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허가·승인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판단 하라는 게 아니다
김서중(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등록 2020.11.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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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0년 초 언론계 초미의 관심사는 TV조선 재승인 여부였다. 그리고 세인의 우려와 예상대로 조건부 재승인으로 결정났다. TV조선은 중점심사항목인 ‘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배점 50% 미만 과락을 받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이런 경우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통과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소의 공적 책임’과 관련하여 ‘1년간 오보‧막말‧편파 법정제재를 5건 이하로 유지한다’라는 조건과 다음 재승인 심사에서 2020년과 동일한 항목에서 과락하거나 총점에서 낙제점을 받을 경우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TV조선 법정재제 6건, 재승인 조건 적용해야

 

엄격한(?) 조건부 재승인이니 방송통신위원회가 책임을 다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10월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정에 따라 TV조선이 받은 법정제재는 6건이 되었다. 그럼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의 재승인취소 여부를 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TV조선은 이 중 3건에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중인 법정제재는 계산에 넣지 않을 것이라는 속셈이다. 2018년에도 소송을 제기하고 재승인이 나자마자 소송을 취하한 전례로 보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건부 재승인을 하는 과정에 TV조선의 대응전략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에 대비해서 재승인 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 물론 TV조선이 소송을 제기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송을 하더라도 유보될 뿐 제외되지 않는다’라는 나름의 대응논리를 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으로 법적 해석을 소극적으로 한 결과다. 행정소송법 제23조(집행정지) 1항은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서 소송 제기 여부와 관련 없이 재승인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승인 제도의 취지에 맞춰 법 해석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일까?

 

MBN 승인취소해야 마땅한데 업무정지 6개월

 

재승인 결정을 앞둔 MBN의 경우도 답답하다. MBN은 종편 승인과정에 약속한 납입 자본금을 다 모을 수 없게 되자, 회사 자금을 이용하여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하여 승인을 받았다. 국가기관을 기만한 것이다. 방송법 18조 1항은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 승인취소 등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위 정보에 따라 승인이 이루어진 것이니 원인 무효이고 사실 자동 승인취소해야 마땅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6개월 업무정지’라는 처분을 내렸다.

 

방송사에 6개월 업무정지를 내린 것이 초유의 일이니 방송통신위원회가 책임을 다한 것일까? 사실 MBN은 허위 사실에 근거하여 승인을 받는 과정에 재무제표를 조작했다. 단기대여금을 부풀리고 단기차입금을 축소 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 직전까지 책임지지 않고 버티다 퇴직한 장대환 MBN 회장은 퇴직금으로 36억이라는 거금을 수령했다.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다시 기만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MBN 재승인 심사위원들은 이런 MBN에 낙제점을 주었다. 승인취소를 해야 마땅한 사안에 6개월 업무정지라는 면죄부를 준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이번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강한(?) 조건을 내걸어 ‘재승인’ 할까 심히 우려스럽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공성 보장 위해 최선 다해야

 

SBS 소유 이후 건설도급 순위 100위 밖에서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태영건설 윤세영 회장은 SBS 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해 SBS 자회사의 이익을 전유하고 지배권을 강화하더니, 이제는 태영건설과 방송사업의 분리를 명분으로 TY홀딩스를 설립하여 ‘옥상옥’ 지배체제를 강화하려 한다.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공익’ 사업자이다. 허가, 재허가라는 절차를 통해 그 자격을 심사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TY홀딩스 설립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사 구성원과 성실히 협의하라는 조건을 부과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TY홀딩스는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이제 SBS의 재허가 심사가 남아 있다. SBS 노조는 재허가 청문과정에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지상파 공공성 문제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심사위원이 소유·경영진의 요구에 맞춰 제작한 심사서류만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의견서만으로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올바른 심사에 매우 중요함을 모르는 것일까? 경영진은 나와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데, 공공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주체는 왜 기회를 가질 수 없을까.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 승인제도는 해당 사업자가 공공성을 책임지는 방송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라는 뜻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게 정치적 판단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그게 방송통신위원회의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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