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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중동순방 성과 보도, 사실은 ‘치적 포장’
등록 2023.10.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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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1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다며 언론은 ‘잭팟’, ‘오일머니’, ‘중동 붐’ 등 해외순방 성과를 부각했습니다. 그러나 156억 달러(21조원)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약의 상당수도 기업에서 이미 체결했거나 최종 사인만 앞둔 계약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를 과장 보도한 언론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대통령 세일즈외교 기대감 드러낸 언론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하며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언론도 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 성과를 강조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는데요. ‘잿팟’, ‘오일머니’, ‘중동 붐’, ‘107조 운동장’, ‘청신호’ 등 수출 성과를 부각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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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외교 성과를 ‘잭팟’ ‘중동 붐’으로 부각해 보도한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한국·사우디, 21조 추가 투자 협약>(10월 23일 최경운·조재희 기자)은 “양국 기업은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 및 계약 51건을 체결한다”며 “작년 11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양국 기업이 체결한 290억 달러(39조원) 규모의 투자 MOU·계약과는 별개”라고 강조했습니다. 양국 간 투자 협력을 다각화하며 협력관계를 첨단 신산업 분야로 확대했다며 기업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양해각서 체결 소식을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한·사우디 경제협력,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지길>(10월 24일)도 윤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세일즈 외교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큰 규모인 139개 사의 경제사절단을 꾸린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는데요. 대통령의 답방으로 “양국 간의 협력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성과를 내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윤석열 해외순방 성과, 사실은?

수주 금액 낮다던 한국경제, 3주 만에 ‘사상 최대’ 부풀리기

물론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통해 수출 수주 성과를 올리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것은 더없이 기쁜 소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던 양해각서나 계약까지 모두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에 포함하는 가짜 실적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데요. 윤 대통령의 중동순방 성과를 부풀린 대표적 사례는 HD현대중공업 LNG운반선 건조 계약입니다. 한국경제 <HD현대중공업, 카타르서 5.3조 수주 ‘사상 최대’…조선 빅3 ‘잭팟’>(10월 26일 오형주·김재후 기자)은 “윤대통령 세일즈 외교 성과”라며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 측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7척 건조 계약을 맺었”으며 “39억 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로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 사상 최대”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3주 전, 한국경제는 <HD현대중공업, 카타르서 LNG선 5조 수주 임박>(10월 3일 김형규 기자)에서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로부터 5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사실상 수주했다”며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계약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맺었”고 “최종 계약만 앞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당시 “수주 금액은 다소 낮지만, 한 번에 많은 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에 이익률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는데요. 조선업 ‘사상 최대’ 수주라며 대통령의 성과를 홍보한 이번 보도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오마이뉴스 <윤 대통령이 5조 규모 LNG선 수주? 이상하다>(9월 14일 임병도 기자)는 “합의각서만 체결했지, 본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으니 윤 대통령과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 카타르의 1차 LNG선 발주 때도 전체 65척 가운데 54척을 한국이 수주했”다며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조선업계의 능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해외순방과 외교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을 수는 있지만” 외교 능력을 “과대 포장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는데요. 이 밖에도 기업들의 노력을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치환시킨 보도는 여럿 발견됐습니다.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도 9월 수주

조선일보 <한·사우디 50년 동행, 방산까지 협력>(10월 24일 최경운 기자)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23일 24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정제 플랜트 2단계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사우디 아람코와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 사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2021년 29억 달러 규모의 자푸라 플랜트 패키지 1단계 사업”과 2023년 “6월 사우디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50억 달러(6조5000억원) 규모의 아미랄 프로젝트”에 이은 쾌거입니다.

 

서울경제 <현대건설 잭팟…사우디서 24억불 수주>(10월 23일 주재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윤 세일즈 외교 또 통했다…29억불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 수주>(10월 23일 서영준 기자) 등 많은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현지에서 해외 인프라 건설 수주” 실적을 거두게 됐다며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라 강조해 보도했는데요.

 

그러나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는 현대건설이 두 달 전 공사 수주를 따낸 것으로 이미 보도된 바 있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 3조 규모 사우디 자푸라가스전 2단계 확장공사 패키지2 수주 임박>(9월 6일 류수재 기자)은 중동건설매체 미드(MEED)가 9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100억 달러 규모 자푸라가스전 2단계 계약업체를 선정했”는데 현대건설이 “하루 630만 톤 용량의 황 회수장치 2개 및 유틸리티(전기장비) 등이 포함된 패키지2를 따냈”으며 “추정 금액은 24억 달러로 3조 원 규모”라고 전했습니다. 즉,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수주했다고 보기보단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대통령 순방 일정에 계약 시기를 맞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첫 중동공장 낭보도 합의된 사안

