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또 나온 네이버 뉴스 서비스 개편안, 여전히 본질을 피하고 있다
등록 2019.11.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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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최근 언론사 수익 배분 방식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어 뉴스를 게재하는 언론사에게 일정한 전재료를 지급하던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모두 제휴 언론사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뉴스 페이지 편집권도 보장해주고 광고 영업권도 언론사에 넘기겠다고 한다. 네이버 뉴스 플랫폼 안에서 제휴 언론사들이 알아서 돈을 벌고, 버는 만큼 가져가라는 기조가 뚜렷하다.

 

네이버는 이 개편안이 ‘뉴스의 품질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판단한다. 뉴스 유통과 온라인 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의 지배적 지위는 포기하지 않는 전제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뉴스를 선보이고 뉴스를 통해 소비자와 광고를 유치하는 하고자 한다면 여전히 네이버라는 지배자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심지어 이번 개편안으로 그 네이버라는 뉴스 공간은 뉴스의 질이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일종의 ‘광고 유치 경기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이번 개편안은 한국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의제 설정 기능과 뉴스 가치 판단, 뉴스 다양성 확보 등 뉴스 플랫폼 사업자가 마땅히 해야 하는 공적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댓글‧실시간검색어‧뉴스의 질적 하락 등 네이버가 그간 촉발한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언론사에 광고 수익을 다 주겠다는 네이버, 속내가 뭘까

지난 12일, 언론사들에게 뉴스 서비스 운영 방향을 밝히는 ‘2019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네이버는 기습적으로 뉴스 수익 배분 방식 개편안을 내놨다. 뉴스 전재료와 상생기금을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과 나누고 광고의 경우 모바일 네이버의 ‘언론사홈’과 ‘기사 본문’ 영역의 수익만 지급하던 현행 방식은 폐지된다고 한다. 전재료는 네이버 사이트 내부에 뉴스를 게재하는 ‘인링크’ 방식의 제휴사들 모두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그 대신 ‘언론사 편집’ 페이지(네이버 뉴스 페이지에서 특정 언론사를 선택해 해당 언론사의 기사들만 보이는 페이지)와 ‘my뉴스’(이용자가 원하는 언론사를 구독해 구독 언론사의 뉴스를 보는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즉 언론사가 자기 뉴스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대부분을 다 가져가도록 개편했다. 더불어 ‘기사 본문 중간광고’도 허용했고 광고 영업권도 언론사에 넘겼으며 뉴스 페이지 편집의 재량도 일정 정도 보장했다.

 

큰 폭의 개편안이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기본적으로 독단적인 통보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개적 논의 없이 오로지 47개 제휴사만을 대상으로 한 광고 수익 배분 방식만 일방적으로 발표하고는 일단 따라오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적된 지역 언론 차별 문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뉴스 콘텐츠의 실종 등 핵심적 이슈는 언급조차 없었다. 대대적으로 공개한 광고 수익 배분 방식에서도 본질을 피해가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광고를 두고 언론끼리 알아서 경쟁해라? 뉴스는 투전판이 아니다

이번 개편안은 네이버가 언론사에게 이익과 재량을 상당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 네이버가 인터넷 뉴스 플랫폼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뉴스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관리 및 공공성 책임에서 아예 발을 빼고 네이버를 벗어날 수 없는 언론사간의 각자도생, 무한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경향성이 엿보인다.

 

네이버는 뉴스 이용 점유율이 조사할 때마다 50~60%를 오갈 정도로 시장의 지배자다. 연간 광고 매출 역시 수 조원에 달해 신문과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뉴스 유통과 광고를 모두 잠식한 네이버와의 제휴 여부는 곧 언론사의 생존 여부와 직결된다. 네이버는 부정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네이버가 아주 거대한 뉴스 통신사이자 광고 대행사처럼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언론사와 네이버 간의 지위 차이가 확고한 상황에서 언론사가 알아서 광고 수익을 가져가라고 하면, 네이버 뉴스 페이지는 무한경쟁의 결투장이 될 위험이 크다. 언론사들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선정적인 보도를 낼 것이며 뉴스의 내용보다는 속보 경쟁에 더욱 몰두하게 될 것이다. 주목도와 광고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소수자 관련 기사, 탐사보도, 기획보도는 아예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이런 일은 현행 전재료 방식에서 이미 고착화됐다. 네이버 안에서 언론사들은 천편일률적인 뉴스를 타사 것이라도 일단 베껴써 네이버에 빨리 송고하는 관행에 길들여져 있다. 클릭 수를 좇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 사생활 침해 기사, 상식을 벗어난 어뷰징도 서슴지 않는다. ‘광고 수익 전액 지급’이라는 대안은 이 사태의 해결보다는 악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공적 책임 피한 네이버, 문제 해결 요원하다

