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조선일보, ‘이재명 조폭 연루설’ 키우면서 ‘허위 돈다발 사진’ 침묵
등록 2021.10.27 11:30
조회 1366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지사가 받은 돈뭉치’라며 제보받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5만 원 권과 1만 원 권 돈다발이 렌터카, 라운지 바 명함 등과 함께 놓인 사진입니다. 김 의원은 성남지역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측근들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억 원가량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 씨에게서 받았다는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돈다발 사진엔 ‘박철민 진술,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시절 전달된 현금 5천만원’이란 제목이 달렸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허위로 드러났습니다. 2018년 박 씨가 본인 SNS에 과시용으로 올렸다는 사진과 김 의원이 근거라며 가져온 사진이 같았던 겁니다.

 

다음날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쨌든 돈다발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착잡하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사실 확인 없이 국정감사에서 제보 내용을 공개한 김 의원의 실책이 크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언론이 허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허위 돈다발 사진’을 아무 비판 없이 ‘나몰라라’ 한다는 점입니다. 이중 조선일보는 사진을 제보한 박 씨 입장을 계속 보도하며 오히려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허위 돈다발 사진’ 묵묵부답

종합일간지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보도건수

9

4

7

8

6

4

11

6

6

7

경제일간지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보도건수

4

3

5

△ 김용판 의원 주장 및 허위 돈다발 사진 일간지‧경제지 보도건수(10/19~25) ⓒ민주언론시민연합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다음날인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1주일간 10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에 나온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단연 조선일보가 두드러집니다. 13개 신문 중 보도량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박 씨 입장을 연이어 보도하며 이 후보와 연관성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10월 19일 사설 <대통령 후보에 ‘조폭 연루설’ 이라니, 이 지사 “소송”만 말고 설명을>에선 김 의원의 허위 돈다발 사진에 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이 후보가 조폭 연루설에 대해 “왜 허위인지 논리적‧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 지사는 ‘법적 조치’에 앞서 국민에게 소상한 설명을 하기 바란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엔 <여 “조폭이 올린 돈뭉치 사진, 공작냄새 풀풀 난다” 제보자 부친 “아들은 거짓말 안해… 조작 왜 하겠나”>(10월 20일 박국희 주희연 조철오 기자)에서 박 씨 아버지를 인터뷰해 ‘박 씨는 거짓말은 안 한다’, ‘그 사진을 일부러 만들어 조작을 왜 하겠나’ 등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 주장이 사실인지, 허위 돈다발 사진 문제는 무엇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김용판.jpg

△ 허위 돈다발 사진 제보자 주장을 그대로 전달한 조선일보(10/20)

 

조선일보·문화일보, ‘조폭 연루설’ 힘 싣기

대부분 신문의 관심이 낮아진 10월 21일에도 조선일보는 <여 “이재명에 돈 줬다는 건 가짜정보” 박철민 “확실히 전달, 이와 차도 마셔”>(10월 21일 박국희 조철오 기자)를 통해 “박씨는 이날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추가 진술서에서 ‘거짓이면 제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다”며 그가 진술한 상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이어 <‘이재명에 조폭 돈 20억’ 박철민 폭로 진실공방>(10월 22일 조의준 박국희 기자), <조폭출신 이준석 “박철민, 근거 있냐”…박철민 “2주 안에 자료 완벽공개”>(10월 25일 박국희 기자) 등을 통해 박 씨 진술을 중계하며 ‘진실공방’이란 입장을 부각했습니다.

 

그러나 박 씨 주장을 매일 소개하다시피 하면서도 조선일보는 ‘허위 돈다발 사진’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야 “이, 조폭 돈 20억 받아”…여 “돈다발 사진은 가짜”>(10월 19일 박국희 유종헌 기자)에선 해당 사진을 ‘김용판 의원이 이 지사에게 건네진 돈이라는 취지로 공개한 돈 사진’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사진 진위보다 취지가 중요하다는 김 의원 해명과 비슷한 취지의 설명입니다.

