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영화가 매력 있는 이유
등록 2018.03.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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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음악이 빠진다면? 글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영화음악은 영화와 관객을 오래도록 잇는 매개체이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음악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에서 맷 슈레이더 감독은 100여 편 영화음악 자료를 수집해 위대하고 황홀한 순간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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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2049> 음악을 작곡한 한스 짐머(<덩케르크><히든 피겨스><인터스텔라><다크 나이트 라이즈><인셉션>), 존 윌리엄스(<라이언 일병 구하기><뮌헨><링컨>), 하워드 쇼어(<스포트라이트><반지의 제왕 시리즈><갱스 오브 뉴욕>), 앤니오 모리꼬네(<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시네마 천국><미션>)가 출연해 영화음악이 관객을 만나기까지 탄생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이들뿐이랴, 영화 보는 내내 니노 로타(<로미오와 줄리엣><태양은 가득히><대부>), 프란시스 레이(<개인교수><남과 여><러브스토리>), 헨리 맨시니(<티파니에서 아침을><해바라기><핑크팬더>), 모리스 자르(<아라비아의 로렌스><닥터 지바고>), 조르조 모로더(<미드나잇 익스프레스><네버엔딩스토리><플래시댄스>), 반젤리스(<불의 전차><블레이드 러너>), 히사이시 조(<동경가족><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키즈 리턴>) 같은 세계 영화음악 거장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1989년 12월 31일 일요일 자정. KBS FM [이선영의 영화음악실] 시그널이 흐른다. 영화 <대제의 밀사 Michel Strogoff, 1975> 중 블라디미르 코스마가 작곡한 ‘Nadia's Theme’. 1990년이다. 나는 대학생이 될 수 있을까? 12월 15일 치른 전기대학 학력고사에서 불합격하고, 재수할까 후기에 응시할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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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테이프에 라디오 녹음하던 시절
 
<이선영의 영화음악실>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근한 벗이었다. 해마다 연말 이틀 동안 '영화음악 베스트 20'을 선정해 발표했다. 기준은 청취자 리퀘스트다. 당시만 해도 관제엽서에 신청곡과 사연을 담아 보내고 내 엽서가 뽑히길 기다렸다. 카세트 데크에 공테이프를 꽂아두고, 어제에 이어 10위부터 1위까지 순위 발표를 기다리며 음악 녹음 준비를 마쳤다.

천천히 기억을 떠올렸다. 그해 어떤 영화 OST가 순위에 올랐던가. 테이프에 녹음한 1989년 ‘영화음악 베스트 20’은 그 후로 몇 년 동안 수없이 들었다. 지금 꺼내놓은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겠지만 얼추 모양새는 비슷할 거다. 재구성해본다.
 
먼저 89년 봄, 잔잔한 열풍을 몰고 왔던 소피 마르소 주연 <유 콜 잇 러브> 주제곡 'You call it love(캐롤린 크루거)'가 처음으로 순위에 올랐다. <마네킨>에서 그룹 스타쉽이 부른 'Nothing's gonna stop us now'도 안착했다. 엘튼 존의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오리엔트특급의 연인들> 주제곡 'Goodbye yellow brick road'는 여운이 짙다.
 
젊은 시절 톰 크루즈와 리처드 기어를 만날 수 있는 <탑건>과 <사관과 신사> 주제곡 'Take my breath away(베를린)', 'Up where we belong(조 카커&제니퍼 원스)',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 <더티댄싱> 'Time of my life(빌 메들리&제니포 원스)’는 주연 배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아시아 영화에서는 <영웅본색>이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켰다. 장국영이 직접 부른 '당년정(그때의 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구슬프다. <플래시댄스> 'What a feeling(아이린 카라)', <나자리노> 'When a child is born(마이클 홀름)'은 영화 내러티브가 음악에 고스란히 실렸다. 자베타 스틸이 부른 'Calling you'는 <바그다드 카페>와 함께 오랫동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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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권에 포진한 OST는 제목만으로 묵직하다.
 
소피 마르소가 14살 때 출연한 <라붐> 주제곡 'Reality(리처드 샌더슨)'는 상위권 단골손님이다. <라붐>은 1980년 프랑스에서 개봉한 후 한국에선 극장 개봉하지 않고 비디오만 출시했다.

80년대 중반 KBS에서 성우 더빙 버전을 방영했고, 2013년에야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정식 개봉했다. <닥터 지바고> 'Lara's theme', <내일을 향해 쏴라>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비제이 토마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햅번이 부른 'Moon river', 사이먼앤가펑클이 부른 <졸업> 주제곡 'The Sound of silence'가 상위권에 올랐다.

영화 <미션> 'Gabriel's Oboe'는 훗날 사라 브라이트만이 'Nella Fantasia'로 다시 불렀다. 잘 알려진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 'What is a youth' 첫대목은 "젊음은 격렬한 불꽃이에요."이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시네마 천국> OST 'Love theme'을 듣고 한 번쯤은 가슴이 뭉클했을 거다.
 
1989년 가장 사랑받은(선호하는) 영화음악은 무엇일까?
 
2위는 알리 맥그로우, 라이언 오닐 주연 <러브스토리> 'Theme from Love story', 1위는 <라스트 콘서트> 'Adagio concerto(스텔라를 위한 협주곡)'가 차지했다. 1,2위 여자 주인공 제니와 스텔라는 사랑하는 이를 두고서 먼저 세상을 떠났다. 1990년 1월 나는 재수를 포기하고 후기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여전히 영화음악은 라디오와 TV에서 애청자를 향해 흐른다. 봄이 오는 길목 OBS [전기현의 씨네뮤직], SBS 파워FM [박선영의 씨네타운], CBS 음악FM [신지혜의 영화음악], MBC FM4U [이주연의 영화음악]에 음악 한 곡 신청하면 어떨까.
 
김현식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