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심의위 ‘오늘밤 김제동’ 전체회의 회부, 심의가 아니라 제작자율성 침해다
등록 2019.01.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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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심의소위)가 10일 KBS <오늘밤 김제동>을 전체회의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앞서 모니터 보고서(2018/12/29 https://bit.ly/2SNUvov)를 통해 방송심의소위가 지긋지긋한 색깔론에 기대어 생존을 모색하려는 자유한국당과 방송계의 일부 극우 세력, 그리고 보수 성향 단체의 이념 공세를 “사회적 관심”으로 포장하며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심의와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한 것 자체가 이미 KBS에 대한 마녀사냥 동참에 다름없는 일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특정 정치 집단의 색깔론과 이념 공세에 이미 놀아난 방통심의위가 심의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최소의 범위 내에서라도 지키고 있음을 증명하는 길은 <오늘밤 김제동>의 해당 방송분이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노출해 시민들이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부합하는 ‘문제없는’ 방송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정치 집단이 공영방송 KBS를 이념 논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해야만 했다.

그러나 방송심의소위 위원 5인 중 2인이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보류’를 주장하던 위원 2인 중 1인(전광삼 위원)이 퇴장하자 “이 방송은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사실이 뭔지 알아보고 토론함으로써 언론의 역할을 다하려 한 게 맞다”던 허미숙 부위원장(방송심의소위원장)이 돌연 전체회의 상정을 제안했다. 허 부위원장은 “(그간) 최선을 다해 합의를 이뤄왔다. 합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파행은 막자는 것이었는데 (전광삼 위원이) 나갔다. 이건 위험한 신호”라고 말하며 “전체회의로 상정해 폭넓고 깊은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허 부위원장 입장에선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토론을 확대해 재론의 여지가 없도록 만들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틀렸다. 자유한국당 등을 위해 불필요한 이념 공세의 시간을 더 벌어주고, 그만큼 제작진을 더 위축시키는 결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방통심의위가 과연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기구(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라는 목적에 맞게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 수신료 분리 징수 주장 언급하며 “KBS 망한다”고 으름장 놓는 심의위원

방통심의위가 ‘문제없음’ 결론을 유보하며 심의를 길게 이어갈수록 제작진, 나아가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음은 이날 방송심의소위 심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날 심의에서 박상수 위원은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제작진에게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이념공세를 주도하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단체에서 제기하는 편향성 시비와 수신료 거부·분리징수 주장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박 위원은 “오늘밤 김제동’ 때문에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가 보기엔 이러면 KBS 망한다”고 말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해야 하는 위원이 왜 수신료를 운운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박 위원의 말은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편향성 시비를 제기하고, 그 시비를 근거로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까지 발족하며 KBS 때리기에 나선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얘기다.

전광삼 위원 또한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제작진에게 “헌법적으로 볼 때 북한을 이적단체로 보는가”, “제작진은 김수근 씨 발언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보나” 등 사상검증 성격으로 보일 수 있는 질문을 하고,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있는데 법 집행을 안 해 (김수근 씨 같은 사람이) 나와서 떠들 수 있는 것”이라는 등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 없는 주장을 늘어놨다. 또 “태극기 목소리는 무시하면서 김수근 인터뷰는 2분이나 내보냈나. 태극기 부대 이야기는 가치가 없나”라고 따져 물으며 “사람 수로 따지면 태극기는 200분 인터뷰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제작진의 고유 권한인 아이템 선정에 개입하는 발언까지 했다.

4기 방통심의위는 출범 이후 1년 동안 출연자의 발언을 심의하는 게 아니며, 오직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심의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이날 심의에서 이들 위원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질의가 아닌 공영방송 KBS에 대한 자유한국당 등의 트집 잡기를 거들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발언들만 이어갔다. 심지어 전광삼 위원은 본인의 주장대로 되지 않자 지난해 7월 TV조선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 제재 때처럼 회의 중간 퇴장하는 막무가내의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심의 내용을 빤히 보고도 전체회의까지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심의를 끌고 가자는 결정을 내린 방송심의소위 위원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자유한국당, KBS 통제 헛된 야욕과 미련을 버려라

K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구성에 정치권의 개입을 합법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지긋지긋한 색깔론으로 <오늘밤 김제동>을 제물 삼아 수신료 분리 징수와 납부 거부 등을 선동하려 드는 자유한국당에도 경고한다. KBS를, 공영방송을 통제하겠다는 헛된 야욕과 미련을 버려라.

방송을 장악하려 할 때마다 특정 프로그램에 편향성 시비를 걸고 수신료 분리 징수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익숙하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에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KBS <한국 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 방송을 놓고 송두율 교수 미화방송이라고 색깔론을 제기하며 수신료 분리 징수 여론몰이를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수신료’는 KBS를 시청한 대가로 내는 ‘시청료’가 아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과 공영성을 확보해 KBS가 공영방송으로 사회적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기본 재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수신료와 시청료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호시탐탐 공영방송에 해묵은 이념 시비를 걸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개입하려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시대의 흐름과 인식을 따라잡지 못하는 퇴물 정치 집단임을 스스로 방증할 뿐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언론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주범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유한국당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당신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신들이 할 일은 구시대의 저열한 색깔 공작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게 아니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를 통제했던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1심 법원에서 밝힌 “관행이란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는 허용돼선 안 된다는 선언”이라는 판결의 이유를 되새기는 것이다. 언론 통제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정당에 민주주의를 맡길 시민은 없다. <끝>

 

1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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