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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송민순 쪽지’,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채워진 조중동 지면21일 조중동 지면에는 ‘주적타령’부터 ‘송민순 쪽지’까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공세가 넘쳐났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종북몰이 의제화에 나선 것이지요.
1. 오늘의 유감 선거 보도 ① ‘그래도 북한은 주적’ 억지 부리는 조중동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유승민 후보의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는 사상 검증성 질문이 반복적으로 회자될 가치가 있을까요? 심지어 ‘주적’이라는 표현은 이미 10년도 더 전에 국방백서에서도 사라진 표현인데요. 유승민 후보가 토론회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문 후보에게 안보관 공세를 펼쳤음을 지적하는 맥락이 아니라면 토론회가 이틀이나 지난 시점에 굳이 이 사안을 주요하게 다룰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은 21일 모든 신문에서 많이 다뤄졌습니다. 다만 보도의 온도차는 달랐는데요. 경향과 한겨레, 중앙은 거의 대부분이 ‘주적 논란’을 비판하는 보도였습니다.
△ ‘북한 주적 공방’을 다룬 6개 신문 보도량(4/21)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를 비롯해 7건의 기사에서 ‘주적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주적논란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대선판에 떠오른 ‘주적’ 논란>(4/21 황대진 기자 https://goo.gl/8j2KCq)에서 ‘대선판에서 주적 논란이 떠오르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드러내거나, <주적 표현, 2004년 사라졌다가 2010년 적으로>(4/21 이용수 기자 https://goo.gl/QzRG0I), <사설/‘북=주적, 말 않는 문’ ‘햇볕 계승 여부 얼버무린 안’>(4/21 https://goo.gl/w0ibjT) 등에서 ‘주적이라는 말이 국방백서에는 없지만 그래도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맞으니 문재인 후보의 답변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억지 공세를 쏟아냈습니다. 또한 <박정훈 칼럼/김정은의 선량함을 믿는 ‘햇볕 낙관주의’>(4/21 박정훈 논설위원 https://goo.gl/wgqpNz)에서는 “북한을 주적이라 하면 대화가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북한이 깡패 짓을 계속하는데 지금 정상회담을 거론할 때일까”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4건 내놓은 동아일보도 주적 공방의 문제점은 단 한 번도 짚지 않았는데요. <사설/북을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4/21 https://goo.gl/Ld1Tj4)에서는 조선일보처럼 ‘북은 사실상 주적이니 문재인이 잘못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고요. <안철수 “대치국면서 북은 주적”… 문재인과 차별화>(4/21 유근형·송찬욱·손효주 기자 https://goo.gl/2wOxxf)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다른 대답을 한 안철수 후보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TV토론으로 본 양강의 급소…문은 주적, 안은 햇볕정책>(4/21 이소아 기자 https://goo.gl/fQtnbC)에서 ‘주적’ 논쟁을 문재인 후보의 ‘급소’로 만들고픈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강찬호의 시시각각/문재인이 보수의 마음을 사려면>(4/21 강찬호 논설위원 https://goo.gl/DAK1qV)에서는 “문재인이 군 통수권자가 되겠다면 적어도 ‘군사적으로 북한은 적’이라 분명히 말했어야 한다. 그런 다음 ‘동시에 대화 상대’라 덧붙였으면 끝날 일”이라고 꾸짖었습니다. 이어 “문재인이 나라 안보를 걱정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안보관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순진한 측면이 많다. 국민은 베레모 사진에 앞서 북한과 안보에 대한 문재인의 근본거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적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사실상 적이 맞다’는 논리는 중앙일보 <사설/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 이다>(4/21 https://goo.gl/cgHcX7)에서도 반복됩니다. 다만 중앙일보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와는 지적의 ‘포인트’가 조금 달랐는데요. “문 후보가 주적 개념에 모호한 답변을 한 이유”는 “북한은 우리의 적대 세력이기도 하지만 대화의 대상이기도 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다시 “대선후보들은 이런 북한의 양면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가 이런 문제에 말을 안 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이 사설을 ‘주적 논란에 비판적 입장을 표현한 기사’로 분류했습니다. 그 이유는 중앙일보가 사설 마지막에 “다른 후보들이 정치 장사를 위해 무리하게 윽박지르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색깔론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두 문장을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날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일제히 ‘주적론’에 대해 ‘폐기된’(경향), ‘퇴행적’(한겨레), ‘해묵은’(한국) 등의 표현을 덧붙이며,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색깔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2. 오늘의 유감 선거 보도 ② ‘송민순 회고록’에 다시 한 번 불 지펴보는 중앙
이 ‘주적 띄우기’ 보도와 함께, 색깔론 보도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한 것은 중앙일보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인터뷰 보도입니다. 중앙일보가 이날 지면에 내놓은 <송민순, 회고록에 나온 ‘쪽지’ 공개>(4/21 남정호 이영종 기자 https://goo.gl/dwj0pV), <“문재인, 이처럼 증거 있는데도 계속 부인”>(4/21 https://goo.gl/e3pmvE) 이 두 건의 단독 보도에는, 송 전 장관이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문건’과, 송 전 장관 본인이 회고록에서 언급했던 ‘송 전 장관 본인이 쓴 쪽지’, 그의 인터뷰 발언 등이 담겨있습니다.
