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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논란’ 중앙일보 보도, 받아쓰고 모른척 하면 끝?
등록 2017.11.09 18:26
조회 29514

민주언론시민연합에는 시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제보 내용을 확인한 후 민언련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언론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보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보 낸 중앙일보, 받은 언론이 모두 ‘침묵’하고 있다? 
제보 내용 11월 7일 중앙일보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빈소에서 동료 검사가 “너희들이 죽였다”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보도한 이후 수많은 언론이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썼다. 그러나 지목된 검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런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나 사과보도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제보 확인 제보 내용은 일부 사실입니다. 특히 해당 보도 이후 중앙일보의 행보는 치졸해 보일지경입니다.

 

7일 중앙일보는 2면 머리기사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를 통해, 투신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빈소를 찾은 “한 현직 지청장”이 검찰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7일 2시46분 온라인에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라는 제목으로 송고되었습니다. 


중앙일보의 해당 보도 이후, 여러 언론이 ‘현직 지청장도 변 검사의 죽음에 검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며 이 익명의 지청장의 “너희들이 죽였다”라는 발언을 받아썼습니다. 일부 매체는 이를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드는 빌미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송고시간

매체

보도제목

보도내용

11/7 02

:46

중앙일보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11/7 05

:45

국민일보

<“가족에게 미안하다…억울하다” 변창훈 검사가 투신 전 보낸 문자>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지청장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11/7

09

:18

SBS CNBC

<조간브리핑/‘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의혹 검사 투신 사망>

한 현직 지청장이 문 검찰 총장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11/7

09

:42

신아일보

<“억울하고 원통하다”… 고변창훈 검사의 투신 전 문자>

한 현직 지청장은 술에 취해 “너희들이 죽였다”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11/7

11

:03

세계일보

<수능 앞둔 아들 앞에서 수색당한 변창훈 검사, ‘억울하고 원통하다’ 문자>

한 검사가 술에 취한 채 ‘너희들이 죽였다’고 항의했지만 문 총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1/7

14

:10

뉴스타운

<내로남불 정권, 과잉충성 ‘적폐청산 칼’에 변창훈 현직 고검검사 투신자살까지 불러>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11/7

16

:51

채널A

변창훈 마지막 문자 “억울”…유족 “뒤집어씌운다”

문무일 총장이 퇴근길에 빈소에 들렀다고 하는데 유족들 뿐 아니라 동료 검사들 사이에서도 격양된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현직 지청장이 문 총장을 비롯해서 지금 수사팀에 있는 검사들을 향해서 “너희들이 죽인거다”라고 소리까지 질렀다고 합니다.

11/7

17

:36

채널A

검찰 총수에 “너희가 죽였다”

문상을 온 한 현직 지청장은 “너희때문에 죽었다” 이런식으로 격한 말을 쏟아냈고요.

11/7

18:08

OBS NEWS

<윗선 향하는 ‘댓글 수사’>

현직 지청장이 문무일 총장에게 너희들이 죽였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11/7

18

:37

한국경제

<여론전·압박·구속에 집착…‘윤석열식 특수수사’ 도마>

고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유를 쉽게 추론해선 안 된다. 하지만 시발점이 검찰 수사임은 분명하다. ‘너희가 죽였다’며 빈소에서마저 검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11/7

21

:37

TV조선

<“하명수사 반드시 부메랑 된다”>

전원책 앵커: 어제 현직 지청장이 문 총장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하기도 했다던데, 검찰 내부 분위기도 말이 아니겠어요?

강상구 사회부장: 저도 아는 분인데, 그만큼 답답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검찰 간부도 대검 간부들이 다 듣도록 “차장님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에서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11/8

16

:31

채널A

선거법 위반 탁현민 ‘기소’…전병헌 의혹 ‘사라진 2억’?

기자 : 검찰 고위 관계자들이 격양된 모습을 보이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때 보도 자막 <현직 지청장의 비통한 고성 “너희들이 죽였다”>

11/8

17

:17

노컷뉴스

<“목숨걸고 수사하는데…” 변창훈 사망과 검사의 숙명>

엊그제 조문 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너희들이 죽였다"고 한 현직 지청장이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동료 검사의 죽음이 원통해도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11/9

09

:39

SBS

<취재파일/국정원 수사팀을 위한 변명>

과거 국정원 수사를 못하게 막고 수사팀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진실규명을 사실상 방해한 당시 검찰 수뇌부의 행동이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비극을 야기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울분을 쏟아내기에 앞서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과 자성, 책임론 제기가 있어야 한다.