 

문화일보도 조선일보만큼이나 ‘조폭 연루설’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진이 허위로 밝혀지자 박 씨는 10월 20일 변호사를 통해 추가 진술서를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문화일보는 <“이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0억을 수차례 전달은 사실”>(10월 21일 이은지 기자), <사설/이재명 ‘조폭 돈’ 의혹 더 구체적 폭로, 충격적이다>(10월 21일), <시론/이재명의 ‘그분‧조폭‧김부선’>(10월 22일 김종호 논설고문) 등에서 박 씨의 추가 진술을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다만, 허위 돈다발 사진 문제를 아예 외면한 조선일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문화일보는 ‘돈다발 사진은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제보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조폭 돈다발’ 사진 속 명함에 기재된 업소, 2015년엔 없어>(10월 19일 김성훈 기자)에서 “제보자 박철민 씨가 공개한 돈다발과 함께 찍힌 명함에 있는 ‘롯데스카이라운지’는 적어도 2015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박 씨의 전체 제보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부 내용은 오류거나 사실이 아닐 소지가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설/성남 조폭 “공생 관계” 주장…여후보 웃어 넘길 일 아니다>(10월 19일)에선 박 씨 주장이 “너무 구체적”이라며 힘을 싣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서울경제, ‘조폭 20억 지원’ 1면 게재

결국 김 의원이 주장하려던 바는 ‘이 후보가 조폭 조직으로부터 20억 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정적 근거로 내민 돈다발 사진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해당 주장은 힘을 잃게 됐습니다. 물론 박 씨가 내민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공익제보서 등이 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언론이 이를 보도할 때는 사실을 교차검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화제가 된 탓인지 일부 언론은 제목에 그대로 박 씨 주장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 <야 “이, 조폭 돈 20억 받아”… 여 “돈다발 사진은 가짜”>(10월 19일 박국희 유종헌 기자), <‘이재명에 조폭 돈 20억’ 박철민 폭로 진실공방>(10월 22일 조의준 박국희 기자), 문화일보 <“이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0억을 수차례 전달은 사실”>(10월 21일 이은지 기자), 서울신문 <야 “조폭 돈 20억 받았는지 해명해야” 이 “흐흐흐… 학예회냐 기자회견해라”>(10월 19일 신형철 기자), 서울경제 <야 “이재명, 조폭 20억 지원받아”…이 “면책특권 제한해야”>(10월 19일 구경우 박진용 기자) 등이 그것입니다. 서울경제는 1면에 해당 기사를 실었습니다.

 

서울경제1면.jpg

△ ‘조폭 20억 지원’ 제목 기사 1면에 실은 서울경제(10/19)

 

경향신문‧한국일보, 허위 돈다발 사진 비판

대통령 선거 후보에 대한 검증은 여야를 막론하고 필요합니다. 선거 때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국민이 후보자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언론이 철저한 정책 및 도덕성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이 정치적 편향에 따라 부실한 근거를 갖고 특정 후보에 대해 허위 의혹을 제기하거나, 이로 인한 불필요한 정쟁을 야기해 정작 필요한 검증을 막는 문제가 선거 때마다 지적돼 왔습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여야는 대선 후보 청문회로 날려버렸습니다. 언론이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기는커녕, 정쟁의 장이 돼버린 국정감사를 단순 중계하는 데 그치진 않았나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허위 돈다발 사진 공개의 경우, 이 후보 검증과 별개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정치 공세에 이용한 행태는 언론의 비판이 필요했습니다. 해당 사진을 ‘논란’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허위사진, 가짜사진으로 지적했어야 합니다. 대부분 언론이 ‘진위 논란’ 보도에 머물렀지만, 이를 비판하고 따져 물은 언론도 있습니다.

 

사설을 통해 비판한 곳은 경향신문 <확인도 없이 가짜 ‘돈다발 사진’ 제시한 무책임한 김용판>(10월 20일)과 한국일보 <김용판 ‘돈다발 사진’ 허위 폭로, 어처구니없다>(10월 20일) 입니다. 경향신문은 “김 의원의 무책임한 폭로는 의원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국정감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이다. 김 의원은 가짜 사진을 제시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소속 의원의 무책임한 행위를 엄정하게 다스려야 한다”며 “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일보도 “국회의원의 자질과 윤리 의식을 의심케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벌어지는 정치 현실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국정감사가 이 후보 해명 마당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김 의원 같은 저질 정치인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 <이재명 조폭연루설 주장하며 ‘가짜사진’ 증거 내민 국민의힘>(10월 19일 김미나 서영지 기자), <민주당 “김용판 정치공작”…허위 돈다발 사진에 총공세>(10월 20일 최하얀 서영지 오연서 기자)와 서울신문 <전두환 옹호·고발사주·허위사진 여, ‘삼중 카드’로 국민의힘 압박>(10월 21일 신형철 기자) 등도 가짜사진, 허위사진, 허위 돈다발 사진 문제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0월 19~25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끝>

 

 monitor_20211027_07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