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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통과로 언론개혁 시동 다시 걸어라
등록 2021.05.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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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국민 뜻은 분명했다. 문재인 정부엔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거대 여당엔 개혁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하라는 요구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새 정부 개혁과제로 검찰개혁, 정치개혁, 언론개혁, 노동개혁, 재벌개혁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중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가장 시급한 핵심과제로 지목돼 왔다.

 

언론개혁 수레바퀴는 멈췄다

특히 언론개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무너진 언론 공공성과 공익성을 회복하고, 시민참여를 통해 언론 공정성과 독립성을 되찾을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을 주요 국정목표로 제시할 만큼 언론개혁 추진에 적극적이었다.

언론개혁 과제를 실현할 방안으로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편성 자유 보장, 방송편성규제 등 제도 개선, 방송광고제도 개선안 마련, 해직언론인 복직·명예회복 지원, 온라인 게시물 임시조치 제도 개선 및 자율규제 활성화를 통한 인터넷 표현의 자유 보장, 국민 맞춤형 미디어교육 실시, 시청자 방송참여 확대, 지역방송 활성화 등을 내놨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언론개혁 수레바퀴는 멈춘 지 오래다. 100대 국정과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미디어교육 강화, 시청자미디어센터 확충, 일부 해직언론인 명예회복 및 복직 외에 제대로 이행된 언론개혁 과제를 찾기 어렵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 보장, 신문 불공정거래 개선 등은 아예 추진되지 않거나 백지화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을 남겨놓은 지금 우리가 다시 언론개혁을 외치는 이유다. 물론 언론개혁이 애초 포부와 달리 지지부진한 데는 정부 뿐 아니라 현안마다 언론탄압론을 내세워 딴죽을 걸어온 야당,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는 여당 등 국회 책임도 크다. 정부와 국회가 후보를 추천해 구성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스통신진흥회 구성이 4개월째 미뤄지며 업무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기연장 규정조차 없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후임 위원회 출범 지연으로 수천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허위조작정보, 불법금융정보, 디지털성범죄 정보, 선정적 콘텐츠 등 규제가 마비된 채 민간사업자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나 몰라라’ 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언론정책 대계를 세우자는 것도 아니고 첨예한 논쟁거리도 아닌 사안조차 방기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한심할 뿐이다.

 

공영방송 주인은 시민이다

오는 8~9월로 예정된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스통신진흥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KBS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11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법적 근거도 없는 국회 추천 관행을 유지해오며 여야가 7:4로 추천해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와 EBS 이사회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국회에서 여야가 6:3으로 추천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가 관행화되었다. 그동안 KBS, MBC 사장 선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법으로 보장된 적은 없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이나 사장 선임에 대한 시민참여는 그때그때 정부 선의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정치권 나눠먹기식 추천 구조로는 정치편향성 시비가 계속되는 한편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없다고 수없이 지적해왔다. 하지만 차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언론장악이 거셌던 만큼 공영방송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여럿 나와 있다는 점이다. 이사 추천과 사장 선임 과정에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정치후견주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도 국회에 올라와 있다.

이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통과시키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언론개혁을 국정과제와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및 여당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야당은 더욱 가관이다. 국민의힘은 정치권의 KBS 이사 추천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정치후견주의 탈피와 시민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국민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과거처럼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챙기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논의를 조속히 시작하라. 국민의힘 역시 엉뚱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

 

2021년 5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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