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새로운 가설의 어마한 설득력, <그날,바다>
등록 2018.05.09 21:23
조회 202

그날바다 포스터.jpg


 

2014년 4월 16일,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 순식간에 한척의 여객선이 중심을 잃고 크게 기울어 침몰하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는 진도 앞 바다를 항해하던 유조선 두라에이스호가 세월호의 침몰 상황을 목격하는 모습을 재연하면서 시작한다.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섬에 바짝 붙어 급회전을 하는 배 한척이 두라에이스호 레이더에 잡힌다. 그러나 그 배는 자신의 정체를 알리는 신호를 끄고 있다. 신경이 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배가 침몰하고 있다며 구조를 도우라는 연락이 관제사로부터 왔다. 그 후 구조를 두고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두라에이스호 선장에게는 이상했다. 침몰하기 시작한 그 선박, 세월호의 선원들이 보인 대처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구조 요청에 달려온 해경의 조처도 이상했다. 빨리 승객들을 구명조끼를 입혀서 바다로 탈출 시키라고 요청했지만, 여객선 선원들을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았고, 달려온 해경은 승객들에게 탈출하라는 방송을 하는 대신 선원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인근 관제센터는 구조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오는 민간 선박들에게 엉뚱한 위치를 알려줬다. 결국 300명이 넘는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한 채로 세월호는 물에 잠겼다.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것이 편견에서 벗어나는 길이요, 인간으로 존재하는 방법이다.
 
"세월호에 대해서 제가 아는 게 전혀 없었어요. 정부가 구조를 잘 못해서 대참사가 발생했다는 것 외에는... 그러다가"
 

movie_image.jpg

 


감독 김지영은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중 홍보 영상 제작 의뢰를 받으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탐구 과정에서 많은 의심들이 이어졌다. 사유하는 인간이라면 당연했다. 많은 의심들 중 침몰 원인에 대한 의심에 집중하기로 했다. 새로운 의제를 던지는 것인 동시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핵심적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월호의 급회전으로 침몰 사고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어떤 까닭에서인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대한민국 대부분의 이목은 승객 구조 상황에서의 문제에 쏠렸다. 침몰원인은 구조에서 보여준 문제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정부는 급선회 사고의 증거로 세월호 항적(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데이터를 내놨다. 그런데 군데 군데 비어있던 항적 자료들이 나중에 제시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날, 바다>는 세월호의 출발지인 인천항에서부터 사고가 발생한 진도 앞바다 섬 앞까지 세월호의 항적 데이터를 추적하여 분석하기로 한다. 이미 발표된 정부의 항적 자료들, 관제센터의 항적 자료, 해군의 레이더 항적도, 세월호 선원들의 진술, 첫 번째 구조에 나선 두라에이스호의 자료, 시뮬레이션 자료, 세월호 항적 원자료, 관계자 진수, 전문가 분석 등을 토대로 분석해서 결론에 도달한다. “정부의 항적도는 과학적으로 거짓이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는 단순 급선회로 침몰한 것이다’라는 정부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낸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항적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등의 과정을 관객이 어렵지 않게 따라가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정도로 친절한 다큐는 흔치 않다. 이 다큐가 잡은 주제에 대한 감독의 장악력 덕분인 것 같다. 침몰 원인으로 문제 의식을 집중하고 애니메이션, 그림, 자료화면, 인터뷰 등을 적절한 곳에 적합하게 이용하고 있어서, 한편의 잘 쓰여 진 논문을 읽고 난 느낌을 준다. 

침몰원인 하나의 문제만 풀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문제 풀이 과정에서 슬그머니 계속해서 몇 개의 의문들을 던진다.
 

세월호.jpg

 

 
직관과 과학의 합주가 아름답다.
 
“8시 30분 경 이전에도 세월호는 이상했던 것 아닐까?”
“세월호는 왜 급회전 전에 AIS를 껐는가?”
“만약에 일부러 껐다면, 그건 침몰하는 과정의 궤적을 숨기려한 것은 아닐까?”
 
이 영화에는 세 명의 발화자가 두드러진다. 항적 데이터와 세월호 경험자들의 진술을 교차 검증하여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론을 진두지휘하는 김지영 감독은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와 흔들림없는 표정을 유지한다. 감독은 세월호 문제에 선입견이 없던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영화를 시작한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자료를 검증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료를 검토하면서 직관적으로 의심을 제기하고 정서를 건드리는 역할은 또 다른 주요 발화자인 제작자 김어준이 맡는데,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도와서 최후의 퍼즐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말과 그때 그의 표정도 중요한 예로 꼽을 수 있다. 평소 중저음인 김어준의 목소리는 김지영감독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톤으로 느껴지는데 그것은 흥분한 표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역할은 이성적이며 과학적인 분석을 하는 김지영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김어준이 정부가 내놓은 데이터가 전부 다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김지영은 그 데이터를 전부 다 실증하는데 몰두했다.

이 둘의 합주는 우연이 아니라 구성의 힘이다. 과학적인 검증 과정을 머리로 같이 따라가던 관객들에게 학생들의 흔적을 자료화면으로 사이 사이에 삽입하여 가슴까지 따라오게 만드는 힘을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내레이터인 배우 정우성이 있다. 중저음 톤을 유지하며 또박 또박 진지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정우성의 목소리는 이 다큐에 신뢰를 더해주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그날, 바다>가 설명하는 “어떻게” 침몰했는지는 어마어마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 설득력 덕에 이 다큐가 남긴 숙제, 즉 “왜” 침몰했고 “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숙제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염찬희 영화평론가·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