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이태원 참사’ 보도 사진·영상 출처, 커뮤니티‧SNS‧유튜버였다
조선일보, 커뮤니티 사진 첫 보도…떠돌던 사진 ‘뉴시스’ 출처로 둔갑
등록 2022.11.01 18:30
조회 1797

10월 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6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습니다(1일 오후 3시 기준). 큰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면서 많은 시민들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그중에서도 이태원 참사 현장 사진과 영상이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퍼지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SNS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참사 사진‧영상을 공유하는 시민들에 성숙한 윤리의식을 주문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참사 사진을 퍼와 기사화했다는 점인데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월 30일 성명을 내고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어떻게 언론이 무분별하게 참사 사진과 영상을 사용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정리했습니다.

 

네이버 기준 커뮤니티 사진 첫 보도 조선일보

포털 네이버에 ‘이태원’으로 검색해 10월 29일 저녁부터 나온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했습니다. 참사 관련 첫 보도는 이데일리 <단독/10만명 몰린 이태원 ‘핼러윈 파티’…인파에 짓눌려 수십 명 실신>(10월 29일 조민정 기자)으로 “수십 명이 실신”해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에 쓰인 사진은 출처가 ‘기자’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퍼온 것이 아닌 기자가 직접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얼굴이 직접 보이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모자이크 처리 없이 올려졌습니다. 이데일리는 10월 31일 오후 4시 26분, 기사를 수정해 얼굴이 간접적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가려놓은 상태입니다.

 

네이버 기준 처음 인터넷 상 사진을 퍼와 보도한 곳은 10월 29일 밤 11시 45분 조선일보 기사로 <이태원 압사사고 사망자 발생…서울시내 전 소방대원 동원>(10월 29일 최훈민 김소정 기자)에서 인터넷에 올라온 당시 현장 상황을 담은 사진이 쓰였습니다. 경찰과 소방관이 피해자들과 뒤엉켜 있는 모습입니다. 조선일보는 사진 설명에서 “소방대원들이 시민을 구조중인 모습. 29일 밤 인터넷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이라며 올라왔다”고 밝혔습니다. 즉, 사진 출처가 ‘인터넷’이라는 것입니다.

 

직후인 밤 11시 46분, 연합뉴스에서 <[속보] “이태원서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명 발생”<소방당국>>(10월 29일 김계연 기자)이란 제목의 본문 없는 사진 기사를 올렸습니다. 해당 사진의 출처는 ‘독자 제보 영상 캡처’로 적혀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 빅데이터뉴스는 <[속보] 소방당국, “이태원서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명 발생”>(10월 29일 김수아 기자)에서 사고 소식을 전하며 당시 현장 사진을 함께 실었는데, 그 출처가 ‘유튜버 양꾼TV 화면 캡처’, ‘양꾼TV’였습니다. 두 사진 모두 경찰과 소방관이 쓰러진 피해자들과 뒤엉킨 장면입니다.

 

이어 밤 11시 47분, 조선일보는 또 다시 <이태원 핼러윈 축제 인파 몰려 50여명 쓰러져...20여명 의식 불명>(10월 29일 김수경 오주비 기자)이란 기사를 내고 밤 11시 45분에 올린 기사와 같은 사진을 사용하면서 ‘소셜미디어’란 출처를 달았습니다. 같은 사진은 밤 11시 48분 매일경제TV <[속보] 이태원 핼러윈 행사장서 수십명 인파에 깔려 응급조치 중>(10월 29일 손세준 기자)에 ‘커뮤니티 캡처’란 출처를 달고 기사화 됐습니다.

 

빅데이터뉴스가 ‘유튜버’ 출처를 달고 올린 사진과 크기만 다를 뿐 같은 사진이 밤 11시 53분 뉴시스 사진 기사로 올라왔습니다. <[속보]이태원 압사사고 발생…소방청, ‘대응 2단계’ 발령>(10월 29일 바이라인 없음)이란 제목의 본문 없는 이 사진 기사의 경우 출처도 없습니다.

 

이밖에도 헤럴드경제가 <[속보]이태원서 압사 사고 발생…“50여명 심정지 추정”>(10월 29일 이현정 기자)에서 ‘온라인커뮤니티 캡처’라고 출처를 명기하며 사진과 gif 파일을 기사화했습니다. 해당 사진이나 gif 파일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떠돌아 기사화된 사진이며, gif 파일은 급박한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보도 사례는 모자이크 처리 없이(이후 사진을 수정한 기사 포함) 참사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을 쓴 기사를 나열했을 뿐, 더 많은 기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 ‘SNS 캡처’, 특정 커뮤니티 이름, 특정 유튜브 채널 이름 등을 출처로 쓰며 문제 사진을 기사화했습니다. 누군가 온라인에 올린 사진‧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에서 마구잡이로 실어 날랐고, 언론 역시 문제의식 없이 기사화한 것입니다.

 

떠돌아다니던 사진 ‘통신사’ 출처로 둔갑

한편 민간통신사인 뉴시스가 밤 11시 57분 <이태원 일대 대규모 압사 사고>(10월 29일 백동현 기자)라는 제목으로 2건의 사진 기사를 올렸는데, 두 사진 모두 헤럴드경제가 ‘온라인커뮤니티 캡처’라고 올린 gif 파일과 구도나 해상도가 비슷했습니다. 첫 번째두 번째 기사 모두 ‘독자 제공’이란 출처를 달았습니다.

 

뉴시스의 해당 사진은 이후 ‘독자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가 아닌 ‘뉴시스’란 출처를 달아 기사화됐습니다. 문화일보 <[속보] 이태원서 핼러윈 인파 ‘압사 참사’…59명 사망, 150여명 병원 이송>(10월 30일 노기섭 기자), 데일리안 <[속보] 이태원서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심정지 환자 다수 발생>(10월 30일 유정선 기자), 이투데이 <이태원, ‘핼로윈’ 10만 인파 몰려 압사 사고…약 50여명 심정지 추정 환자 발생>(10월 30일 한은수 객원기자) 등이 그러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채 돌아다녔을 사진이, 순식간에 ‘통신사’를 출처로 한 사진으로 둔갑됐습니다. 통신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직접 캡처했든, 어떤 독자가 커뮤니티를 보고 캡처해서 제보했든, 실제 독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제보했든 간에 단순한 ‘출처갈이’로 해당 사진은 신뢰를 얻게 된 것입니다.

 

언론, 사진·영상 유포하는 시민 비판할 자격 있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온라인 발 사진‧영상을 그대로 사용하는 보도가 여전히 많습니다.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재난보도준칙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은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10월 30일 언론에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당부하며 이를 어긴 회원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징계보다 언론이 걱정해야 할 것은, 또 다시 무너진 언론 신뢰입니다. 해당 사진‧영상이 온라인에서 떠돈다고 하더라도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그 책무를 지켜야 할 언론이 문제 사진을 게이트키핑하지 않고 기사화했다는 점은 질타 받아 마땅합니다. 일부 언론은 현장 사진‧영상을 유포하는 시민들과 대책 없는 플랫폼 사업자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언론보도 행태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0월 29일~31일 포털 네이버에서 ‘이태원’으로 검색한 기사 일부

 

<끝>

 

monitor_20221101_10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