네이버는 여러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나름 대처하기는 했으나 그 본질은 ‘책임 전가’였고 이번 개편안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는 그간 페이지 노출에 있어서의 언론사간 차별이 지적되자 이용자 구독 시스템을 만들었고, 뉴스 배열의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AI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뉴스 배열을 맡겼으며, 이번엔 뉴스의 질적 저하 및 언론사 수익 착취 논란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광고 수익과 영업권을 언론사에 줄테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답했다. 언론사간 차별 책임은 이용자에게, 뉴스 배열의 책임은 AI에, 급기야 뉴스의 공공성 책임은 언론사에 돌린 것이다. 시장의 지배자가 관리 기능, 공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고민 깊었다면 공적 책임까지 나아갔어야

전재료 폐지 자체는 네이버 나름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는 한다. 현행 전재료 중심의 수익 배분은 늘 비판에 직면했으며 특히 제휴 언론사들을 포함한 언론계의 불만이 컸다. 대체 누구와 어떤 협의를 거쳐서 전재료를 책정하는지, 조중동 등 거대 언론사 중심으로 차등 지급을 하는 것은 아닌지, 언론이 뉴스를 만들고 편집하고 송고하는 비용에 비해 너무 적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아닌지, 비밀주의와 착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론사들에게 어느 정도 뉴스 페이지 편집권을 주면서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 확대’를 유도한 대목, 실시간 검색어 어뷰징 기사의 광고 수익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계획도 뉴스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지금도 네이버는 심각한 어뷰징 언론사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뉴스에서 어뷰징이 사라지거나 뉴스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확보되지는 않았다.

 

포털의 언론 기능 인정하고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결국 네이버 뉴스 플랫폼에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우리 사회 공론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룡 뉴스 포털’인만큼 그 문제의 해결은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네이버가 현재의 독점적 시장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전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뉴스 플랫폼 사업자로서, 즉 하나의 언론으로서 해야 하는 기본적 책무를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의제 설정 기능을 하고 뉴스의 가치와 질을 판단해 뉴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소수자 인권 이슈, 탐사보도, 팩트체크 등 시민에게 꼭 필요한 뉴스들도 시민들이 많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알고리즘과 시민, 언론사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책임자이자 사업자인 네이버가 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그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언론계 등 각계와 긴밀하고도 투명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한 소통과 협의 역시 뉴스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필연적인 책무다. 전재료와 뉴스 배열 방식 논란에서 네이버 특유의 비밀주의가 사태를 악화시켰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 개정과 언론사의 혁신도 필요하다

네이버가 뉴스 플랫폼 사업자로서 공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는 시민사회와 국회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현행 신문법은 네이버가 뉴스 유통 서비스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네이버가 공적 책무를 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포털도 언론의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이제는 포털을 단지 유통 사업자가 아닌 언론사로서 규정하는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현재의 모호한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포털도 저널리즘 가치를 고민하는 떳떳한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끊이지 않는 네이버 뉴스 관련 논란에서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애초에 우리 언론이 양질의 기사, 다양성과 공공성을 확보한 기사, 속보가 아닌 탐사 위주의 기사를 네이버에 송고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론 스스로 공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전재료가 적다거나 네이버가 거대 언론사 눈치만 본다고 비난한다면 당연히 핑계로 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네이버가 지배하는 뉴스 유통 구조는 자본과 권력에 흔들린 언론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뉴스 플랫폼의 혁신, 모두가 나서자

우리 사회 공론장이 심각하게 왜곡된 현 상황은 시장의 주요 행위자이자 사회의 기득권인 네이버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 현 상황은 시민들이 보기에 국민의 알 권리, 시민이 공론장에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저해시킨 네이버와 언론이 자기들끼리의 수익 배분을 두고 싸우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더 이상의 불신을 막기 위해서라도 네이버는 뉴스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공론장 형성의 핵심 책임자로서 당당히 의제 설정 기능과 뉴스 가치 판단 계획을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에 돌입해야 한다. 이를 추동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정치권도 법‧제도 개선에 나서 새 판을 짜야하며, 언론계 역시 그러한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준비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변화하기를 촉구한다. <끝>

 

2019년 11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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