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인도 유기 시신 들개 훼손’ 반윤리적 보도, 당장 내려라
등록 2021.06.02 18:58
조회 596

‘인도 유기 시신 들개 훼손’ 반윤리적 보도, 당장 내려라

인간 존엄마저 클릭 장사, 부끄러운 ‘하이에나 언론’

 

민간 뉴스통신사 뉴스1은 6월 2일 오전 <널린 시신, 들개들 먹이가 됐다...코로나 지옥 인도 처참 [영상]>(최서영 기자)를 통해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면서 들개가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해 사용했지만, 오히려 부분 가림으로 더 부각될 뿐 참담한 광경은 그대로 중계되고 있다. 주검조차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까운데, 동물에 의해 훼손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까지 중계하다시피 하며 인간으로서 최소한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언론보도가 부끄럽고 개탄스럽다.

뉴스1 보도 이후 중앙일보, 한국경제, MBN, 천지일보, 서울경제, 매일신문, 조선일보, 연합뉴스, 뉴시스, KBS 등이 인터넷으로 후속 기사를 내보내고 일부 기사는 포털뉴스 메인에 노출되고 있다. ‘클릭 장사’ 외에 어떤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이번 보도는 영국 타블로이드신문 데일리메일 기사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이러니 ‘하이에나 언론’ 소리를 듣는 것

영국에서도 대표적인 황색언론으로 꼽히는 데일리메일은 6월 1일(현지시간) <들개가 인도 강변에 떠내려온 시신을 먹고 있다: 코로나 위기 와중에 시신이 물에 던져졌다>는 기사를 싣고 인도 북부 강변에서 들개들이 시신을 먹고 있는 영상과 함께 인도 코로나 상황을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시신이 코로나19 희생자인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단지 강에 떠내려 온 시신을 들개들이 먹고 있다는 내용과 인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단순 나열했을 뿐이다. 또한 인도에서 강에 시신을 유기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고,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도 아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8년 KBS 보도와 2019년 KBS 보도 등에 따르면 갠지스강에 시신을 수장해 강물이 오염되는 문제는 자주 조명돼 왔다. 이번 데일리메일 기사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조합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선정적인 보도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누구 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선정적 장면을 여과 없이 퍼나르는데 급급하다. 이러니 ‘하이에나 언론’이라고 비판받는 것이다.

썸네일.jpg

△ 뉴스1 보도를 시작으로 전파되고 있는 관련 보도(네이버 화면 캡쳐)

 

‘감염병보도준칙’ 있으면 뭐하나

다른 나라 황색언론의 선정적 기사를 무책임하게 그대로 옮긴 것도 부적절하지만, 감염병보도준칙 역시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 2020년 4월 27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제정한 감염병보도준칙은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뉴스1은 코로나19에 관해 과학적 사실과 다른 내용도 검증 없이 옮겨 실었다. “현지 주민은 또 ‘코로나19에 오염됐을지도 모르는 물이나 시체를 먹어치운 개들에 의해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까 두렵다’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세윤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주된 전파경로는 침방울, 에어로졸, 신체접촉 등이다.

감염병보도준칙은 흥미위주 보도를 자제하고 희생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할 것도 명시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표현으로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을 꼽고 있지만, 우리 언론은 ‘코로나 지옥’, ‘처참’, ‘충격’ 등 표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다.

우리는 다른 가치 있는 외신 보도도 많은데, 이런 수준 낮은 보도를 굳이 번역·요약·정리해 감염병보도준칙을 정면으로 위반해가며 기사로 만드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언론이 할 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보도준칙을 포함해 수많은 윤리강령, 취재·보도·제작준칙, 실천요강 등을 만들면 뭐하냐는 질문 역시 하지 않을 수 없다. 지키지도 않을 것이라면, 지키지도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라고 외치고 싶다.

뉴스1을 비롯해 중앙일보, 한국경제, MBN, 천지일보, 서울경제, 매일신문, 조선일보, 연합뉴스, 뉴시스, KBS 등 이번 영상이나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은 당장 해당 기사를 내려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당 보도를 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에 심의를 신청하여 그 책임을 묻게 할 것이다. 그 전에 언론과 언론인 스스로 윤리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정노력이 선행되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1년 6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210602_01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