현지 시각 10월 22일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는 130여 명의 경제인과 함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참석했습니다. 중앙일보 <현대차 내년 공장착공, 중동수출 활로…파리바게뜨·농심도 할랄 시장 공략>(10월 24일 이희권·백민정 기자)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중동 최대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간 투자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포럼 당일에만 46건의 양해각서 및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계약을 통해 자동차 조립 합작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며, “중동에 첫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으로 “현대차는 PIF와 함께 5억 달러(약 68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현대자동차가 기존에 해오던 사업의 연장선인데요. 한국경제 <현대차, 사우디에 전기차 ‘반조립 공장’ 세운다…중동 첫 공장>(2022/12/31 선한결·김형규 기자)은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와 현대자동차가 사우디 현지에 “합작 투자를 통해 반조립(CKD)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며, 더구루 <현대차, 사우디 전기차 공장 내달 ‘최종 사인’…정의선 회장 참석 예정>(9월 21일 윤진웅 기자)은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공장 건설에 관해 “내달 최종 계약을 앞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사인할 예정”으로 “현지 조립공장 건설과 전기차(EV) 반조립(CKD) 방식 생산 등 2가지”가 최종 계약의 골자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건도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정의선 회장의 일정에 맞춰 최종 계약을 했다고 판단되는데요. 하지만, 언론은 대통령의 국빈 방문 계기로 투자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통령 성과로 포장했습니다.

 

기업들의 성과 가로채기, 더 있다

그 밖에도 윤 대통령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HD현대일렉트릭은 변전소 건설에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를 납품하는 계약”을 했으며 “농심이 사우디 그린하우스와 손잡고 현지 스마트팜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기업들이 자력으로 성취한 성과로써 일찌감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지만, 두 가지 모두 이번 대통령 순방 성과에 포함됐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변전소 건설 건은 이미 9월 11일 뉴스1 <HD현대일렉트릭, 네옴시티에 변전소 설치한다…678억 규모 계약>(배지윤 기자)을 통해 “사우디 송·변전 건설 전문기업 '알 지하즈'(Al Gihaz)와 678억원 규모의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보도했습니다.

 

농심의 스마트팜 시장 진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시스가 3월 13일 <농심, 사우디에 스마트팜 수출 MOU 체결>(김혜경 기자)을 통해 “농심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스마트팜을 수출한다”며 스마트팜을 수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농산물 재배 및 유통기업인 그린하우스”와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업 들러리 세운 대통령 치적 홍보

윤 대통령의 중동 해외순방 성과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협약 대부분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알려진 계약 중 이미 성사되거나 기업에서 계약 마무리를 순방 일정에 맞추는 등 대통령 순방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동원된 경우가 발견됐습니다.

 

계약 대부분이 양해각서 수준이라는 한계도 지적되는데요. 더팩트 <역대 대통령 ‘세일즈 외교’ 부풀리기…이번엔 다를까>(10월 25일 박숙현 기자)는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한 ‘세일즈외교’의 성과라는 평가”와 동시에 “‘오일머니 잭팟’이라며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밝힌 51건 협약 중 MOU(양해각서)가 42건(전체의 82%)”으로 양해각서는 “국가 간 외교 교섭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작성하거나 계약 체결 후 후속 조치를 위해 문서로 작성하는 합의”다 보니 “사실상 계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 성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짚었는데요.

 

조선일보 <터치! 코리아/믿기 어려운 1000조 투자 계획>(2022/6/18 최규민 기자)도 “2016년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 방문한 뒤 청와대는 한국 건설사들이 52조원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몇 달 만에 모두 없던 일이 됐”다며 “정부가 치적 홍보에 기업을 동원하고, 기업은 적당히 들러리 서는 구태는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정부나 기업 모두에 좋지 않”겠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구태는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업들의 양해각서와 계약까지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인 양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무분별하게 정부 발표를 받아쓰고, 치적 홍보에 동원된 현실의 방증일 것입니다. 뉴스타파 <난중칼럼/‘인덱싱 이론‘과 검-정-언 복합체>(10월 26일 김용진 대표)는 “기업들이 따낸 해외 수주에 숟가락 얹기, 치적 부풀리기, 이를 통한 용비어천가 부르기”는 “대통령 순방에 따라가는 기자들이 대통령실이 주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고, 안에서는 더 부풀리기 때문에 생긴다”며, 이런 기사들이 가짜뉴스가 아니냐고 일갈했는데요. 대통령의 해외순방 가치를 제대로 보도하려면 구태의연한 받아쓰기 관행을 벗고 권력 감시를 위한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취재방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23년 10월 23일~10월 2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지면 기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한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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