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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비평공모-특별상] 내겐 너무 부러운 ‘시사투나잇’
등록 2013.09.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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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체가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시민비평 공모 -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에 참여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현 정부들어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공모에 48편의 글이 들어왔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중 8편을 선정했고, 그 수상작을 싣습니다.


[가작] 내겐 너무 부러운 ‘시사투나잇'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9월 8일 방송분’ / 미야모토 슈이치로

▲ <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한국에 온 지 3년 됐다. 당연한 이야길 수도 있지만 '왜 한국에 왔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물론 앞으로도 많이 받을 것이고…. 사실 오기 전부터 예상은 했었는데 이렇게 많을 줄은 몰았다. 갑자기 일본에 사는 외국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 역시도 일본에 있을 때 생각 없이 물어봤었을 것이다. '왜 왔냐'고.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질문을 기대했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누구도 안 물어보면 자기 소개할 때 말한다.

"저는 한국에 참 언론을 배우러 왔어요. 일본과 비교했을 때, 아니 아시아를 봐도 한국의 언론 그리고 그 성립과정은 아시아의 기적이에요. 그것을 가진 여러분이 너무 부럽지 뭐예요. 그래서 왔어요!"

그리고 <한겨레>를 탄생시킨 여러분들은 <오마이뉴스>와 <시사IN>까지 만들고 지금은 KBS, MBC, YTN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방송은 국민을 위한 공공의 산물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지키려고 한다. 그것은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왜 사람들이 방송을 지키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방송은 국민을 위한 공공의 산물이고 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게 내용이 좋다는 것이고, 내용이 좋다는 것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을 포함한 어느 이익집단에서부터도 독립돼 있고, 가능한 한 소수자(숫자가 아닌 '힘'에 있어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KBS나 EBS가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MBC나 YTN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이다. 내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은 언제부터 우리는 남과 경쟁만 하면서 살게 됐느냐는 것이다. 왜 남에게 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남을 밀어내면서까지 이기려고 하는가.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가. 우리에겐 함께 살아갈 길이 없는 것인가.

9월 8일 프로그램에서 <시사투나잇>은 그동안 계속해온 비정규직 문제를 다시 던졌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라는 앵커의 멘트에서 시작한 이날 특집은 지난 12월에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주식회사 도루코 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취재한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문구·주방용 칼 등을 생산하는 도루코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해고를 당했다. 한 때 36명이던 조합원은 회사 측 압박에 10명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시사투나잇>은 그들이 왜 해고자가 됐는지 그 배경부터 정중히 전한다. 지방노동위원회가 회사 측이 부당해고를 했다는 판결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1년 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 왔고 조금 불합리함을 개선해보자고 노조를 만들었는데 해고자가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우리 해고자들 마음이 진짜 많이 다쳤거든요. 우리 해고자끼리 울기도 했어요."

매일 아침부터 공장 앞에 나와 해고 철회를 호소한 한 해고자의 현재 심정을 이렇게 전하는 것부터 프로그램은 시작했다. 또 <시사투나잇>은 하루에 10시간 넘는 공장일의 현상을 취재했다. 커터 한 개에 4.5원씩 월 3백만개를 만들어야 월급 130만원을 받고, 3백만개를 만들려면 월 300시간을 일해야 하고, 그래서 금요일은 거의 24시간 일해야 한다는 한 해고자의 말을 전하면서 노조를 만들어야만 했던 배경을 설명한다.

이 특집은 전체적으로 알기 쉽게 작년 10월에 노조를 만들어 12월에 해고를 당한 것부터 시간순으로 구성했다. 지난 6월 '회사가 부당해고를 했다'는 판결을 낸 지방노동위원회 근로감독관과 해고한 공장 관계자 그리고 본사 담당자를 인터뷰해 서로의 입장을 제시한다. 특히 본사 담당자의 인터뷰에서 <시사투나잇>은 핵심적인 말을 잡는다. 본사가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고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해고자에 대해 "우리와 무관한 일이다"라는 본사 담당자의 말을 전한다.

나는 이 말보다 더 사람에 상처주는 말을 알지 못한다. 정규직 문제 등 부조리의 핵심은 우리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논리가 통하고 힘이 없기에 당한 사람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언론의 핵심적인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옛날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이 취재를 받아 앵커는 "도루코 외에도 KTX, 기륭전자 등 1년 이상 장기 파업하고 있는 사업체가 무려 30개소를 넘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 정부는 단 한 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무관심이 그들을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정리했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하루 앞둔 날이었기에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 특히 반대하는 입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방송을 마쳤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잘 보이지 않은 문제들을 담는다. 다시 말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문제들을 제기하고 우리의 무관심을 질타한다. <시사투나잇>은 사회의 소수자(숫자가 아닌 '힘'에 있어서)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언론으로써 기본적인 일을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배금주의가 만연한 일본에서 온 내게도 <시사투나잇>은 항상 의문을 던지고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새벽 12시 집에서 <시사투나잇>을 볼 때마다 등허리가 든다. 화면에 집중하고 생각하고, 어떨 때는 '더 세게 물어봐야지"라고 한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계속 <시사투나잇>을 보아왔으니 나 역시 여러분처럼 방송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시사투나잇>은 광고수입도 잘 붙고 제작비도 별로 들지 않는, 말하자면 특급 우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질 리가 없겠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