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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대담’ 무비판, ‘정보 비공개’ 무보도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축소
등록 2024.02.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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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월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매정하게 좀 끊지 못한 것이 좀 어떤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도 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명품가방 의혹 여전한데, ‘국익’ 핑계로 비공개 통지한 대통령실

대담 이후 진행된 JT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넘는 67%가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응답자의) 3분의 1 가까이인 32%가 검경 수사를, 22%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와 입장 표명”을 꼽았습니다. “명확한 사실 관계 설명이나 진솔한 사과 없이 ‘아쉽다’는 표현만으론 의혹을 완전히 풀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겁니다.

 

이런 가운데, MBC는 <단독/‘명품 가방 정보공개’ 거부‥“국익 해칠 우려”>(2월 13일 이용주 기자)에서 “명품 가방이 언제 국고에 귀속이 됐는지 등에 대해서, 대통령 비서실에 정보 공개 청구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비공개 결정 통지서를 보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월 19일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에 대해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밝혔는데요. MBC가 명품가방의 국고 귀속 시점과 이유, 보관 장소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국익’을 이유로 비공개를 통지한 것입니다.

 

‘명품가방 정보 비공개’ 보도, MBC 제외 14개뿐

MBC는 <단독/‘명품 가방 정보공개’ 거부‥“국익 해칠 우려”>(2월 13일 이용주 기자)에서 소송에서 대통령 일행의 2023년 4월 부산 해운대 횟집 회식비 관련 정보 공개 판결을 이끌어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하승수 변호사 발언으로 대통령실의 정보 비공개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관계에 대해서 관련 예산이 얼마나 쓰였는지 또는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밝히는 것은 사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고 볼 수가 없고 오히려 공개하는 것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겁니다.

 

다음 날인 2월 14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명품가방의) 관리 시점과 장소 등 정보 공개가 어떤 국익을 해친다는 것이냐”며 대통령실 행태를 비판했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법원은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회식비와 관련해 공개 판결했다”며 “(대통령실 비공개 통지도) 법원에 가면 공개 결정이 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이 적절하지 않고 충분하지 못하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대통령실은 MBC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를 통지했습니다. 그러나 MBC 보도 이후, 해당 사안을 보도한 언론은 2월 16일 기준 14곳뿐입니다(고발뉴스, 프레시안, 뉴시스, 위클리오늘, 민중의소리, 아이뉴스24, 아시아경제,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세계일보, 전남일보, KBC광주방송,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굿모닝충청). 이 중 KBC광주방송,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은 정치인 인터뷰 중 질문에서 단순 언급하는 수준으로 전했습니다.

 

‘파우치’ 비판 없는 KBS‧SBS‧TV조선‧MBN, 중앙‧경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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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8~2/15)‧신문 지면(2/8~2/16) ‘KBS 대담 중 파우치 언급’ 비판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언론이 대통령실 정보 비공개를 보도하지 않는 문제 외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담 이튿날인 2월 8일부터 15일까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16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KBS 대담에서 박장범 앵커가 명품가방을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지칭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KBS, SBS, TV조선, MBN,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에서는 관련한 비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SBS, TV조선, MBN, 중앙일보, 매일경제는 KBS 대담 관련 소식을 전하며 ‘파우치’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KBS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라며 본질 흐려

대담 진행자 박장범 앵커는 KBS <“이 대표와 단독회동 곤란…파우치 논란 아쉬워”>(2월 8일 장덕수 기자)에서 “대담 이후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리어 외신과 판매직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도 ‘파우치’라 표현하고 제품명도 ‘파우치’인데 “백이란 표현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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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저녁종합뉴스(2/8~2/15) ‘특별대담 중 파우치 언급’ 관련 보도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KBS와 박장범 앵커에 대한 비판은 결코 ‘백(가방)’이라는 용어 대신 ‘파우치’를 사용한 데 대한 것이 아닙니다. 명품가방을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으로 지칭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는 것이 비판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다는 주장은 비판의 본질을 단순한 용어 사용의 문제로 흐리려는 물타기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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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주장과 달리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디올 백’ 혹은 ‘디올 백 스캔들’로 보도한 외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이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 <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1월 23일 윤다슬 기자)는 제목에서 ‘디올 핸드백(Dior Handbag)’으로 표기하고 본문에서는 “2,200달러짜리 호화 디올 핸드백($2,200 luxury Dior handbag)” 등 ‘핸드백’ 또는 ‘백’으로 표기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영부인과 디올백 : 한국 사로잡은 정치적 위기>(2월 1일 최상훈 기자)는 제목 등에서 “디올 파우치(Dior Pouch)”라고 표기했지만 본문에서는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 백’ 사진을 보내며 만남을 요청했다”며 ‘디올 백(Dior bag)’으로 표기하기도 했습니다. 타임지NBC, 로이터 등도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디올 백 스캔들(Dior Bag Scandal)”로 명명했습니다.

