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여당 '신문유통공사 설립 제안' 관련 조선일보 27일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2.27)
등록 2013.08.14 18:33
조회 361

 

 

 

공정한 경쟁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

 


 

열린우리당이 '신문유통공사' 설립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조선일보가 발끈하고 나섰다.
27일 조선일보는 <신문 배달까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텐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온갖 궤변을 동원, '신문유통공사'의 취지를 왜곡하고 폄훼했다. 이 과정에서 사설은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자신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형국이다.
조선일보는 '유통공사' 설립 제안을 두고 "독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정부가 신문 배달까지 직접 관여하겠다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돈을 정부에서 대고, 사장을 정부가 임명한다면 신문 배달이 정부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 언제든 '여론의 다양성 보장' 운운하며 신문 유통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당이 "친정부적인 매체는 지원하고 비판신문에는 제약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자 "신문배달을 획일화함으로써 비판신문의 구독망을 와해시켜 무력화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의도'에 따라 신문의 배달을 통제하고, 독자들의 자유로운 선택까지 가로막는 것이 유통공사인 셈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입만 열면 되뇌어 왔듯이 최종적으로 신문을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유통공사는 독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도록 다양한 신문이 널리 유통될 수 있게 뒷받침하는 제도일 뿐이다.
조선일보가 유통공사를 '비판신문 통제용'이라고 주장하려면 유통공사를 통해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비판신문의 유통과 판매를 방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저 "신문 배달이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거나 "신문 유통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막연한 공격만 쏟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유통공사'를 공격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자신들의 주장이 궤변임을 스스로 폭로하고 말았다.
조선일보는 "얼마나 좋은 내용(품질)을 담아 얼마나 빨리 독자에게 전달하는가(신속성)의 서비스가 독자의 신문 선택 기준이며 신문의 경쟁력"이라고 전제한 후, "단일유통망에 따른 공동배달제를 실시할 경우 독자들에게 신문이 배달되는 시각은 가장 늦게 제작된 신문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신문 배달 서비스의 하향평준화", "독자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논리적 사고, 일관된 사고가 가능한 집단인지가 의심스럽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유통공사에 의해 공동배달제에 참여하는 신문들이 신속성에서 '하향평준화'된다면 자칭 '1등신문'에, 전국 곳곳에 신속한 배달망을 갖춘 조선일보는 '하향평준화'된 신문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내용적으로 뛰어나고 배달이 신속한' 조선일보야 말로 여러신문들과의 당당한 경쟁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무엇이 두려워 '비판신문'의 구독망이 '와해'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인가?
우리는 조선일보의 호들갑이 '신문 질'로 경쟁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라고 판단한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막강한 자본력에 기대 산간 벽지까지 신문을 팔 수 있는 '배달망'으로 신문시장의 우위를 지탱해왔다. 만약 유통공사가 설립되어 여러 신문이 '지면의 질'로 경쟁하는 체제가 되었을 때 '불법경품' 외에는 자신들의 거의 유일한 '비교우위'가 사라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조선일보는 떨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않다면 독자들의 선택을 입이 아프게 강조하는 자칭 '1등신문'이 두려울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신문이 판매대에 놓여있을 때 독자로부터 선택받는 신문이야말로 진정 '1등신문'이 아닌가?
우리는 조선일보에 충고하고 싶다. 조선일보의 본질적 위기는 공정한 시장경쟁 도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신뢰를 잃고 있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여러 신문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그토록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지면에 넘쳐나는 악의적 왜곡과 편파보도를 없애라. 불법경품과 '튼튼한 배달망'만으로 잃어버린 독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진정한 '시장의 룰'이 지켜지는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없다. <끝>

 


2004년 12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