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쇄신에 대한 건조한(!) 생각입니다” (2014년 1호)
등록 2014.01.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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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에 대한 건조한(!) 생각입니다”

 

신태섭 상임대표 l tsshinjp@hanmail.net

 

 

지난해, 어떻게들 지내셨나요? 또 새해는 어떻게들 맞으셨나요? 저는 ‘안녕들’ 대자보 열(熱)풍 덕분에 살을 에는 삭풍의 연속이던 지난 해를 그 끝자락만이라도 훈훈하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해는 생각은 복잡하지만 별 감흥 없이 무심하게 맞았구요.


‘새해 생각 복잡’은 금년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로, 주로 좋지 않은 쪽으로, 다사다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연말연시를 지냈다는 것입니다. ‘감흥 없이 무심’은 지난 6년간 불의한 일들을 하도 겪어 무뎌졌는지... 새해 무엇을 할지 건조(!)하게 생각하며 잠을 쿨쿨 잘 잤다는 겁니다. 일년에 한 번인 감기몸살도 연초에 해결했구요.

 

제가 새해 맞으며 민언련과 관련해 생각한 것은... ‘쇄신’이란 단어로 요약됩니다. ‘쇄신’. 쫌 닭살 돋죠?? 2013년에도 ‘쇄신’이 모토였으니까, 2014년은 ‘쇄신’ 2년차네요.


쇄신을 공식의제로 한 첫 모임은 2012년 12월 30일 정책위원회였습니다. 2012년은 일년 내내 모든 역량을 하나에 집중해 사활을 걸고 분투해야 하는 비상시기였죠. 그 해에 민언련은 총선, 언론노조대파업, 대선의 순으로 올인했습니다.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는 정권의 충견 노릇에 광분하는 언론을 감시·폭로하고, 저널리즘의 회복과 발전을 위한 대안적 정책 개발에 힘썼습니다. 언론노조대파업 시기에는 정권의 언론장악과 언론자유 탄압의 실상 및 파업의 정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조성하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결과는 셋 다 좋지 않았죠. 2013년의 ‘쇄신’ 논의는 이런 상황에서 시작됐습니다. 먼저 정책위에서 정책위 자신과 민언련 및 언론운동 진영 전반의 2012년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연속토론을 시작했고, 이어서 운영위가 이를 민언련 조직 전체의 공식의제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리고, 대내외 소통을 담당하는 홍보사업 분야, 회원참여를 담당하는 회원사업 분야에 관련 쇄신TF가 설치·운영되었습니다.

 

2013년 ‘쇄신’ 1년차는 성과도 있었지만,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먼저 연대활동 면에서, 그동안 일반 시민단체와 민중단체와의 연대사업은 활발했는데, 언론분야 단체들과의 협력과 연대는 뭔가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이를 증진하기로 했는데, 다른 언론단체들도 같은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론노조대파업 때 운영했던 언론단체 실무책임자 회의를 재개하고, 대표자 회의를 설치하는 등 부족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일부 보았습니다.


편집위는 미래 주력매체로서 웹진(e-시민과 언론)을 창간하고, 기존 오프라인 간행물을 핵심 메시지와 기록성을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일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정책위는 학계와 현업 및 활동가 출신의 새 정책위원 8분을 새로 영입하고, 정책기획소위를 구성하였으며, 사안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일에 추가하여, 중장기적으로 대안과 희망을 준비하고 제시하는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민언련의 최고 의결기관은 총회이고, 이를 상시대변하는 기관은 이사회입니다. (공동대표단은 집행기관이죠.) 2013년 5월 임시총회에서 기존 이사 18분 외에 현업에 계시던 두 분, 일반 시민 회원 두 분 등 4분을 이사로 추가 위촉했습니다. 반면, 그 모든 변화를 실무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또는 최소한 적절하게 뒷받침해야 할) 사무처의 쇄신은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쇄신’ 2년차인 2014년은 민언련 창립 30주년의 해입니다. 이번 ‘30주년 기념사업’은 의례적인 자축행사가 아닙니다. 민언련과 언론운동을 재조직하고 활력을 더하기 위한 ‘쇄신’의 방도입니다. 2013년 1년차 ‘쇄신’은 그 모색과 시작을 위해 각 사업단위의 ‘토론과 결의’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2014년 2년차 ‘쇄신’은 그 확장과 심화 및 성과의 가시화를 위해 ‘30주년 기념사업의 추진’을 매개로 진행됩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민언련 회원들이 우리 언론이나 사회 혹은 현실의 삶에 대해 자유롭게 한 마디씩 하는 30초에서 3분 사이의 동영상을 만들어 (감동적으로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민언련 30주년 홈페이지에 연속적으로 올리고, 이를 SNS나 유튜브를 통해 다른 시민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합니다.


권력의 호위대로 전락한 언론의 폐해와 비극을 고발하고 항의하는 회원참여·회원주도의 창의적인 플레시몹들도 지속적으로 기획·조직·실행합니다. 그 플래시몹들도 짧은 동영상으로 만들어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합니다. 12월 19일에는 그렇게 누적된 ‘회원한마디’와 ‘플래시몹’ 동영상들을 모아 감동적인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세상에 내보냅니다.


쇄신 2년차 사업, 곧 ‘30주년사업’의 전체적 내용은 지난 12월 20일 창립 29주년 기념식 때 보고드린 바 있습니다. 금년 3월 총회에서 더 구체화되고 발전된 내용으로 다시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모든 민언련 회원님들, 그리고 이 땅에 사시는 모든 분들, 2014년 무탈하시고 다복하시길 빕니다. 신태섭,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