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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도 않는 TV조선의 ‘반기문 띄우기’
2016년 11월 23일
등록 2016.11.24 18:51
조회 228

2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사정라인의 핵심이 모두 백기를 들자 청와대 내부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두 사람 모두 도의적 책임을 사퇴의 변으로 내세웠으나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번졌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최재경 수석의 경우 대통령 검찰과 청와대의 입장을 조율하려 했으나 박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내세워 강경 대응에 나서자 불만을 품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과연 방송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사실 이것보다 더 눈길이 가는 보도는 TV조선의 ‘기행 3종 세트’입니다. 먼저 확인해보시죠.

 

1. TV조선의 기행 ① 지치지도 않는 ‘반기문 띄우기’, CNN 보도 입맛대로 편집
JTBC와 함께 박 대통령 국정파탄 정황을 상당량 폭로했던 TV조선, 그래서 ‘하야 정국’에도 공헌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TV조선은 12일 백만 시민의 범국민 퇴진운동이 있기 전까지 대통령의 ‘2선 후퇴’는 안 된다며 명백한 반대 입장을 보였고,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야권을 맹비난했습니다. 그 와중에 ‘최순실 슬립온’ ‘최순실 검찰 출두 패션’ 등 변죽을 울리는 가십 보도도 내놓은 바 있죠. 12일 대규모 시위 이후 ‘2선 후퇴’에 대해 동의하는 양상을 보이던 TV조선은 23일, 또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를 내놨습니다.
TV조선 <“면밀히 지켜봐…할 일 고민”>(11/23 https://bit.ly/2gD4Rbp)은 “다들 이분이 어떻게 할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런데 언론 인터뷰에서 퇴임 후 조국을 위해 할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순실 사태와 상관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다지는 듯 합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리포트는 “한국인으로서 깊이 우려하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 왔다”는 반 총장의 CNN 인터뷰를 전하면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모든 에너지를 유엔에 쏟겠다고 운을 떼면서 내년 1월 1일이 오면 조국을 위해 일할 최선의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였습니다”라며 반 총장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반 총장은 직접 대선출마를 언급한 적이 없지 않느냐면서 급변하는 여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반 총장 측근의 조심스런 입장까지 덧붙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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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주자 반기문’ 띄운 TV조선(11/23)

 

 

이날 반 총장의 CNN 인터뷰는 JTBC, 채널A, MBN도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보도는 TV조선과 차이가 있습니다. JTBC는 뉴스 뒷담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비하인드 뉴스>(11/23 https://bit.ly/2frdhgG)에서 반 총장 인터뷰를 다뤘는데 한국 상황을 우려한다는 반 총장 발언에 CNN 앵커가 “정치적인 발언으로 들린다”고 비판한 장면까지 보여줬습니다. TV조선은 이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채널A는 박 대통령의 퇴진 거부 이유를 5가지로 분석한 CNN 보도만 보도했는데요. 여기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이번 사태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퇴진 이후를 보장할 우호세력이 없다”는 CNN의 분석을 언급하다 잠깐 해당 인터뷰를 보여줬을 뿐입니다. MBN은 TV조선처럼 반 총장 인터뷰를 1건에서 받아썼지만 바로 다음 보도에 채널A가 보도한 ‘박 대통령 퇴진 거부 이유 분석’을 덧붙여 균형을 맞췄습니다. TV조선은 CNN의 ‘박 대통령 퇴진 거부 이유 5가지’는 보도하지 않았죠.

 

2. TV조선의 기행 ② ‘김기춘은 박 대통령 잘 모시려다 탈이 난 것’?
TV조선 <“여성에게 결례라 시술 못 물어봐”>(11/23 https://bit.ly/2gjmlsC)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TV조선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세월호 7시간 시술 의혹에 대해 “여성 대통령이라 그런 걸 묻는 건 결례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면보고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TV조선은 여기다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을 “까맣게 몰랐다”며 자신도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고 덧붙였고 자사가 보도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대해 “김 전 수석 본인 생각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보도 말미에서도 “국정 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검찰조사나 국정조사에 적극 임하겠다”는 김 전 실장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방어적 입장을 충실히 전해주는 이 보도에서 앵커는
“지나치게 잘 모시려고 한 것이 독이 됐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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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가 비판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갑자기 두둔한 TV조선(11/23)

 

 

이러한 보도는 그동안 TV조선 보도를 꾸준히 봐 온 시청자라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입니다. TV조선은 11월 10일부터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단독 보도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정윤회 사건 수사 축소 주도, 언론 보도 개입 등 김 전 실장의 전횡을 폭로했습니다. 심지어 22일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 행적을 청와대 참모진이 알 수 없도록 ‘귀를 막고 입을 닫게’ 한 것도 김 전 실장이라고 보도했죠. 그러더니 갑작스레 김 전 실장의 입장을 구구절절 나열하고 대통령을 ‘잘 모시려다 독이 된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도대체 TV조선의 진의는 무엇일까요?


