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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직능단체 성명] KBS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등록 2014.05.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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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세월호 보도 참사’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보도 개입 폭로로 촉발된 KBS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청와대가 공영방송에 사사건건 보도 개입을 하고 있다고 미뤄 짐작했다. 그런데, 보도 수장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메가톤급 폭로는 설마 하던 국민들의 마음에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자아냈다. 그리고 그 내용도 독재시대에나 들어봤던 보도지침 그 자체였다. 


이에, 공영방송의 가치를 바로 세우려는 KBS 기자들이 오늘로 9일째 뉴스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고 양대 노조가 파업을 천명했고, 200명 넘는 보직 간부가 사퇴하고 ,사내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KBS 16개 직능협회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길 사장은 버티기 수순에 들어갔다.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경영진 일동’이란 이름으로 일간지 광고까지 내며 만천하에 다 드러난 ‘청와대 외압’을 부인하기도 했다. 또 제작거부가 직종 갈등에서 빚어진 것인 양 “PD 사장에 대한 기자 사회의 집단 반발", "기자협회의 직종 이기주의" 라고 운운하거나, KBS 양대 노조의 사퇴요구에 대해서는 "좌파 노조의 방송 장악" 등으로 이념적 공격이나 편 가르기를 서슴지 않으면서 구차하게 살아남기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길 사장의 이런 행보에서 2년 전 MBC 김재철 전 사장의 모습을 본다. ‘청와대 쪼인트’ 발언에서 드러났듯, 김재철 전 사장은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공영방송 MBC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공영방송의 근간인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진행자를 교체했으며, 권력비판보도를 통제했다. 급기야 MBC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그는 일간지에 거액의 회사 돈으로 파업 비난 광고를 내고 “좌파 노조의 정치 파업”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은 똑똑히 기억해야한다. 공영방송을 망친 장본인인 김재철 사장이 어떻게 물러났는지, 말로가 어땠는지 떠올린다면, 길 사장의 갈 길은 분명해진다. 버티면 버틸수록 KBS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길환영 사장 자신도 비참해질 대로 비참해진 상태에서 토사구팽당할 것이라는 것을 MBC 김재철 전 사장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KBS 구성원과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당장 물러나는 게 KBS에 평생 몸담아온 길환영 사장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번 KBS 청와대 외압 사건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공영방송 사장을 제멋대로 골라 뽑을 수 있는 이른바 ‘KBS 7:4, MBC 6:3’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런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언제든 ‘제 2의 길환영’, ‘제 2의 김재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사장 사퇴를 넘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논의의 촉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작 거부에 이어 170일 파업까지 겪은 MBC 구성원들은 마이크와 큐시트, 카메라를 내려놓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감내하며 지금 KBS 구성원들은 정의롭고 옳은 길을 걷고 있다. ‘청와대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절규이며 공정한 보도를 하자는 양심의 결단인 것이다. KBS 구성원들의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2014년 5월 27일

MBC 기술인협회, MBC 기자회, MBC 미술인협회, MBC 방송경영인협회, MBC 아나운서협회, MBC카메라맨협회, MBC PD협회 (이상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