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에 대한 조중동 기사」관련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
등록 2013.08.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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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비판'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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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KBS가 새롭게 시작한 한 프로그램에 대해 사설까지 동원해 비판하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오고 있다.
이들 수구언론은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시민프로젝트-나와주세요>가 전두환씨의 추징금 미납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 '인민재판' 운운하며, 방송의 오만함과 선정성의 극치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수구언론의 이 같은 발언이야말로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에 다름 아니다.
단순히 현장을 생중계하고 책임 당사자들을 스튜디오로 불러내는 것이 '인민재판'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날 <나와주세요>에서 나온 연희동 생중계 장면은 총 37분 가운데 4분도 되지 않았다. 또한 '생중계' 형식 자체가 수구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파파라치'식도 아니었다. 현장 생중계는 일반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기 위한 고정된 코너다. 이 프로그램이 '파파라치'식의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겠지만, 현장 생중계만으로 '인민재판' 운운하는 것은 무리한 비판이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은 자료화면을 통해 왜 전두환씨의 '추징금 미납'이 사회적인 공분을 자아내는 지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어, 시사다큐와 오락프로그램의 형식을 결합시킨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전두환씨의 인권침해를 우려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감정으로 대할 일이 있고, 이성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미 사법당국이 추징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조선데스크) "아무리 추징금을 내지 않고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해도 그에 대한 처벌이나 응징은 사법부의 소관이다. 방송이 무슨 권한으로 그 집 앞에 가서 소란을 피우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은 법을 초월한 사생활 침해요, 명예훼손이다"(중앙일보 사설) "전씨가 과거에 저지른 죄악과 지금의 행동이 아무리 밉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의 소관이다"(동아일보 사설)라며 KBS가 '전두환씨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의 폭력적 통치에 저항해온 수많은 양심적인 시민들을 '용공'과 '빨갱이'로 매도했던 수구언론들이, 국가 폭력의 '주구'인 전두환씨를 두고 인권 운운하는 작태는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80년대 '전두환 장군' 운운했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변하지 않은 '충성맹세'의 연장으로 보여진다.


개그맨 출연을 비판한 것 역시 온당치 못하다. 조선일보는 <조선데스크>에서 "가십성 스캔들도 아니고 엄중하게 따져물어야 할 추징금 문제를 놓고 개그맨들이 포함된 패널들이 '나와주세요'를 합창했다"며 문제삼았다. 이어 조선은 사설에서도 "KBS가 개그맨들까지 동원한 오락프로그램 형식으로 전씨에게 공개적인 망신과 봉변 주기를 시도한 천박함은 전씨에 대해 분노하던 사람들마저 TV화면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며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게시판 의견이라며 "이런 민감한 사항을 취급하면서 개그맨 등을 출연시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모욕이자 조롱"이라고 보도했다.
첫 방송에서 일부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개그맨'이어서 '무게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없다'는 식의 접근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갖고 있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KBS의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는 '개혁'과 '참여'가 사회 전체의 화두로 제시되는 현 시점에서 생활주변의 부조리에 대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짜임새나 스튜디오 토론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강남에 안전구역을 설치하라'의 경우 범죄사각지대 CCTV설치가 '범죄예방'의 순기능 외에 '인권침해' 가능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CCTV에 노출된 시민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던 점이 그렇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문제를 평가하지 않고 특정한 요소만을 부각시켜 이를 '인민재판' 운운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온당한 평가라 볼 수 없다. 오히려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가 애초 취지를 견지해나갈 수 있도록 생산적인 비판을 해야 할 것이다.
KBS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공격에 연연하지 말고 그동안 주류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주제들을 적극 발굴해, 깊이 있는 토론과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아울러 고정패널 보다는 주제에 맞는 다양한 사람들을 패널로 출연시킨다면 스튜디오 토론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2003년 7월 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