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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루이 암스트롱 같다’…채널A의 ‘안철수 띄우기’30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톱보도를 장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1일 새벽 3시, ‘피의자 박근혜’의 구속영장을 발부해 박 씨는 결국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뉴스가 방송됐기 때문에 보도는 검찰과 박 씨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이 와중에도 가십보도를 내는 방송사가 있었으니 TV조선과 MBN입니다. 이들은 박 씨의 ‘남색 재킷’이 ‘결단력을 보여주는 패션’이며 도시락을 절반밖에 먹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선 보도에서는 채널A가 두드러집니다. 채널A는 TV조선이 앞장서던 ‘안철수 띄우기’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채널A는 대구·경북 지역 나선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를 2건에 걸쳐 집중 조명하면서 ‘목소리가 루이 암스트롱 같다’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 ‘안철수 띄우기’ 바통 이어 받은 채널A
△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3/30)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씨 구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선 보도가 적었던 30일, 방송사들은 여야 경선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발언 논란을 공통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2012년 이정희 후보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여야 후보 행보는 채널A에서만 3건이 나왔는데요. 이 보도를 주목해야 합니다. 채널A의 ‘후보 행보 보도’ 3건 중 2건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행보를 전한 것이고, 그 내용이 낯 뜨거울 정도로 안철수 후보를 극찬했기 때문입니다.
채널A <“팍팍 밀어주이소”>(3/30 https://bit.ly/2npvct3)는 이미 보도 제목이 ‘대구 민심 공략에 나선 안철수의 연설’을 일부 차용한 겁니다. 보도의 시작 화면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채널A는 “보수의 심장 대구”, “탄핵 이후 갈 곳 잃은 표심은 어디로”라는 큼지막한 자막을 내보낸 뒤 김진태, 홍준표, 문재인 등 각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 인터뷰를 하나씩 짧게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합니다. 미래산언 4차 산업을 선도할 적임자”라는 ‘안철수 지지’ 인터뷰가 등장하는데요. 이 인터뷰 화면 직후, 보도가 시작됩니다. 일종의 ‘보도 인트로’인 셈인데, 이렇게 ‘보수의 심장 대구 표심의 향방’을 강조하더니 이어지는 보도는 ‘안철수의 대구 공략’입니다. 리포트가 시작되면 “안철수!”, “꼭 대통령 되세요!”를 연호하는 시민들 사이로 “상인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고 음식도 맛있게 받아 먹”는 안철수 후보가 등장합니다.
채널A는 “군인들을 포함해 안보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라는 안철수 후보의 강연 장면도 덧붙였고 “대통령 많이 배출했지만 지역내 1인당 총 생산 전국 꼴찌입니다. 야물딱지게 하겠습니다! 팍팍 밀어주이소!”라는 안 후보 연설 장면에 “지역맞춤형 연설”이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구심점을 잃은 TK 지역을 쉴 새 없이 공략한 것”이라는 긍정적 묘사도 나왔고 “최근 여론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치며 10개월 만에 지지율이 2위로 오른 안 전 대표. 안 전 대표가 흩어진 중도·보수 표심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보도는 마무리 됐습니다.
