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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언론피해 구제강화 위한 ‘배액배상제’ 제대로 만들어라
등록 2021.06.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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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언론피해 구제강화 위한 ‘배액배상제’ 제대로 만들어라

입증책임 주체 언론으로 전환, 여당·언론현업단체 ‘징벌’ 효과 과장 말라

 

시민들이 악의적 언론보도로 입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원이 전보배상액(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까지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높은 찬성 여론에 힘입어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언론의 사회적 책무와 시민의 언론피해 구제강화를 위해선 악의적 언론보도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상향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언론중재위원회 ‘2019년도 언론관련 판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소송을 가장 많이 제기한 원고(피해자) 유형은 일반인(31.4%)이다. 손해배상청구사건의 청구액 평균은 1억 원 이상이고, 가장 빈번하게 청구된 액수는 1억 원이다. 그러나 실제 손해배상 인용액 평균은 1400만 원 정도에 그쳤고, 가장 빈번하게 선고된 손해배상액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시민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이미 밝혔다. 다만 여당에서 발의한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들이 목적을 실현하기엔 여러 부족한 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또한 실제 배상액이 ‘징벌적’이지 못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라고 이름 붙여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법안 취지 그대로 ‘배액배상제’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제 민언련은 국회가 기존에 상정한 법안을 보완해서 실질적으로 시민 언론피해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배액배상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제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징벌적’이지 않다

현재 국내 20여 개 법률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자본주의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거대기업 불법행위로부터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로 등장했다. 미국 징벌적 손해배상제엔 두 종류가 있다. 수백억 손해배상액으로 세간의 관심을 끄는 진정한 의미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국 보통법에 따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법률에 도입돼 주로 3배 배상제로 구성된 배액보상제는 미국 성문법인 반독점법과 소비자보호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3배 배상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아니라 ‘배액배상제’라고 불러야 옳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제안은 최근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2004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피해구제법안을 이미 입법청원한 바 있다. 2006년 발간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백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기존 손해배상제도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언론중재법 등 9개 법률에 도입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다만, 언론피해 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보도가 허위의 사실(적 주장)에 근거하여 타인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해당되며 사실적 주장이 진실인 경우나 가치판단 보도엔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여당·언론현업단체, 배액배상제 효과 과장 말라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강력한 대응방식으로 언론부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듯하다. 물론 배액배상제가 제대로 가동되면 가짜뉴스 규제에 일정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진실하지 않은 보도를 할 경우 배액배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정하게 가짜뉴스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액배상제 도입의 주된 효과는 시민 언론피해 구제강화에 있고, 가짜뉴스 제재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여당은 가짜뉴스 대응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실제는 배액배상제) 효과를 과장하여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가짜뉴스를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언론현업 단체들은 배액배상제가 도입되면 공직자, 정치인, 대기업 등의 전략적 봉쇄소송 남발로 언론비판 기능이 크게 위축될 듯이 과도하게 주장하고 있다. 배액배상제는 시민 언론피해 구제강화 방안 중 하나이며 피해보상을 위해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일 뿐이다. 여당과 언론 현업단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는 용어로 배액배상제 효과를 과장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그 온상이 되고 있는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를 언론중재법 조정·중재 대상에 포함해 시민 피해구제가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짜뉴스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는 용어로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고민해야 할 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허위조작정보 등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의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피해를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때다.

 

배액배상제 핵심은 ‘입증책임 전환’이다

배액배상제가 엄청난 손해배상을 결정하는 미국 보통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아니더라도 언론으로 인한 시민 피해구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피해구제가 실효적이려면 관건은 ‘입증책임 전환’이다. 배액배상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진실하지 않은 보도를 할 경우가 요건이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지는지는 실효성의 핵심이다. 시민은 언론사와 비교해 상당한 정보 불균등 상태에 있다. 만약 시민들이 언론보도로 피해를 받았을 때 시민들에게 언론사의 고의성과 중대한 과실 등을 입증하라는 것은 손해배상 가능성을 심각히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당연히 언론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배액배상제가 도입된 국내 19개 법률 중 11개 법률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고의성,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보 불균등 상태가 분명한 시민과 언론사의 관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언론사에게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전제하지 않은 배액배상제 또는 3배 배상제 도입은 의미가 없다. 이번 법 개정에서 입증책임은 반드시 언론사가 지도록 해야 한다.

 

다만, 언론 현업단체들이 대기업, 정치인, 공직자 등 권력집단이 배액배상제를 활용해 전략적 봉쇄소송을 함으로써 언론의 비판을 차단하고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공감할 만하다. 따라서 일정 기준 이상 대기업과 정치인, 공직자 등 권력집단은 언론의 고의성과 중대한 과실 여부를 원고인 권력집단이 입증하도록 입증책임 전환에서 예외로 하더라도 기본적인 입증책임은 언론이 지도록 해야 한다.

 

배액배상제론 부족, 위자료 현실화 하라

우리나라 법원이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등 인격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위자료 산정을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니다. 2016년 대법원은 교통사고, 대형 재난사고, 영리적 불법행위와 함께 4대 불법행위 유형으로 명예훼손을 정하고 새로운 위자료 산정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명예훼손 위자료 기준금액은 일반피해가 5천만 원, 중대피해가 1억 원이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허위사실을 이용한 악의적, 영리적 목적으로 확인될 경우 특별가중 사유로 판단해 일반피해는 1억 원, 중대피해는 2억 원의 위자료가 각각 추가된다. 즉 명예훼손은 위자료를 가장 높게 가중할 수 있는 유형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언론보도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인용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경향이다. 언론피해 구제강화를 위한 배액배상제는 기본 요건과 손해배상액 상한선만 언론중재법에 규정되고, 인정여부는 결국 법원이 판단한다. 기본 손해배상액을 실효성 있게 판단하는 방향으로 법원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없으면 이번 배액배상제 역시 한계가 분명할 것이다. 언론피해 구제강화를 위해 배액배상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법원이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다.

 

여당은 배액배상제 문제점을 보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시민의 언론피해 구제를 강화하도록 노력하라. 더불어 위자료 현실화를 포함해 배액배상제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면밀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2021년 6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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