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김창균 기자의 정치파일'」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2.9)
등록 2013.08.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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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 이간질이 '취재파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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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창균 기자의 정치파일' 코너가 물의를 빚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 11일 사고를 통해 "그날 그날의 정치뉴스가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의 뒷얘기"를 소개한다고 밝히며 '정치파일' 코너를 신설했다. 그러나 그동안 두 차례 실린 '정치파일' 코너는 '이간질'을 통해 갈등을 부추기려는 '저질 관전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첫 번째 '정치파일' 기사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정치행보를 다뤘다. 김 기자는 이 기사에서 정 의장이 정치권에 진입하게 된 과정과 이른바 민주당 '정풍운동' 과정에서 있었던 뒷 이야기를 썼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취재원'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써 '기자의 넋두리'인지 '기사'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이 같은 문제는 오늘(9일) 개제된 <한석이라도 많아야 살아남는다/ 민주·열린우리당 '총선 사생결단'>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났다. 이 기사에서 김 기자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전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양 당의 '민심'이라는 '미명'으로 예시된 양당 관계자의 예민한 사안에 대한 발언 역시 대부분 취재원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기사화되었다.
'열린 우리당보다 한 석만이라도…'(민주당 관계자들), "열린 우리당 를 떨어뜨리려면 정도는 내보내야 한다"(취재원 없음),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 민주당은 심리적으로 붕괴된다. 그러면 우리가 손쉽게 1당이 될 수 있다"(열린우리당 한 관계자), "민주당을 왜소한 수준으로 찌르러뜨려야 한다…총선 후에도 민주당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그 예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정치행위를 '전쟁'과 약육강식의 세계에 비유한 선정적인 문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도 "시간이 흐르고 총선이 가까울수록 양당간 전투는 격렬해져만 간다", "그 결과에 따라 먹고 먹히는 청산절차가 진행될 것",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궁극적인 주적과는 원거리 포격을 주고받고, 당면한 주적과는 피비린내 나는 육탄전을 벌일 것…" 등 정치판을 싸움으로 만들고 선거를 전투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이 같은 내용을 기사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정치파일'이라는 이름으로 기사화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양 정당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을 취재원도 밝히지 않고 기사화 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조선일보의 이번 기사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및 양 정당 지지자들의 '감정싸움'을 격화시키려는 의도로 씌여진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본지'를 '3류 주간지'로 전락시키려는 것인가. 기사의 ABC도 갖추지 못한 기사로 '선거판'을 이전투구의 장으로 몰고가는 조선일보와 김 기자의 행태에 우리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2004년 2월 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