야 “방탄 거부권”>(5월 22일 이우연‧장나래‧강재구 기자)에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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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5/21)‧신문 지면(5/22)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위헌 소지’ 보도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MBC와 JTBC,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 본인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특검법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비판했지만 다른 언론은 이를 짚지 않고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치부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사설/민주당 특검안 법리 안 맞지만, 국민이 의문 가진 것도 사실>(5월 22일)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면서도 거부권 행사의 위헌 소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경제는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하지 않는 게 법치 훼손이다>(5월 22일)에서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엔 탄핵소추 사유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돼 있는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 행사가 대체 어떤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는 건가”라고 따졌습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5월 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5월 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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