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삽화로 ‘2차 가해’, TV조선이 퇴출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등록 2017.10.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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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방송사들은 최근 시사 프로그램에서 사고 사고를 다루는 비중을 높이며 민감한 정치 이슈를 조금씩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이 편파성과 왜곡‧오보로 불합격 점수를 받으면서 나타는 변화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건 사고를 다룬다고 해서 종편이 지닌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종편은 사건‧사고, 특히 성범죄를 다룰 때 매우 선정적인 삽화를 사용해 성범죄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곤 했습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할 뿐 아니라, 과도한 범죄 묘사를 금한 방송심의규정 위반이기도 합니다. 방송심의규정 제35조(성표현)은 “폭력적인 행위 및 언어를 동반한 강간․윤간․성폭행 등의 묘사”를 금하고 있고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역시 “방송은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폭력․살인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범죄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성범죄 관련 자극적 삽화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TV조선은 이영학 사건 등을 다루면서 선정적인 재연 삽화를 반복 노출했습니다. 

 

자극적인 ‘이영학 사건’ 빌미로 더 선정적인 삽화 사용한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16)은 경찰이 이영학 사건 ‘3대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영학 씨 의붓아버지의 이 씨 아내 성폭행 사건’을 다뤘습니다. 김미선 앵커는 “이영학 사건 의혹 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 바로 아내 최 씨 성폭행 사건”이라며 운을 띄웠는데요. 이후 TV조선은 이영학 계부의 성폭행 혐의, 혐의를 부인한 계부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삽화가 1분가량 노출됐습니다. 박상현 기자는 계부가 총기로 최 씨를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는데, 이때 화면에는 이영학 계부가 총기를 든 채 부인 최 씨의 옷을 잡아채고 있는 삽화가 등장했습니다. 피해자인 최 씨의 상체가 일부 노출되는 등 성폭행 장면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한 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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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 상황 과도하게 묘사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16), <김광일의 신통방통>(10/16)

 

이후 TV조선은 이영학 씨가 계부와 부인을 모두 데리고 가족여행을 갔다며 이를 이영학 씨의 ‘계부 성폭행’ 주장과 배치되는 논란으로 다뤘는데요. 이때 또 같은 삽화가 등장했고 그 옆으로 계부와 부인, 이영학 씨가 가족여행을 가서 찍은 가족사진을 묘사한 삽화가 추가됐습니다. 이 삽화는 똑같은 내용을 전한 <김광일의 신통방통>(10/16)에서도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다른 사건에서도 ‘방송 불가 삽화’…TV조선은 ‘2차 가해’를 멈춰라
이 뿐만이 아닙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19)은 또 다른 성범죄를 다루면서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삽화를 사용했습니다. 배우 A씨가 같이 촬영하던 여성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보도할 때 등장한 삽화입니다. 이 삽화 역시 성추행 상황을 과도하게 묘사했는데요.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의를 찢어 피해자의 상반신이 상당 부분 노출된 삽화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영학 사건 삽화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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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 상황 그대로 그려낸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16)

 

선정적 삽화는 TV조선의 ‘오랜 전통’?
TV조선의 부적절한 삽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됐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지난 6월 7일에도 성폭행과 가정폭력 사건을 보도하며 불필요한 삽화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의 경우 9월 6일, 농협 고위간부의 여직원 성희롱 사건을 보도하면서 성추행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선정적인 삽화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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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을 과도하게 묘사하는 삽화를 사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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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한 삽화를 사용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9/6)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성폭력 범죄 보도 권고 기준’에는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언론은 이런 권고 기준을 반드시 인지하고 TV조선과 같은 보도 행태를 지양해야 합니다. 

 

삽화 뿐 아니라 진행도 '2차 가해'

삽화뿐 아니라 범죄를 다루는 TV조선 진행자들의 태도 역시 문제입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16)에서 영화 촬영 중 성추행 논란을 다루면서 김미선 앵커는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피해 여배우는 가해자인 남성 배우 A씨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내가 연기에 몰입을 좀 했는데 너도 연기하는 데 도움됐지? 자, 이제 다음 장면 찍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뭐라고 답을 해야 될까 생각을 해 봤는데요. 극적 완성도를 위해서 남자 배우의 급소 등을 폭행한 뒤 ‘이렇게 하니까 선배 스토리가 더 탄탄해졌죠’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해 봤어요”


물론 이 발언은 성범죄 가해자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자칫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강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책임 전가’로 비춰질 우려가 큽니다.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자괴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성범죄를 다룰 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혐의 자체가 아직 논란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17년 10월 16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김광일의 신통방통>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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