3. TV조선의 기행 ③ ‘최순실 기행에 박 대통령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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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도 최순실 기행 보고 놀랐다’는 TV조선(11/23)

 

23일, TV조선과 채널A는 박 대통령이 검찰이 발표한 최순실 씨 혐의를 보고 놀랐다는 전언을 1건씩 보도했습니다. 양사의 보도 경향은 사뭇 다릅니다. TV조선 <“앞에선 조용…국민 싫어할 일 다해”>(11/23 https://bit.ly/2gjqFs1)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놀라고 어처구니 없어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놀랐다는 전언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순실 씨의 비행 내역을 보고받은” 박 대통령이 “내 앞에선 그냥 조용히 있어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몰랐다”며 놀랐다는 것입니다. 여기다 “박 대통령은 순수한 국정수행 차원에서 재단 설립을 추진했던 것” “검찰이 사익을 챙기기 위한 의도로 몰고 가는데 억울해했다”는 청와대 입장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더니 신정훈 기자는 박 대통령은 “그러나 '백기투항', 즉 하야는 고려하지 않고 정면돌파 결심을 굳힌 것”이라며 보도를 마무리합니다.


TV조선이 이렇게 ‘박 대통령도 놀랐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정면돌파’만 전한 것과 달리 채널A는 대통령 비판을 덧붙였습니다. 채널A <“내 앞에선 조용했는데…”>(11/23 https://bit.ly/2gjqL2I)는 TV조선과 똑같은 내용을 전한 후 “하지만 검찰이 ‘상당 부분 공모관계가 있다’고 밝히며 박 대통령을 이미 피의자로 규정한 데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녹음파일과 수첩도 확보된 상태여서 최 씨 개인비리로 한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언급했습니다.

 

4. ‘사정라인 붕괴’, 지상파 3사는 ‘입 조심’
김현웅 장관과 최재경 수석의 사의 표명을 전하는 지상파 3사의 태도는 ‘받아쓰기’입니다. KBS는 관련 보도가 <법무장관‧민정수석 동시에 사의 표명>(11/23 https://bit.ly/2fqJuF4) 단 1건인데 김 장관, 최 수석,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옮기기만 했습니다. 먼저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김 장관 발언 장면을 보여줬고 “불타는 수레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직자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도리상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는 최 수석 입장은 기자가 전했습니다. 이어서 “두 사람 모두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건 아니라고 설명” “야권 등에서 통치 시스템 붕괴 조짐으로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고 밝혔습니다” 등 청와대 측 입장도 읊었습니다. 그나마 ‘해석’으로 내놓은 것은 최 수석 사의에 대해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
건하고,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각종 혐의 내용을 언론에 공표한 데 대한 시위 성격”이라는 추측인데 이는 청와대 관점의 해석입니다.


MBC도 두 사람의 사의 표명과 청와대 반응을 분리해 2건에서 각자의 입장을 받아썼습니다. SBS는 2건의 보도에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언급했지만 “해석하기가 상당히 쉽지 않은 부분”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두 사람의 사퇴의 변만 놓고 보면 뭔가 '불난 집에서 도망간다', 이런 느낌은 찾아보기가 쉽진 않았습니다”라며 자체적인 분석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5. ‘시스템 붕괴’ ‘최재경 수석 불화설’…청와대 내부 붕괴 적극 타진한 종편 4사
지상파 3사가 사정라인의 사의 표명에 말을 아낀 것과 달리 종편 4사는 굉장히 적극적이었습니다. 보도량부터 JTBC 7건, TV조선‧채널A 3건으로 1~2건의 지상파와 차이가 납니다. 종편 4사는 공통적으로 ‘시스템 붕괴’라는 해석을 내놓았으며 최재경 수석이 청와대 내부에서 마찰을 빚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는 MBC, SBS와 똑같이 2건을 보도한 MBN도 마찬가지입니다.


JTBC <김현웅 법무-최재경 민정, 동시에 사의>(11/23 https://bit.ly/2fqXD5b)는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을 “권력 내부 대응 시스템의 붕괴와 동요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수사와 특검, 또 탄핵에 맞설 수단이 모두 사라진 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이 내부 붕괴나 갈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청와대 해명에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도리어 내부 균열이나 붕괴 조짐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석”했다고 전했습니다. 최 수석의 청와대 내부 마찰 가능성에서는 채널A의 단독보도가 눈에 띕니다. 채널A <“후배가 한 수사 부정 못해”>(11/23 https://bit.ly/2g6iJHE)는 최 수석이 20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사상누각’이라며 맹비난한 청와대 태도에 “곤혹스러워”했다면서 “사의 표명 직전 가까운 지인에게 “그만두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내 동료, 후배 검사가 수사한 내용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채널A에 의하면 “평생 검사로 살고 싶은데 지금은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JTBC와 TV조선은 최 수석과 유영하 변호사가 갈등을 빚었을 가능성도 언급했고 MBN 역시 2건으로 비슷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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