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영화이야기] 변화는 아름답지 않다는 <뷰티 인사이드>
등록 2019.01.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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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것은 너의 겉모습이 아니라 너의 마음이야”

로맨스물에서 이런 밀어는 드물지 않게 나온다. 이 고백이 감동을 주는 이유 중에는 선택이라는 행위에 ‘겉모습’이라는 ‘조건’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로맨스 대중서사에서, 이러한 유형의 고백이 향하는 대상은 세속의 기준으로 훌륭하다는 외모를 가진 상대이다. 야수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 내면의 따뜻한 심성을 발견하는 <미녀와 야수>는 예외지만,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 백종열)는 다르지 않다.

 

날마다 외모가 바뀌는 애인인 우진에게 적응하기 어려워 마음의 병을 앓던 이수(한효주)는, 우진 없이 사는 것이 더 아프다는 것을 깨닫고 이국만리 체코로 떠나있던 우진을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며 같은 말을 한다. “나는 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너를 사랑하는 거야.”

 

영화는 약간 뚱뚱해 보이는 남자(김대명 배우)에서 시작해서 수십 명의 남녀노소, 외국인 등을 거쳐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유연석 배우)를 보여주는데, 하필 그 잘생긴 남자에게 이수가 고백을 하면서 던지는 말이다. “외모가 아니라면서, 실상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외모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라는 비난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비난 가능성은 <뷰티 인사이드>가 출발한 매일 외모가 변한다는 판타지적 설정 때문에 차단된다. 날마다 변하는 외모라는 것은 외모를 잘생겼거나 그렇지 않거나로 고정시키지 않는다. 어느 날 우연히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이고 그것은 항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영화 속 이수와 우진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밖 관객들도 안다. 그래서 이수가 말하는 ‘너의 겉모습’은 고정된 겉모습이 아닌 변화하는 상태를 가리킨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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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내가 어떤 모습이던 한결같다.”

열여덟 생일 이후 타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가는 삶을 꿈꿀 수 없던 우진에게 변함없이 한결같을 것 같은 느낌만큼 유혹적인 것이 또 있을까! 그는 혼자 차를 마시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일을 했다. 유일한 핏줄인 엄마(문숙), 그리고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상백(이동휘), 이 둘이 지구상에서 그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에게 대부분의 관계는 일회성이고, 한때에 불과했다. 여자를 만나고 잠자리를 가져도 다음 날 잠에서 깨면 달라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서둘러 도망나와야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마다 변하는 외모 때문에 모든 관계를 끊고 살아야하는 운명에 적응하여 매일의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였던 우진의 가슴에 이수가 들어온다. 늘상 다니던 가구 판매장 마마스튜디오를 들른 어느 날 ‘나무였다가 배였다가 이제는 또 이렇게 의자가’ 된 의자를 설명해주었을 때였다. 우진에게 그 설명은 겉모습은 변하지만 본질은 변함없는, 즉 우진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것으로 들린 것이다. 그 이후로 매일 다른 모습으로 그곳에 가서 일부러 그녀에게 가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진은 그녀와의 데이트 기회를 엿보게 되었고,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러티브 역시 변화라는 운명에 놓여있는 우진이 욕망하는 것은 이수라는 변하지 않는 안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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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너를 사랑하는 거야”

남성으로 태어나 17년을 평범하게 살던 우진은 열여덟 생일을 맞은 날부터 자고 일어나면 하루를 단위로, 노인이 되기도 하고, 여성이 되기도 하고, 아이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외국인이 되기도 하는 등으로 그 범위에 한계가 없는 듯이 외모가 변하는 불가해한 상황에 빠져 11년째 살고 있다. 기표가 과하다. 영화에는 얼핏 100명에 달하는 우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잉의 기표는 단지 인간의 모습을 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기표는 넘쳐나지만, 빠른 교체에만 공을 들여서인지, 소위 인간 김우진의 내용 혹은 본질이랄 수 있는 기의는 오히려 비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제목은 뷰티 인사이드, 즉 내면의 아름다움인데 정작 관객은 영화로부터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별로 없다. 잠을 자지 않는 것을 통해서 외모를 3일간 유지한 우진(박서준 배우)과의 데이트에서 이수는 우진이 유명한 가구 브랜드의 디자이너라는 점, 같은 음악 취향을 갖고 있다는 점, 가구라는 동질적인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정도를 알게 된다. 연속 삼일 데이트 끝에 그와 입맞춤을 나누고 난 이수는 혼자 꿈같이 읖조린다. ‘좋은 사람 같아.’ 이수가 아는 우진의 긍정적인 내면은 이 정도이다.

 

그래서 이수가 “나는 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너를 사랑하는 거야”라고 말할 때 이수가 생각하는 ‘그 안의 너’는 무엇일까를 관객은 각자 상상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상해보면, 이수가 생각하는 ‘그 안의 너’는 아마도, ‘매일 변하는 가짜 외모’ 자리에 반대되는, ‘불변하는 진짜의 내면' 어디쯤일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내면이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의 제목과 결합해서 아름다운 것이라고 의미를 고착한다. 그렇게 “내면은 진짜이고 변하지 않는다. 그래야 아름답다”라는 이 사회의 허위의식이 단순 재생산된다. 이것을 허위의식이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실제로 주위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아름답지 않은 내면들의 존재이다. 수없이 요동치면서 변하는 내면도 주위에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인 질서는 내면을 아름답다고 주장하는데, 그러한 주장 때문에 모든 내면은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강제할 수 있다. 이때 아름답다고 하는 내면은 변하지 않는 경우의 내면이다. 변하는 내면은 아름답지 않은 내면인 것이다. 즉 안정을 추구하는 내면이 아름다운 내면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말랑한 한 편의 판타지로맨스 영화에서도 지배이데올로기, 즉 변화가 아닌 안정이 아름답다는 허위의식이 재생산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유용한 텍스트라고 하겠다. ‘딱 거기까지.’

 

글  염찬희 회원,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