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기사 거래 관행의 문제

힘내라! 경향신문 언론노동자들이여
김수정(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20.01.15 13:13
조회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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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지난 6일자 1면에 “경향신문사가 최고경영자를 공모합니다”라는 제목의 알림을 실었다. 자격에는 △언론에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진 분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진 분 △경영 및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분을 열거하고 “△편집권 독립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분”을 넣었다. 맨 마지막 내용은 2018년 최고경영자 모집 공고에는 명시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아무래도 이번 ‘기사 거래’ 사태를 고려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기업은 기사 삭제 대가로 5억원의 협찬금을 제시했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지난해 12월 22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성명에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독립언론의 소중한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썼다. 이번 일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이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사태의 발단과 배경이 된 기업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의 모그룹인 SPC그룹이다. SPC그룹은 지난해 12월 13일 1면과 22면 머리기사에 게재될 SPC그룹 관련 기사를 빼주는 대가로 협찬금을 제시했다. 이에 사장과 광고국장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기사 삭제를 부탁했다. 삭제할 기사의 내용은 중국에서 ‘파리바게뜨’ 상표 등록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으로 중국에서 수백 개의 점포를 연 SPC그룹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SPC그룹이 경향신문 사장과 광고국장을 통해 기사를 삭제하는 대가로 제시한 협찬금은 5억 원이었다.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는 기사가 삭제된 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내 게시글로 이 사태가 알려졌고 긴급 총회가 열렸다.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구하자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SPC그룹이 약속한 협찬금 수령 절차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 백기철 논설위원은 이 사태를 두고 “광고를 매개로 기업과 언론이 유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관련기사: [유레카] 언론, 광고, 촘스키의 프로파간다 모델, 2019/12/30). 상당수 한국 언론에서 이런 거래가 매우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고, 우리 언론이 제대로 서려면 기업, 광고로부터의 독립이 절실하다는 언론계 안팎의 탄식이 극에 달한지 오래다고 썼다. 말인즉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수익 창출을 이유로 기사를 두고 거래하는 경우가 허다할뿐더러 고치기도 어렵고, 고칠 수 있는 문제로 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나마 경향신문이었기에 이 사태가 공개됐고 또한 문제라는 인식을 일깨웠다. 뉴스타파는 △독자를 기만한 기사형 광고 △컨퍼런스와 포럼을 빌미로 기업에 대한 티켓 및 협찬금 영업 △홍보대행사를 브로커처럼 끼고 자행하는 기사 거래 등을 비판한 바 있다(관련기사: 뉴스타파 ‘언론개혁 대시보드 공개…언론사 부적절한 돈줄 추적, 2019/10/17). 언론의 신뢰가 바닥에 추락하는 줄 모르고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형태가 만연하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2015년 SPC그룹의 신제품 빵을 소개한 1단짜리 기사가 ‘1억 원 짜리였다’는 기사 거래 정황도 있었다(관련기사: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② 조선일보 기자들이 받은 비행기 티켓, 에르메스 그리고 전별금, 2019/1/29). 

 

오래된 관행․ 내면화된 언론 상업화에 균열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을 실행하는 언론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앞세운 기업의 관계로만 놓고 보면 변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둘 다 생존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거나 오랜 관행일 뿐 정도가 심하지 않도록 조정이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식의 답변을 양쪽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돈이 있어야 저널리즘을 유지할 수 있고 신뢰할만한 저널리즘을 펼칠 수 있다. 이 생산관계는 인정하되 뉴스를 상품으로 거래하는 방식의 유착이 종래엔 언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2019 언론인 조사’에서 언론자유도가 2017년 2.85에서 2019년 3.31점으로 크게 올랐다. 언론 전반에 관한 평가에서 기자들이 느끼는 언론 자유도가 2007년 3.35점의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중복응답)은 광고주라는 응답이 68.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편집․보도국 간부(52.7%), 사주․사장(46.4%), 기자의 자기 검열(32.5%)이 뒤를 이었다. 언론자유도를 높게 인식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 사실은 반갑다. 하지만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언론노동자(사주와 사장, 간부와 기자 자신)들이 언론 상업화를 내면화할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도 동시에 드러났다. 

 

경향신문 언론노동자들이 지금의 위기를 읽어냈고 조직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냈다. 개별 언론사 단위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지도 모른다. 어떠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계 공동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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