△ 안철수 후보를 루이 암스트롱과 비교하면서 ‘지지율 급상승’ 조명한 채널A(3/30)
△ 안철수 후보를 루이 암스트롱과 비교하면서 ‘지지율 급상승’ 조명한 채널A(3/30)
2. ‘안철수, 루이 암스트롱 같다’…채널A가 안철수를 띄우는 방법
놀랍게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또 나옵니다. 채널A <대선상황실/안철수 “팍팍 밀어주이소”>(3/30 https://bit.ly/2ohl1Lg)는 심지어 보도 제목도 위 보도와 비슷합니다. ‘안철수 띄우기’의 농도는 이 보도가 훨씬 더 진합니다. 보도가 시작되면 느닷없이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옵니다. 노래 선율 위로 김승련 앵커가 “이 굵직한 음성 안철수 대표 음성과 비슷해졌다”며 안 후보의 음성 변화를 극찬합니다. 김성진 기자 역시 2012년 대선 출마 기자회견과 이번 경선 연설을 비교하면서 “자신감이 드러나는 액션 커지고 목소리가 하이톤에서 저음으로 변했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에 김 앵커는 “완전 중저음의 루이 암스트롱을 흉내 내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가능합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에 김성진 기자는 “본인 스스로 연구했고 본인이 가진 저음 목소리를 차량에서도 계속 연습했다고 한다. 이번 경선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본인의 노력도 있었고 달라진 제스처를 때와 장소에 맞춰서 표현할 만큼 이제 정치인 다됐다는 평가”라며 또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승련 앵커는 “차안에서 연습하고 연설 톤과 방식 달라졌는데 그레서인지 지지율이 높아졌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중저음 연설을 연습해서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지지율 2위 올라선 안풍’을 선전하는 수준입니다. 김성진 기자는 “리얼미터 자료인데 2위가 바뀌었다. 안희정 지사가 지난주까지 2위였는데 이번 주에는 안철수 후보가 2위로 바뀌었다. 안희정 지사에서 빠진 지지율이 안철수로 상당부분 이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철수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컨벤션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60대에서는 문재인이나 홍준표보다도 안철수 지지율이 더 높다. 60대가 문재인 대항마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 돌아서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안철수 상승세’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4분 30초나 되는 이 대담 형식 보도를 요약하면 ‘루이 암스트롱 같은 목소리를 연습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고 문재인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식의 노골적인 ‘안철수 홍보 보도’는 그동안 TV조선이 도맡아 하던 겁니다. TV조선은 27일과 29일, 하루에 2건씩 보도를 내면서 ‘중저음 복식호흡 안철수의 상승세’, ‘간철수에서 독철수·강철수가 된 안철수’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모두 가십에 가까운 소재로 안 후보를 극찬한 보도들입니다. 30일에는 채널A까지 이런 보도를 내면서 ‘안철수 띄우기’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3. ‘남색 재킷’은 ‘결단력’, ‘도시락 반도 못 먹어’…보도가 꼭 이래야 하는가
박근혜 씨가 구속되면서 국민의 심판에 이어 법의 심판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구속 전날인 30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한 박근혜 씨를 조명한 방송사들 중에는 또 가십으로 사안을 희화화한 곳이 있습니다. TV조선과 MBN입니다.
TV조선 <남색 재킷에 바지…결단할 때 패션>(3/30 https://bit.ly/2nyORHH)는 보도 제목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국정농단, 헌정유린의 몸통 박근혜 씨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데 TV조선은 ‘패션’을 논하고 있는 겁니다. 윤정호 앵커는 “박 전 대통령은 지난 검찰 출석때와는 다른 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짙은 남색계열 상의에 정장바지차림까지 해 결단이 필요할 때 주로 입던 스타일을 택했습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김도형 기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남색 재킷에 바지 차림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검찰 출석 때와 비슷한 남색 계열의 옷인데, 따뜻해진 날씨에 코트를 재킷으로 바꿔 입었”다면서 검찰 출석 당시와 이날 법원 출석 때 입은 옷을 화면으로 비교했습니다. 이어서 2016년 9월 여야 3당 대표회동, 2015년 10월 국회 연설, 2016년 2월 국회 연설 때 박근혜 씨가 입었던 옷을 보여주면서 “오늘처럼 짙은 단색 계열 재킷과 바지 정장차림은 박 전 대통령이 국회 연설 등 결단력을 보여줘야 할 때마다 입었던 패션”이라 분석했습니다. 심지어 “2015년 10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에서도 오늘과 똑같은 옷을 입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당시 착용했던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는 하지 않았”다는 비교까지 나왔고 “차분하고 절제된 인상을 주려고 한 것이라는 분석”으로 보도는 마무리됐습니다.
△ 박근혜 씨 구속, ‘남색 재킷 패션’과 ‘반도 못 먹은 김밥’ 조명한 TV조선(3/30)
△ 박근혜 씨 구속, ‘남색 재킷 패션’과 ‘반도 못 먹은 김밥’ 조명한 TV조선(3/30)
TV조선 <법정에서 김밥 점심, 반도 못 먹어>(3/30 https://bit.ly/2nCVwm1)는 박 씨가 “지난번 검찰 출석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절반도 먹지 못했다”는 소식을 다뤘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그만큼 마음이 복잡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홍연주 기자는 시간대별로 박 씨의 행적을 설명했는데,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점심 도시락을 반도 먹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저녁은 아직 먹지 못하고 심판을 받고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날 이런 식의 보도는 TV조선과 MBN에서만 나왔습니다. MBN은 ‘남색 재킷 패션’과 ‘반도 못 먹은 도시락’을 1건의 보도에서 모두 소화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미와 의도를 지니는지 알 수 없는 가십보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