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중대재해법 보도② 기업보다 더 기업 걱정한 언론, 한국경제 3개면 ‘경영계 우려’ 부각
등록 2022.02.03 09:07
조회 169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발표한 2021년 11월 17일부터 2022년 1월 2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첫 번째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 입장을 대변한 보도를 정리한 모니터 보고서 <중대재해법 보도① “사고나면 교도소” “중대재해법 지뢰밭” 기업만 대변>을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 순서로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하거나 경영계 입장을 바탕으로 중대재해법 모호성을 부각하고 정부 비판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중대재해법으로 고용시장 악화 우려?

 

한국경제 “채용시장 후폭풍”, 고용노동부 “사실 아냐”

1.jpg

△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채용 불이익이나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한 한국경제(2021/12/1~2021/12/7)

 

한국경제는 <취재수첩/채용문화까지 바꾸는 중대재해법>(2021년 12월 1일 곽용희 기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채용 불이익이나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했습니다. “자칫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가 재해로 이어질 경우 CEO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서 채용문턱을 높인다는 겁니다. 엿새 뒤에도 취재수첩 내용을 반복하고 확대했습니다.

 

12월 7일 1면 <“건강검진 재검만 나와도 채용 안한다”>(백승현‧곽용희 기자)에서 “기업들이 건강검진을 대폭 강화”하고 “재직자 병력을 찾아내 전환배치” 하는 등 “채용시장이 중대재해법으로 후폭풍”을 맞았다고 전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시장 문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형사처벌 등 과도한 규제 탓에 기업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는 김경연 한국의학연구소 직업환경의학본부장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3면은 ‘중대재해법 후폭풍’이라 이름 붙인 뒤 <“심혈관계 질환 의심 땐 안뽑아”…채용 문턱 더 높이는 중대재해법>(곽용희‧백승현 기자), <기저질환 직원은 야간근무서 배제…재직자 관리도 ‘비상’>(곽용희 기자), <“법 시행 후 헌재․대법 판단 대상될 것” 현직판사도 문제 있다는 중대재해법>(백승현 기자)을 나란히 실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경제 보도 당일 반박자료를 내고 기사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경영책임자 고의가 없어도 중대재해 발생만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여야 하며, 산업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업무로 인한 것이 명백”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종사자 개인의 고혈압이나 당뇨,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바, 질병의 원인이 업무로 인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C도 한국경제 보도 반박, 우려보다 제도 안착 중요

한국경제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가 반박자료를 냈지만, 한국경제와 비슷한 보도는 이어졌습니다. 채널A가 <“60 넘으면 다칠까봐 안 써” 인력시장 불똥>(1월 24일 구자준 기자)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이 뚝 떨어졌다”며 “더욱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법 시행을 앞둔 시점,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걱정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채널A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만 부각할 뿐 법안 미비로 인한 노동자들의 희생이나 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MBC는 팩트체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았는데요. <알고보니/중대재해법 때문에 몸 아프면 안 뽑는다?>(2021년 12월 8일 전준홍 기자)에서는 “(채용대상자가) 기저질환이나 가족력이 있을 경우 법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건강검진을 무조건 채용기준으로 삼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전한 겁니다. MBC는 “더 이상 중대재해법을 기업에 대한 발목잡기라며 우려만 하기보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더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jpg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왜곡 보도를 팩트체크한 MBC(2021/12/8)

 

‘경영계 우려’ 근거로 중대재해법 해설서 비판

 

고용노동부 해설서 배포에도 ‘모호하다’ 입장 반복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2021년 11월 17일)를 배포했습니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계속해서 규정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반발해왔는데요. 고용노동부가 해설서를 통해 법에 명시된 중대산업재해와 경영책임자 등 정의를 명확히 하고 경영책임자에게 부여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해설서 배포 이튿날인 11월 18일, 한국경제를 포함한 일부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하다’는 기업 입장을 싣기 바빴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당시 노동계에서 지적한 ‘5인 미만 사업장 법 미적용’이 해설서에서도 구체적으로 명시됐으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와 달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 점을 외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영계 입장만 받아쓴 것입니다.

