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바다 건너 소식

페북 벌금이 3조라고?
김평호 (단국대학교 교수)
등록 2019.05.13 15:19
조회 174

지난 달 24일, 미국의 IT 분야 온라인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페이스북(이하 페북)이 적게는 30억불, 많게는 50억불 정도의 벌금을 예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로 다음 날인 25일, 뉴욕타임스는 뉴욕 주 검찰이 곧 페북 수사에 들어갈 것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달러 당 천원으로 환산하면 한국 돈 3조에서 많게는 5조. 도대체 페북이 뭔 죄를 저질렀길래, 상상조차 힘든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을 물며, 수사까지 받게 된다는 것일까? 그건 150만 페북 사용자들의 이메일 주소록 개인정보를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것. 150만 명의 이메일 주소록을 ‘동의 없이’ 수집? 이것이 그렇게 큰 벌금을 맞을 정도의 중한 범죄일까? 이해가 되나? 해서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해보았다. 

 

멋대로 팔아먹는 개인정보?  

지난 해 10월 1일, 참여연대는 ‘그 많은 내 개인정보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큰 규모의 개인정보 침해사건들을 정리한 자료집이다.  

 

직원이 몰래 팔아먹거나, 해킹 당하는 경우, 관리 소홀 등으로 한국에서 개인정보 침해 사건은 사실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웬만한 온라인 쇼핑몰, 주요 카드사, 통신사 등에서 수시로, 크게 벌어진다. 보고서는 그 10년간 무려 60억 건의 개인정보 침해사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 중 페북의 경우와 유사하게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자기들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이용해먹은 사례 두 가지만 들어보자. 

 

지난 2006-7년 당시 하나로텔레콤은 600만 고객의 정보를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동의 없이’ 수집하고 팔아먹었다. 두 번째, 2011-2014년 3년 동안 SK텔레콤은 전자처방전 사업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무려 7800만여 건에 이르는 처방전 내역을 수집, 팔아먹었다. 

 

이건 사실 페북의 침해사례 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침해당한 이용자 수도 페북은 고작 150만 정도고, 또 팔아먹기까지 한건 아니니까... 이 정보침해 건으로 하나로텔레콤이 받은 벌은 1억 8천 조금 안 되는 벌금과 소송원고들에게 4억 6천만 원 배상, 고작 6억 4천이 전부. 한편 SK텔레콤의 침해 건에 대해서는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으로, 추후 민사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한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건대 솜방망이 처벌 이상은 어렵다.    

 

개인정보 문제의 본질 

당연히 미국과는 법체계나 제도가 다르니 한국의 처벌사례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겠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랬다간 하나로텔레콤이나 SK텔레콤 등은 벌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국도 미국처럼 그래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위 처벌 사례가 보여주듯 개인정보 침해 건에 한국사회가 너무나도 무감하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근본적 이유는 한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개인’을 ‘돈 되는 데이터’ 정도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또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문제 삼으면 우선 돌아오는 반응은 ‘그것 땜에 너 뭐 피해본거 있어?’, ‘너 뭐 캥기는 거 있구나’ 등이 가장 일반적이다. 설득력 강한 지적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건 인신공격성 반발일 뿐 문제를 왜곡시키는 태도다. 남한사회 문제를 지적하자 ‘너 간첩이구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생각해보자.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사회가 구성원 각자, 즉 개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다. 근대사회로 진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적 토대는 개인에 대한 인식이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서의 개인’을 인정하고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 곧 사상의 자유를 가진 시민적 존재로서의 개인이 가진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민주사회가 유지되는 첫 번째 요건이라는 인식이다.  

 

‘정보의 자기결정권’은 시민적 주체로서의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이를 침해하는 기업에게 3조, 5조의 벌금을 매기는 것은 따라서, 반기업 좌빨 정부라서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정부가 취해야할 마땅한 조처이다. 개인정보를 데이터 산업진흥이란 명분을 걸어 돈 정도로 취급하려는 정부나 기업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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