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수환 문자로비’ 논설위원도 면죄부, 검찰-조선일보 무슨 관계인가
등록 2020.12.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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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언론계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긴 ‘박수환 문자 사건’이 뉴스타파에 의해 폭로됐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 로비 사건으로 2018년 대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로비스트 박수환 씨는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며 언론인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주고 기사를 청탁해왔다.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179명 중 조선일보 소속은 35명이었다.

 

조선일보 소속 35명, ‘박수환 문자’에 등장

민주언론시민연합과 민생경제연구소는 2019년 3월 구체적으로 혐의와 증거가 드러난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 윤영신 논설위원,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1년 반이 지나도록 사건을 뭉개다 피고발인 중 윤영신 논설위원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통보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건의 고발이 들어오면 검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풀기소’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치 없이 묵혀 두다 잠잠해질 때 슬쩍 ‘불기소’ 하는 검찰의 민낯이 또 드러난 것이다. 민언련과 민생경제연구소는 법원에 수사재개를 요청하는 항고장을 제출했다.

조선일보와 로비스트 박수환의 부적절한 기사거래가 처음 알려진 것은 대우조선해양 로비사건이다.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친분을 내세워 수조 원대 회계조작을 벌인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을 돕겠다며 홍보비로 21억 35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때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도 박 전 대표로부터 현금․수표․상품권 등과 골프접대 등을 받아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송희영 전 주필의 기사거래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표로부터 특정 회사에 유리한 칼럼을 게재할 것을 부탁받고 금품 및 향응을 수령한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와 윤영신 논설위원은 배임수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되었다. 김영수 대표는 박 전 대표와 계약한 GE(제너럴 일렉트릭)사에게 유리한 칼럼을 작성하도록 당시 이선민 조선일보 문화부장에게 지시했으며, 윤영신 논설위원은 외부 칼럼을 기고자에게 알리지 않고 박 전 대표에게 보내 GE사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하도록 하여 게재했다. 민언련 등은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 등의 채용청탁 행위와 함께 박 전 대표가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등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도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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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박수환 문자’ 보도 중 윤영신 논설위원 관련

하지만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박수환으로부터 한국형 전투기 사업과 관련한 외부 기고자의 기고문을 잘 검토해 달라는 문자를 받은 사실 △2013년 9월 5일 조선일보에 외부 기고자의 기고문이 게재된 사실 △GE와 뉴스컴간 홍보대행 계약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박수환으로부터 외부 기고자의 기고문을 받은 것은 정당한 취재활동의 일환일 뿐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고 기사 게재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 등을 수수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여 범행을 극구 부인’한다는 피의자 입장과 문자메시지 내용만으로는 박수환으로부터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 불충분’이라고 결론지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수사의지 있는지 의문

그러나 1년 반을 지나 불기소 처분을 한 검사가 얼마나 충실히 수사했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요약하면 ‘윤영신 논설위원이 박 전 대표로부터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는 것을 고발인이 제출한 증거인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인데,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것’을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손에 틀어쥔 검찰이 밝혀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누가 밝혀낸다는 것인가.

기사거래가 ‘정당한 취재활동’이라는 윤영신 논설위원 측 주장도 어이없다. 외부 기고자가 조선일보를 믿고 보냈을 글을 로비스트에게 맡겨 무단 수정해 게재한 것이 어딜 봐서 ‘정당한 취재활동’이라는 말인가. 기고자도 “나름 논리적으로 써서 보냈는데 엉뚱하게 글을 잘라서 내보냈다”며 항의했지만 조선일보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불기소 결정을 보면, 검찰이 앞으로 송희영 전 주필에 대한 상고심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도 심히 우려된다. 검찰은 당초 송희영 전 주필을 기소하면서 총 4947만원의 금품수수액을 제시했으나, 1심에서는 골프접대 147만 원가량만 대가성이 인정됐고 2심에서는 그마저 인정되지 않았다. 상고심이 진행 중이므로 검찰은 뇌물의 존재와 대가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송희영 전 주필과 사실상 공동으로 기사거래를 벌인 윤영신 논설위원에게 뇌물의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했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은 방상훈·홍석현 등 언론 사주들과 잇따라 비밀회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러고도 검찰과 언론이 관련 없다고 주장한들 누가 믿겠는가.

 

조선일보, ‘박수환 문자’는 자랑거리 아니다

12월 9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 째 되는 날이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국정농단 핵심세력은 끌어내렸지만, 그 잔재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월 15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다음날 사설에서 “(국민 상당수가) 두 전직 대통령에게 20년 내외의 징역형을 받아야 할 만큼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수긍하지 못한다”, “많은 국민은 ‘문 정권 국정농단은 박근혜와 얼마나 다르냐’고 묻고 있다”고 힐난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2016년 7~8월 정석영 보도본부 부국장이 국정농단 사건취재팀 취재·보도를 계속 방해했을 뿐 아니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과 부적절하게 내통하고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에 고발된 당시 언론농단 사건 역시 제대로 된 수사 없이 시간을 끌다가 무혐의 처분했다.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사건’은 조선일보와 박근혜 정권의 알력다툼 과정에서 세상에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몰락했지만, 그렇다고 언론 신뢰를 크게 훼손한 조선일보가 면죄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잘못에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자체 윤리위원회는 윤리규범 정비 이전에 발생한 일이란 이유로 소급불가론을 내세워 기사거래 의혹을 받은 8명에 대해 아무 징계 없이 넘어갔다.

나아가 송희영 전 주필이 박근혜 정권의 공격에 사퇴했다면서 ‘정권탄압에 저항한 사건’으로 미화까지 하고 있다. 양상훈 주필은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칼럼에서 “보수정권도 조선일보를 위협하고 조사했다. 정치목적이 분명한 세무조사를 하고, 기자들을 해고하라고 하고, TV조선 재승인으로 협박하고 다른 언론을 동원해 공격했다. 모두 사실을 찾으려 한 ‘죄’였다”며 아전인수식 왜곡을 했다. 송희영 전 주필도 2심 무죄판결을 받은 후 “박근혜 정권 아래서 TV조선이 최순실을 추적하고 조선일보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의혹을 제기하니까 정권이 발끈해서 시작한 수사였다. 정권 지시를 받은 검찰이 얼마나 무리했는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현직 고위간부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선일보는 지금이라도 박근혜 청와대의 누가 협박했으며 어떤 근거로 기자들을 자르라고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검찰은 조선일보가 정권으로부터 기자해고와 TV조선 재승인 협박을 받았다고 스스로 인정했으니 엄정한 수사로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조선미디어그룹 및 사주일가와 관련된 사건은 모두 시간을 끌다가 불기소처분하고 있다. 조선일보도 변죽만 울릴 뿐 무엇 하나 밝히는 게 없다.

우리는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에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민주주의를 위기로 빠뜨렸던 과오를 되풀이한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처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 잘못을 진솔하게 반성하고, 국민을 위한 언론과 검찰로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길 바란다.

 

2020년 12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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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고이유서_20201217.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