 

한국경제 3개면에서 기업 입장 대변

한국경제는 11월 18일 1면 머리기사로 <고용부 “중대재해 최종 책임은 결국 CEO”>(백승현‧도병욱 기자), 3면 머리기사 <해설서까지 나왔지만…중대재해 처벌기준‧책임 소재 여전히 ‘안갯속’>(곽용희‧백승현 기자)와 아래 3단 기사 <안전 전담조직은 본사에…2명 이상 둬야>(곽용희 기자), 35면(오피니언) <사설/해설서도 ‘알아서 지키라’…중대재해법 연기가 답이다>(11월 18일) 등을 싣고 대대적으로 경영계 입장을 부각하는 데 나섰습니다.

 

경영계 우려만 전한 것은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 <“안전 담당하는 임원 있어도 중대재해 땐 대표도 처벌”>(곽래건 기자), 동아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정비하고 스마트 안전기술 확대해야”>(최동수 기자), 매일경제 <안전담당 임원 권한없으면 CEO가 중대재해법 책임>(김희래 기자)은 고용노동부 해설서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과잉 입법이란 입장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3.jpg

△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전하며 기업입장 대변한 신문기사 제목(2021/11/18)

 

한국경제 <해설서까지 나왔지만…중대재해 처벌기준‧책임 소재 여전히 ‘안갯속’>(곽용희‧백승현 기자)은 “(해설서에서)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영책임자’와 관련한 고용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경제 <중대재해 땐 오너까지 법정행…‘안전관리’ 기준은 기업에 떠넘겨>(양종곤 기자)는 “고용부의 해설서를 보면 경영계의 ‘갈증’이 완전하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같이 중대재해법 해설서가 모호하다고 비판하면서도 ‘경영계 입장’만 강조할 뿐, 노동계 입장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4.jpg

△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전하며 경영계 우려뿐 아니라 노동계 우려도 전한 SBS(2021/11/17)

 

반면, SBS는 <“중대재해 최종 책임은 대표이사가 져야”>(11월 17일 전형우 기자)에서 “(해설서에서 처벌대상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즉 기업은 대표이사, 행정기관은 기관장’으로 못 박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내용 중 불분명했던 경영책임자 의미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안전책임자 개념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경영계 우려를 전하며,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근로와 휴게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이 포함되지 않아 과로사의 중대재해 입증이 어렵다”는 노동계 우려도 함께 전했습니다.

 

노동자 희생 잇따르는 현실, 중대재해법 취지‧보완 우선 보도해야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특수고용 비정규 노동자 희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세기업‧건설‧여성‧이주노동자들도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앞두고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인한 노동자 실종과 죽음, 포항제철소 용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등 노동자 희생 사고는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전체 산업재해 80%가량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그마저도 적용이 유예돼 법 실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배포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는 플랫폼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현장실습생 등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종사자가 5인 이상이어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를 상시근로자로 보지 않은 해설서 내용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언론은 경영책임자 처벌만 우려할 뿐 노동자 희생과 죽음에 대해선 눈 감고 있으면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생명안전 시민넷은 1월 25일 오전 ‘대선캠프 초청 국민 생명안전 대토론회’를 열고 노동자 생명안전을 위한 각종 대책과 법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대선 후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거나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선 후보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1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 적용범위를 모든 사업장으로 넓히고 법 적용 유예기간을 삭제했으며, 중대재해 범위를 넓히고 처벌 대상자를 더 명확히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법 적용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 지가 논의되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지향해야 할 바를 분명히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권영국 변호사가 말한 대로,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처벌 1호가 되지 않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앞날을 걱정하는 건 기업만이 아닙니다.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외면한 채 기업 입장을 충실히 전하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희생이 잇따르는 현실에서 기업 걱정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보완할 내용을 먼저 짚고,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아주는 게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일 텐데 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17일~2022년 1월 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1년 11월 17일~2022년 1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monitor_20220203_01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