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시론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에 대한 민언련신문모니터위원회 논평(2003.10.6)
등록 2013.08.07 15:46
조회 348

 

 

 

한나라당 중구 지구당위원장 박성범씨까지 동원한
정연주 사장 흔들기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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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일) 한나라당 중구 지구당 위원장 박성범씨가 조선일보에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이란 칼럼을 기고했다.
박씨의 칼럼은 근거 없는 주장과 사실 왜곡, 비약으로 넘쳐난다. 우리는 이른바 '언론인 출신'인 박씨가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인을 공격하는 칼럼을 썼다는 데 대해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의도'가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통해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든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정지작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박씨는 지난 9월 27일 KBS가 방송한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이 송두율 교수를 '미화'했다면서 이를 정연주 사장의 '이념문제'로 몰아갔다.
<한국사회…>가 송두율 교수를 '미화했다'는 것도 지나친 주장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정연주 사장의 문제로 몰아가기 위해 박씨가 동원한 사실의 왜곡과 비약은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우선 박씨는 정연주 사장이 송두율 교수와 '연루'되어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박씨는 "송두율씨와 KBS 정연주 사장, 이종수 이사장과는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였음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며 "정 사장은 한겨레 논설주간 시절 송두율씨를 해외 칼럼니스트로 선임해 그의 글을 신문에 여러 차례 게재하였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의 주장과 달리 이미 KBS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은 "당시 칼럼니스트 선임은 논설위원이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며 송 교수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박씨는 송두율 교수와 정 사장을 근거 없이 연결시키더니 '간첩단 사건'까지 운운하며 정 사장에 대한 이념 공세를 퍼부었다.
박씨는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이 93년에 있었던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며 "정 사장의 간첩사건 관련 여부는 현재로서는 진위가 쉽사리 가려질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간첩연루설'은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정 사장의 반박에 엉뚱한 답변을 하는 등 이미 국정감사 현장에서 근거 없음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이원창 의원의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행각은 '파행국감' '정략적 국감'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논란의 당사자였던 황인욱씨는 직접 KBS로 전화를 해 정 사장이 당시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충분히 해명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박씨가 또 한번 근거 없는 주장을 언급한 것은 정 사장에 대한 의혹을 부풀리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박씨가 KBS 경영진이 <한국사회…> 제작에 관여한 것처럼 서술한 것도 왜곡이다.
박씨가 KBS에 재직하던 당시에는 경영진이 일선 제작 프로그램 하나 하나까지 간섭하고 결정했는지 모르겠으나, 정연주 사장은 국감에서 "사장은 일선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지 않는다. 내용의 문제는 심의평가실과 시청자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히 걸러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사회…>의 제작진 또한 박씨의 주장을 "어이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우리는 박씨가 KBS에 재직하던 시절 독재정권 아래서 '상명하복'식의 문화에 젖어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 프로그램이 "송두율씨의 귀국과 관련해 앞장서 그의 입장을 두둔하고 과거행적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서둘러 제작 방영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위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는 박씨의 주장 또한 지나치게 자의적인 주장이다.
지난 2일 KBS국정감사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함께 시청 한 민주당 심재권, 정범구 의원, 통합신당 김성호 의원은 <한국사회…>가 "편향되지 않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한 의원은 "주인공은 송교수가 아니다. 송 교수가 나오는 부분은 전체 오분의 일 정도"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금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과 한나라당은 송두율 교수 사건이 터지자 '호기'라도 만난 듯 평소 못마땅한 집단과 인사들에 대한 이념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은 억지 주장으로, 수구언론들은 왜곡편파보도로 사회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좌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의제설정의 왜곡'이다.
송두율 교수 문제는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밝혀내고, 밝혀진 사실에 따라 남북관계와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고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은 송 교수 건을 엉뚱하게 KBS와 정연주 사장과 연결해 '핑퐁식 주고받기'로 사건을 확대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박성범 위원장의 시론 역시 이 같은 '조선일보-한나라당 커넥션'의 연장선장에 있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가 박씨를 '전 KBS 방송총본부장, 한서대 교수'라고 소개한 것도 정직하지 못한 처사다. 현재 박씨는 한나라당 중구 지구당 위원장이며, 내년 총선 출마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그만 둔지 10년이나 된 과거의 직함을 차용해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저급한 동맹'을 은폐하고 있다.
박씨는 시론에서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을 잡을 때 KBS의 설 땅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박씨에게 묻는다. 박씨는 이 같은 이야기를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 박씨가 KBS 뉴스9 앵커시절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권력에 부역했고 그것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박씨가 현재의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KBS를 두고 '권력과 손을 잡는다'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박씨의 자숙을 촉구하는 한편, 우리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에게도 당부한다. 더 이상 구시대적 이념공세로 KBS를 흔들려하지 말라.

 


2003년 10월 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