11/9

09

:56

노컷뉴스

<Why 뉴스/국정원 관련 수사는 왜 죽음으로 이어지나?>

취재해보니 이 현직 지청장은 박기동 안동지청장인데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9

11:53

일요신문

<변창훈 검사 투신 후폭풍…“문무일 총장 책임져야”>

부장검사급 A 지청장은 조문을 온 문무일 검찰총장을 보고 술에 취해 “너희가 죽였다”고 큰 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에서는 용서될 수 없는 일이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11/9

12

:31

고발뉴스

<“‘너희들이 죽였다’ 고성, 현직 지청장 아닌 유족 측서 나온 것”>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6일 故 변창훈 검사 빈소를 찾았을 당시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쳤다는 보도와 관련해 권영철 CBS선임기자는 “박기동 안동지청장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11/9

15

:37

노컷뉴스

<"너희들이 죽였다"고 외친 검사는 없었다>

검찰의 수사를 받던 도중 사망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빈소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을 향해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는 중앙일보의 7일자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는 보도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대검 간부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한다.

11/9

15

:42

오마이뉴스

<현직 검사 사망 안타깝지만 적폐청산 멈출 수 없다>

변 검사가 사망하자 보수언론이 총 궐기하면서 일어선다. (…) 보수언론이 전한 관련 기사 제목 몇 개를 살펴본다.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중앙일보)

한마디로 정권의 청부수사로 별다른 잘못도 없는 젊은 검사가 희생되었다는 취지다. 변 검사의 희생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추진에 타격을 주고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11/9

15

:51

중앙일보

<검찰 ‘국정원 댓글수사팀’ 교체되나…법무부 “대검과 협의해 검토”>

한편, 변 검사의 빈소를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너희들이 죽였다”며 동료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 비슷했다”며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안타깝고 침울한 심정이어서 빈소에 가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1/9

16

:46

헤럴드경제

<“‘너희들이 죽였다’ 검사 빈소 고성, 현직 지청장 아닌 유족 측서 나온 것”>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6일 故 변창훈 검사 빈소를 찾았을 당시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쳤다는 보도와 관련해 권영철 CBS선임기자는 “박기동 안동지청장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 중앙일보 오보를 받거나 검증한 매체 목록(11/7~11/9)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가 보도를 내놓은 11월7일 오전 2시46분부터 11월9일 오후 5시까지 3일간 현직 지청장의 “너희들이 죽였다” 발언을 인용하여 보도를 내놓은 매체는 국민일보, SBS CNBC, 신아일보, 세계일보, 뉴스타운, 채널A, OBS NEWS, 한국경제, TV조선, 노컷뉴스, 고발뉴스, 일요신문, 오마이뉴스, 헤럴드경제입니다. 다만 보도 논조는 달랐습니다. SBS와 오마이뉴스, 고발뉴스는 ‘그런 말을 했다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노컷뉴스는 가장 먼저 이 발언의 진위 여부를 가렸으며, 이런 노컷뉴스의 지적을 받은 매체는 고발뉴스와 헤럴드경제였습니다. 


반면 이를 제외한 매체는 대부분 ‘변창훈 검사의 억울함’과 ‘검찰의 무리한 적폐 수사’를 부각하기 위해 이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특히 일요신문은 노컷뉴스 검증 보도 이후 <변창훈 검사 투신 후폭풍…“문무일 총장 책임져야”>를 통해 “지금 검찰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흉흉하다. 그냥 흉흉한 수준이 아니다. ‘정치검찰이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아 비판부터 ‘문무일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선배 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라며 “변 검사 사건으로 검찰 내부에 불고 있는 국정원 적폐 수사 흐름도 자연스레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속 보이는 전망을 내어놓았습니다. 
 


중앙일보, 이후 온라인 송고 기사 슬쩍 수정
또한 최초 보도를 내놓은 중앙일보는 11월7일 오전2시46분 송고한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 보도를 <변 검사 지인 “너희들이 죽였다”>로 수정하고 “이날 오후 8시쯤 문무일 검찰총장은 빈소에 와 눈물을 흘리며 조문했다. 그때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라는 구절을 “이날 오후 8시쯤 문무일 검찰총장은 빈소에 와 눈물을 흘리며 조문했다. 그 즈음에 빈소 한켠에서 ‘너희들이 죽였다’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은근슬쩍 수정했습니다.

 

이것이 지면 보도와는 다른, 별도의 기사일 가능성도 극히 낮아 보이는데요. 수정된 기사 속 ‘지면보기’를 클릭하면 문제의 7일 2면 머리기사가 있는 페이지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앙일보는 9일 내놓은 <검찰 ‘국정원 댓글수사팀’ 교체되나…법무부 “대검과 협의해 검토”>(11/9 https://goo.gl/w52Wkq)에서는 “한편, 변 검사의 빈소를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너희들이 죽였다’며 동료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 비슷했다’며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안타깝고 침울한 심정이어서 빈소에 가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직 지청장이라는 표현을 ‘동료들’이라는 표현으로 순화하고 ‘보도된 내용과 비슷했다’라는, 불분명하지만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소개한 겁니다. 원 보도에서는 사실관계를 불분명하게 수정해놓고, 또 정작 후속 보도에서는 ‘원 보도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인데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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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이전 중앙일보 온라인 송고 기사 갈무리
 

결국 이는 보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현 언론 지형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7~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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