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시사매거진 2580」의 '불법지방흡입수술' 고발보도와 세계일보·조선닷컴 관련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3)
등록 2013.08.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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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흔들기 위해 의사협회 자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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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충격현장, 환자는 마루타'에서 불법 지방흡입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의료현장을 고발했다.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 보도에 따르면 의사가 아닌 의료기 판매업자가 의사를 대신해 지방흡입수술을 했으며, 시술하는 동안 지방흡입수술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의사에게 수술 방법을 교육하면서 '실습'까지 시켰다. 보도제목처럼 환자는 '마루타'처럼 취급되었고 수술 경험이 없는 의사가 '실습'을 하는 동안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양심을 내 팽개친 의사와 상술에 눈 먼 의료기판매상의 '불법 지방흡입수술' 현장은 말그대로 충격적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료기판매상이 이런 수술을 5000건 이상 시술했다고 밝혔듯이 불법지방흡입수술이 의료현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점이다. <2580>은 이와 같은 사실을 폭로, 불법 행위에 무감각한 의료현장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평가될만 하다.
MBC 보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의사협회는 또 "의사가 아닌 의료기 판매업자가 시술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회원에 대해 회원 영구 제명 뿐 아니라 정부에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제재하겠다"며 "국민의 신뢰회복과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비리 및 비윤리 회원을 엄단한다는 방침"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13일 세계일보는 <"불법지방 흡입술 보도로 의사 인격 짓밟아">라는 기사를 싣고 "2580의 방송내용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며 엉뚱한 방향에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의사협회가 12일 언론에 성명서를 배포해 '(MBC가) 의사의 인격을 짓밟으며 반인륜적으로 취재 보도했다'며 'MBC를 응징하자'고 주장했다고 썼다. 또 의사협회가 "전국적으로 MBC 시청거부운동 추진과 의사들의 MBC 출연 일체 거부 조치 등 다각적인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일보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의사협회는 MBC 보도와 관련해 12일 성명서를 배포하는 등 "MBC를 응징하자"는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한 바 없다. 현재까지 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10일 보도자료에서 나타났듯이 '매우 유감', '불법 시술 의사에 대한 사실확인과 이에 대한 징계'가 전부다. 다만 1월 13일자 의협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의사협회 김재정 협회장이 MBC의 '보도태도'와 관련해 "고의적으로 의사의 자존심을 깔아뭉개고 반인륜적 행위를 한 MBC를 용서할 수 없으며 모든 수단을 다해 응징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본회의 확인에 따르면 김협회장이 밝힌 '응징'은 의사협회의 공식적인 방침이 아니며 현재 의사협회는 MBC의 '보도태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닷컴의 보도행태는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조선닷컴(www.chosun.com)'은 세계일보의 오보를 받아 13일 메인화면 머리기사로 <의사들, "악의적 보도" MBC와 전쟁 선언>를 게재한 것이다. 조선닷컴의 이 기사는 의협신문의 보도를 인용한 3줄의 기사 외에는 모두 세계일보의 기사를 '베낀' 수준의 보도였다. 조선닷컴은 "13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2일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에서 … 'MBC를 응징하자'고 주장했다"고 써 최소한의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채 오보를 확산시켰다.
조선닷컴이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의사들 MBC와 전쟁 선언' 운운한 것은 상식적으로 답득하기 어렵다. 최근 MBC가 <사실은> 제작진들의 이른바 '구치 파문'으로 인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틈을 노려 MBC를 '흠집'내려는 의도는 아닌가?
조선닷컴이 관계가 불편한 방송사 흠집내기에만 골몰해 자극적인 제목으로 오보를 확대재생산한 것이라면 참으로 유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조선닷컴>의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뭘 잘했다고 응징이냐'라며 의사협회를 비판하는 쪽이 훨씬 우세하다. 비록 MBC의 '보도태도'에 문제가 있다해도 불법적 의료행위를 고발한 MBC의 보도가 '조선닷컴'을 방문한 네티즌들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2580>의 보도태도에서 비판받을 대목도 있다. <2580>은 불법시술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신분을 위장해 현장에 접근, '몰래카메라'로 불법시술장면을 촬영했고, 기자 신분을 밝힌 후 불법행위를 한 의사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기자에게 "살려달라"며 애걸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이는 '공익'을 위한 '위장취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촬영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몰래카메라로 촬영돼 인격을 훼손할 수 있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 것은 '자극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면 불법 지방흡입수술이 이뤄지는 현장을 취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580>의 보도는 '과'보다 '공'이 많은 고발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2580>이 앞으로도 이런 '불법현장'을 제대로 고발해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기여해주길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의사협회가 일부 문제화면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10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국민의 신뢰회복과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성숙하게 대처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세계일보, 조선닷컴 등 사실확인없이 기사를 쓰거나 오보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에 촉구한다. '사실'에 충실하라. 특히 사실확인도 되지 않은 '오보'로 관계가 불편한 언론사를 흠집 내려는 치졸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끝>

 


2005년 1월 1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