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선일씨 납치사건' 관련 22일자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22)
등록 2013.08.13 13:24
조회 299

 

 

 

김선일씨 구출이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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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이라크의 한 무장단체가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했다. 이들은 21일 새벽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한국군의 이라크 철수와 추가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김씨를 처형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밝힌 직후에 벌어졌으며, 한국군의 이라크 철수와 추가파병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테러'를 비롯해 이라크 파병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파병방침을 재확인'했으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일제히 '파병강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희생을 각오하고 파병을 해야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인질사건에 치밀하고 성숙한 대처를>에서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또다른 테러를 불러들인는 것'이라며 파병철회 여론을 단도리하고 나섰다.
조선은 "테러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테러가 일어나고 난 뒤 정부와 국민이 얼마나 성숙한 대응 자세를 갖는가 하는 점"이며 "어떤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추가 파병 자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추가파병으로 인한 국민 안위의 위협마저 당연시했다.
조선일보는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라며 '파병의 선의와 파병 목적을 이라크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충분하게 알리는 일'을 내놓기도 했다. 참으로 안일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조선은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촛불시위와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이라크전 관련 비판성명 등을 거론하며 "인질을 구출하는데도, 나라의 어려운 처지를 돕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폄훼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민간인 상대 야만행위 용서 못한다>에서 "정부가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파병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면 납치 단체를 돕는 셈"이라며 파병철회 요구 등을 '국론분열'로 몰았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 <인질극은 국제적 분노 살 뿐이다>에서 "이번 일로 파병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파병을 예정된 계획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종합적 국익을 높이고 한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재논의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국인 납치 근본대책 있나>에서 정부가 이 같은 일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를 밝히라고 촉구하면서 "역시 최선의 대책은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추가 파병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왜 한국인이 그곳에서 가치없는 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파병, 섶 지고 불속으로 드는 격>에서 '파병방침 철회'를 보다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겨레는 "우리가 파병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것은 명분없는 전쟁, 부도덕한 전장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낼 수 없다는 점말고도 이라크 국민의 원한을 사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며 "이라크에 가 있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한국인과 시설이 자살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의 위협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성과 판단에 따라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며 "국회는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 결의안을 내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김선일씨 사건으로 인해 터져나오는 '이라크 파병반대' 요구를 '테러에 대한 굴복'인양 호도하면서 명분없는 파병을 강행하라고 주장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를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언론'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마저도 무시해왔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미동맹'을 내세우며 전투병파병을 기정사실화했으며, 이에 대한 반대여론을 '국론분열'로 몰고간 바 있다. 심지어 이들 신문은 지난 해 말 발생했던 오무전기 직원 피살사건을 두고 전투병 파병의 근거로 악용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얼마나 더 많은 제2, 제3의 김선일이 나와야 이라크 파병 문제를 제대로 보도할 것인가. 이번 사건을 두고 언론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추가파병 방침 고수'를 내세우는게 아니다. 국민들의 안위가 달린 문제 앞에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아무런 명분없는 침략전쟁에 뛰어드는 일은 결코 '종합적 국익'이 될 수 없다. <끝>

 


2004년 6월 2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