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호][회원인터뷰]‘낙인찍기’로 시작하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통제, 마구잡이로 보이지만 정교한 전략 있다
등록 2023.07.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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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이사

 

김경실(미디어위원회 위원) 이용성 이사님은 주로 정책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현재 정책자문(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민언련 회원이 되었나요?


이용성 대학생 때 <말>지를 보고 있었는데, <말>지의 <보도지침 특별호>가 나왔을 때는 민언련에서 하는 보도지침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책과 잡지에서만 보던 분들을 직접 만나니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박사과정 중에 최영묵 선배의 권유로 <말>에 미국의 대학언론과 관련된 글을 기고했습니다. 민언련 회원이 된 것은 2002년 대선 때 언론감시운동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되어 그 다음 해에 가입했습니다.


민언련에서 개혁을 주도한 언론정책


김경실 그동안 정책위원회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을 텐데, 사실 회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아요. 민언련이 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언론정책이나 언론법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용성 2004~2005년에 신문법 입법 운동할 때 많은 분과 함께 민언련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기억납니다. 2005년 보수언론에서 신문법 위헌 소송을 하자 이를 방어하는 데도 참여했습니다. 당시 신문시장 점유율 규제라고 특정 언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 세 신문사(조중동)가 시장의 60% 이상, 한 신문사가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임의 규정으로 신문의 편집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2006년 헌법재판소가 일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당시 민언련 정책위원들이 다른 단체에서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며 연대체를 만들어 활동했고, 함께 신문법의 핵심적인 부분을 지켜낸 점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정책위원회가 해온 활동과 여러 성과가 있는데 모두 이야기할 순 없고 따로 정리를 해서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경실 민언련에 정책위원회와 정책자문위원회가 있는데요. 두 위원회의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용성 미디어 환경과 흐름의 변화에 따라 정책위원회를 이원화했습니다. 정책위원회에서는 정책 현안보다는 올해 민언련이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를 주로 다룹니다. 예를 들어 혐오차별 관련된 문제나 시민과 언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실질적 방안 같은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책자문위원회는 정책위원회에 오래 참여한 분들과 현업에서 정책 감각이 있는 연륜 있는 분들 중심으로 미디어와 언론정세를 분석하고 긴급 현안을 논의하며 중요한 정책적 판단을 하고자 합니다.


보수신문 영향력 줄지 않았다


김경실 지역언론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요?


이용성 사회적으로 적극 지원이 필요한 가치가 있는 영역에 관심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지역이죠. 2005년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역에도 권력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건강한 미디어가 많이 있는데,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법적으로 지역미디어 지원 제도가 아주 미비한 상태에서 지난 2020년에 충청남도 지역미디어 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통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참여정부 때 지역미디어 지원 제도를 만들었지만, 지금도 지역미디어는 굉장히 힘듭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하는 매체를 보면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지역미디어가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낸 콘텐츠를 보면서 마음의 정화가 되기도 하고요. 다행히 인쇄미디어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대다수 신문 발행부수가 감소하는 동안 지역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주간 지역신문은 구독이 유지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김경실 최근 언론의 영향력이 유튜브나 온라인 매체로 옮겨가면서 신문을 통한 언론운동은 점점 기반을 잃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신문매체의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용성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요즘 신문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그런데 신문산업이 전반적으로 사양화되고 영향력도 떨어지는 것 같지만, 일부 보수매체의 영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김경실 요즘은 신문이 방송과 유튜브 등 영상매체에 근거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용성 신문·방송 겸영금지 제도가 해체되면서 신문이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게 됐을 때, 신문에서 방송으로 영향력이 전이되는 걸 제일 우려했어요. 보수언론은 기사를 종편이나 유튜브에 맞게 콘텐츠를 재가공해 내보내면서 일정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진보·개혁성향 신문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미디어를 적극 소비하는 시민층 성향이 변하는 동안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윤리적인 문제 또는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특히 건설자본이 신문사를 인수하고 있는 것은 큰 우려가 됩니다. 이미 건설사가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도 꽤 되는데 말이죠. 최근 자유로운 투자를 통해 미디어 산업을 키울 수 있다면서 지상파 방송을 포함해 미디어의 소유규제를 풀고 새로운 자본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미디어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은 건설자본밖에 없습니다. 이미 전국 일간지를 인수한 건설사도 있고 대주주가 된 건설사도 있어요. 그 언론사에서는 편집권 침해 등 상당히 우려스런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정교한 언론통제


김경실 최근 건설노조를 악의 축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신문을 인수한 건설사들이 여론을 형성해서 노조를 약화하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용성 지금 윤석열 정권의 언론통제는 시민단체 또는 노조에 부패하다거나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낙인을 찍고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언론통제를 시도했을 때 방해되는 세력에 혐오나 차별 기제를 동원하고 압수수색이나 수사를 과도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냥 막 밀어붙이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전략이 있다고 보여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무력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낙인을 찍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해요. 그 다음에 전체가 아닌 일부 언론을 그룹 지어서 배제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데, 꽤 잘 세운 계획처
럼 보입니다.