 

“명품백”이라던 한국경제, “명품 파우치”로 선회

한국경제는 <한동훈·윤재옥 긴급 회동…대통령실은 ‘명품가방’ 첫 입장 표명>(1월 20일 양길성 기자)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라며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후 보도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으로 번갈아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대담 이후 <명품 파우치 논란에 “매정하게 끊지 못해 아쉬운 점 있다”>(2월 8일 도병욱 기자) 등에서 돌연 “명품 파우치 논란”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용어 사용으로 지적받은 ‘파우치’를 비판하기는커녕 전면에 내세운 것입니다. ‘파우치’ 용어 사용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한 KBS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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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지면(2/8~2/16) ‘특별대담 중 파우치 언급’ 관련 보도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 “‘파우치’로 규정한 KBS, 본질 비껴난 해명”

방송의 경우 MBC, JTBC, 채널A만 박장범 앵커의 ‘파우치’ 언급을 비판했습니다. MBC는 <대통령실 “명품 가방만 관심, 답답”‥국민 궁금한 것 물었나>(2월 8일 이용주 기자)에서 “듣고 싶은 걸 묻지 않고,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것만 듣게 된 대담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실과 KBS가 함께 받는다”고 대담 전반을 비판했는데요. ‘파우치’ 언급에 대해서는 “대담 진행자는 ‘조그마한 백’에 대해 묻겠다고 했다”며 박장범 앵커의 용어 선택이 잘못됐음을 우회적으로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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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JTBC‧채널A 저녁종합뉴스(2/8~2/15) ‘특별대담 중 파우치 언급’ 관련 보도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도 <갈증 남기고 끝난 ‘윤 대통령 대담’>(2월 8일 류정화 기자)에서 박장범 앵커가 명품가방을 “파우치”, “외국회사의 쪼만한 백”이라 바꿔 부르며 사안을 축소한 문제점을 짚고, 다음 날 <“백? 외신도 파우치로” 핵심 비껴간 해명>(2월 9일 노진호 기자)에서는 ‘파우치’ 언급에 대해 KBS가 “비판의 본질에서 벗어난 해명”을 했다고 일갈했습니다. 채널A는 <여랑야랑/파우치 or 핸드백?>(2월 8일 윤수민 기자)에서 ‘파우치’ 언급을 여야 공방으로 다루긴 했지만 “본질은 영부인이 받은 고가의 선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선·동아 “KBS가 ‘파우치’로 의미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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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한겨레‧한국일보 지면(2/8~2/16) ‘특별대담 중 파우치 언급’ 관련 보도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박장범 앵커의 ‘파우치’ 언급을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사설/국민 대신 질문한 KBS…역할 충실했다 말할 수 있나>(2월 9일)에서 “특히 앵커가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더라’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진다”고 전했습니다. KBS를 비판하면서도 주된 비판이 야당에서만 나온 것인 양 보도한 것입니다. 이후 <뉴스룸에서/KBS, 국민 아닌 박민의 방송인가>(2월 16일 강지원 이슈365팀장) 등의 칼럼에서 KBS 비판 입장을 분명히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칼럼보다 사설이 언론사 고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통로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KBS를 비판하면서도 그 비판이 야당에서만 비롯된 것처럼 주장한 대목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 논조를 보여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KBS 비판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와 양승태 무죄엔 질문도 답도 없어>(2월 8일 김동하 기자)에서 “(박장범 KBS 앵커가) ‘명품 가방’이라는 용어 대신 외국 회사, 파우치로 의미를 축소”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도 <사설/KBS가 빠뜨린 질문들…대담이 기자회견을 대체할 순 없다>(2월 9일)에서 “(박장범 앵커가 ‘파우치’라고 명품가방 수수 의혹의) 의미를 축소하며 ‘의전과 경호의 문제’로 접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횡설수설/“이른바 파우치, 외국회사 그 뭐 쪼만한 백”>(2월 9일 조종엽 논설위원)에서는 “출연자가 ‘방문자가 외국 회사의 작은 파우치를 놓고 갔다’고 말을 했더라도, 진행자가 ‘김 여사가 디올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논란’이라고 첨언해 보완하는 게 옳다”고 꼬집었습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2월 8일~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2월 8일~1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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