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현직기자 정치권 직행, ‘신권언유착’ 신호탄이 아니어야 한다
등록 2022.03.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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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사흘 만에 현직기자의 정치권 직행 사태가 재현되며 ‘신권언유착’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월 21일 외신 대변인에 조선일보 강인선 부국장을 임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인선 부국장 사표가 수리된 것은 3월 18일로, 강 부국장은 당일까지 조선일보에 기명칼럼 <강인선 라이브>를 게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변인 내정 발표일 오전 KBS 문화부장으로 보도본부 편집회의에 참석했다가 오후 청와대로 직행한 민경욱 전 국회의원 사례와 다를 바 없다.

 

강인선 부국장은 숙려기간 없이 정치권으로 직행한 것도 모자라 자사 윤리규범마저 지키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서 “정치 및 사회 관련 취재 기자와 부서장은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2016년 송희영 주필 향응접대 사건을 계기로 도덕적 기준을 높이겠다며 이듬해 제정한 윤리규범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6월 초까지 정치칼럼을 쓰던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역시 공백기간도 두지 않고, 6월 10일 ‘윤석열 대선캠프 첫 대변인’에 영입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가짜 사업가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임명 열흘 만에 돌연 사퇴하는 오명을 남겼다. 이렇듯 현직기자들의 잇따른 정치권 직행으로 허울뿐인 윤리규범이라면 조선일보는 아예 폐기하는 바가 낫지 않겠는가.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기간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일간지 출신을 포함해 전‧현직 언론인을 다수 영입했다. 지난해 동아일보 출신 이상록 대변인, 조선일보 출신 우승봉 공보팀장에 이어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고, 올해 들어선 지난 2월까지 시사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하종대 채널A 선임기자를 언론특보 겸 전라북도 선대위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선캠프 직행 사례였다. 심지어 이상휘 방송통신심의위원은 위촉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심의위원을 중도 사퇴하고, 윤석열 캠프로 직행한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올해 1월까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전·현직 언론인은 70여 명에 달한다.

 

전‧현직 언론인들의 정치권 직행은 선거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됐다. 언론인들의 부적절한 정계 직행이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들어왔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사마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이나 정치활동에 일정한 공백기간을 윤리기준으로 둔 이유다.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은 그 자체로써 정치권이 현직 언론인 출신의 언론계 영향력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어 더욱 문제로 지적돼왔다.

 

더욱이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기간 ‘민주당의 친여매체 동원’, ‘하수인 매체 동원’, ‘민주당에 장악된 언론 동원’ 등으로 편협한 언론관과 적대적 언론인식을 드러내 큰 우려를 샀다. 그랬던 윤 당선자가 현직기자인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을 곧바로 외신 대변인에 임명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인사’, ‘친여매체 유착’, ‘권언유착’ 말고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특히 조선일보·TV조선 등 조선미디어그룹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자와 배우자 김건희 씨 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지만, 사실상 검증보도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리어 관련 의혹 등을 적극 검증하는 언론을 향해 ‘친여매체’로 낙인찍거나 ‘문재인 정권과 친여매체들이 윤석열 죽이기에 나섰다’는 식으로 폄훼했다. 그런 주장대로라면 조선일보야말로 자사 출신 언론인을 계속해 영입하는 윤석열 당선자의 ‘예비 친여매체가 되는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당선자와 언론인에게 요구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현직언론인 영입으로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즉시 멈춰라. 언론인은 언론계 경력을 발판 삼아 정치권에 직행하는 과오를 더 이상 범하지 말라. 직업선택의 자유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공백기간을 거쳐라. ‘신권언유착’의 구태가 아닌 언론과 정치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보여주길 거듭 촉구한다.

 

2022년 3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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