기사 속 송 전 장관의 주장은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에 물어본 뒤 기권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북한에 반응을 알아보자’고 말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속 주장은 모두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국정원이 북한에 (의견을) 직접 물어봤다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해외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봤다”는 문재인 후보의 주장은 ‘거짓말’이란 것이고요. 송 전 장관은 “문건 공개 배경”을 묻는 중앙일보 측 질문에 대해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문 후보가 대선 토론 등에 나와 계속 부인만 하니 어쩌겠는가”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송민순 전 장관의 ‘내 회고록은 맞고 문재인 후보는 틀렸다’는 주장을 단독 보도한 중앙(4/21)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송민순 회고록 속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가 당시 남북관계와 노무현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기본적 입장,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지닌 문제점과 여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상황 등을 모조리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만을 취사선택하여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송 전 장관은 위의 기사에서 “북한에 물어보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나”는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대북정책의 기초는 국내 여론 통합이다. 이런 일로 그쪽 뜻을 물어보면 북한에 칼자루를 쥐어주고 우리가 칼끝을 쥐는 셈이 된다. 이래서는 제대로 정책을 펼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기 전인 2007년 11월 28일 안보장관 회의에서, 외교부 장관인 자신의 독단으로 유엔 남북 대표부와 접촉해, ‘한국이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더라도 북측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황을 전한 인물입니다. 이는 본인이 회고록에서 밝힌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당시는 10·4 합의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권 결의를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려는 유엔의 행보에, 한국 정부가 ‘동의 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부로서는 당연히 ‘송민순 장관이 전달하는 북한 입장’이 아닌 ‘좀 더 신빙성 있는’ 북한 측 입장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이에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은 남북 채널을 통해 북측의 입장을 확인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고,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도 이를 수용한 것이지요. 사실이 이런데 ‘북한의 의중을 물어봤다, 허락을 받았다’를 따져가며, 이것이 마치 무슨 대단한 종북 행위라도 되는 양 떠드는 것은 매우 우스운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송 전 장관은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반복하며, ‘대단한 증거’라도 되는 양 ‘북한의 입장을 정리한 청와대 문건’과 당시 자신의 ‘넋두리’를 적어둔 수첩 메모의 일부분을 중앙일보에 전달한 것인데요. 중앙일보는 이를 1면과 5면에 걸쳐 대서특필 한 것이죠.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기사가 보여주는 것은 노무현 정권이 ‘종북 정권’이었다는 것도, 문재인 후보가 그런 ‘종북 행보’했다는 것도 아닌, 중앙일보가 해묵은 색깔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네요.
3. 오늘의 유감 선거 보도 ③ ‘전쟁 안 된다’는 나약한 말로 국민 속이지 말라는 조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 와중 조선일보는 국민들을 향해서는 ‘전쟁을 감수하는 희생정신’을 대선 주자들에게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강요하는 내부 필진 칼럼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20일에는 양상훈 주필이 <양상훈 칼럼/당파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에서 “국민의 피 흘릴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더니 21일에는 김태훈 여론독자부장이 <태평로/한미 동맹 뒤에서 무장해제 된 대한민국>(4/21 https://goo.gl/cVs6g0)을 통해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의 나약함’을 다그쳤습니다. 김 부장의 논리는 이런 식입니다. 1940년 프랑스가 독일군에 함락된 그 이유는 프랑스인들이 “언젠가 파국이 닥칠 것을 알고도 ‘전쟁만은 안 된다’고 외쳤”기 때문이며, 동시에 정부 지도자들이 “‘전쟁은 청년을 너무 많이 희생시킨다’는 말로 싸우기 싫어하는 국민의 환심이나” 사려고 했기 때문인데,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건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한·미 동맹의 마지노선 뒤에서 지난겨울 탄핵의 촛불을 들었고 봄에는 꽃구경을 다녔”다는 것이지요. 이 칼럼은 “북핵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날, 동맹을 방패 삼아 우리가 누려온 자유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이 (독일의 침공을 받은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대선 후보들도 ‘전쟁만은 안 된다’는 나약한 말로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데요. 아무리 봐도 조선일보가 걱정하는 건 전쟁이 아니라 선거인 것 같습니다.
4. 오늘의 미보도
■ 세월호 선체서 휴대전화 추가 발견, 경향․한겨레만 보도
세월호 선체 수색 과정에서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유류품 등이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입니다.
△ 세월호 선체 수색 관련 보도 유무(4/21) ⓒ민주언론시민연합
■ 전두환 회고록 폐기 촉구 자택 항의 방문, 조중동 미보도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구속자회·구속부상자회)는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을 찾아 회고록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뿐입니다.
△ 전두환 회고록 폐기 촉구 자택 항의 방문 관련 보도 유무(4/21) ⓒ민주언론시민연합
■ 홍준표 후보 ‘3대 적폐’ 발언, 조선만 보도
20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쏟아낸 “한국 3대 적폐 세력은 종북 세력·민노총·전교조로 본다”는 발언을 지면에 소개한 것은 조선일보뿐입니다. 단순히 언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홍 “한국 3대 적폐는 종북 민노총 전교조”>(윤형준 기자 https://goo.gl/BHiZfU)라는 보도를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부각했습니다.
△ 홍준표 후보 ‘3대 적폐’ 발언 관련 보도 유무(4/21)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