김경실 마구잡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으로 보인다는 거죠?


이용성 굉장히 정교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내세워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 지지단체들도 조직화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언론개혁을 주도한 곳이 진보개혁진영이라면 이제 보수진영에서도 민언련과 같은 언론감시· 모니터 단체도 만들고 언론현업단체도 따라 만들고 있어요.


시민참여형 TBS 주민조례


김경실 시민이 주도하는 TBS 주민조례안을 만드는 것도 주도하셨는데요. 핵심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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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지금 민언련에서 주도하는 TBS 주민조례 발안운동은 서울시 주민 2만 5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조례안을 제출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반드시 심의해야 하는 서울시 의회 의안으로 들어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조례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심의를 반드시 거치게 되고 수리된 주민조례는 1년 이내 본회의에서 의결하게 됩니다. 이번에 민언련이 제안한 ‘TBS 주민조례안’의 핵심은 △TBS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시민참여 확대 △편성위원회 설치와 편성규약 제정으로 편성권 침해 방지 △시청자위원회 역할과 방송 공영성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 방송 관련 조례 중 제일 선진적인 안입니다.


김경실 올해 꼭 추진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다면요?


이용성 계도지 문제를 개선해 보고 싶어요. 계도지는 주민 홍보지, 시책 홍보지라고 불리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통장·반장·이장 등에게 지급할 신문구독료를 대신 납부해 주는 제도입니다. 군사정권 시절 정부 시책을 주민들에게 전달해 계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고 ‘관언유착’으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김경실 계도지가 여전히 문제인 거군요?


이용성 네. 2012년에 계도지 문제를 들었을 때는 민언련에 다른 의제들이 많다 보니 부담이 돼서 일을 진행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계도지 폐지 운동을 통해서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남아 있습니다. 2022년 예산이 116억에 달할 정도로 엄청 큽니다. 100억이 넘는 예산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 언론 매체에 쓰이는 게 아니다보니 해마다 문제 제기가 되어 왔어요. 올해는 서울시 미디어 관련 중요한 과제로 ‘계도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축구, 스포츠 산업과 미디어


김경실 평소 어떤 방송을 즐겨 보는지 궁금합니다.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 외에 OTT로 챙겨보는 예능이나 드라마가 있나요?

 

이용성 OTT에서 다큐멘터리를 즐겨 봅니다. 최근엔 다른 나라의 독재정권, 인권침해 문제의 진실을 확인해 가는 다큐멘터리를 좀 봤고요.


김경실 골치 아픈 것을 보시네요(웃음).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는 어떤 콘텐츠를 보세요?


이용성 주로 축구 경기를 봅니다. 국내 K리그부터 유럽리그까지 다양하게 보고요. 관련된 영상 자료도 찾아봅니다. 경기도 경기지만 감독의 전략 전술에도 관심 있어요. 스포츠도 산업이면서 미디어와 연관성이 굉장히 깊어요. 요즘 젊은 세대를 지배하는 것이 게임이다 보니 스포츠산업도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거든요. 프로 스포츠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언론만큼이나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큰 사건도 있었고 그런 것을 살펴보면서 배우고 있죠.


김경실 스포츠도 그냥 즐기는 게 아니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사회와 연결해서 고민하시네요.


이용성 언론과 다르게 스포츠는 산업의 생존이 수익성과 관련되고 대중적 이슈가 되거든요. 특별히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기보다는 스포츠 산업을 바라보면서 미디어에 대입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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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실 편안한 대화나 이슈를 공유하기 위해 찾아본 드라마같은 건 없으세요?


이용성 뭐든 5~10분 정도 보고 집중이 안 되면 넘기다 보니 취향이 불분명할 정도로 다양하게 보는 편이에요.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와 유튜브에서 짧은 영상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봤는데, 우리 드라마가 마음의 위안을 주고 따뜻한 안식처 같은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좋다고 알려진 해외 영화나 드라마는 5~10분 이상 보기가 어려운데, 우리 콘텐츠의 강점을 새로 봤어요.


김경실 네. 앞으로도 민언련이 중요한 정책적 판단을 해야할 때 빛나는 역할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인터뷰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경실 위원
정리 김경실 위원 · 서혜경 활동가
사진‧동영상 이병국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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