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I 신미희 사무처장
등록 2022.09.07 12:07
조회 409

스크린샷 2022-09-07 오후 12.03.24.png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여러분은 이 노래를 아시는지요? 한국 포크음악 역사상 가장 뜨거운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노래입니다. 저는 이런 노래가 있는 지도 몰랐습니다. 19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닌 제게 1990년대는 그야말로 ‘의협심에 가장 불타는 20대’였고, 그 시대를 담은 노래는 웬만하면 안다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알게 된 계기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의날’을 준비하면서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부터 대면 행사를 거의 열지 못하다가 3년 만에 ‘회원의날’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절정에 달하는 9월 24일(토), 서울 종로 서촌에 자리한 민언련 새 보금자리도 방문하고 근·현대사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서촌-북촌 일대도 걷는 프로그램입니다.

 

민언련 ‘회원의날’ 정태춘·박은옥 만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정태춘·박은옥의 40년 음악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상영인데요. 관람 후 주인공 두 분과 영화를 연출한 고영재 감독을 모셔 ‘특별한 대화’도 나누게 됩니다. 행사를 기획하면서 정태춘·박은옥의 노래와 삶, 활동 등을 꼼꼼하게 찾아보게 됐는데요. 정태춘이 1979년 MBC 신인가수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가 1990년부터 인생의 동반자이자 음악적 동지인 박은옥과 함께 가요 사전심의 폐지운동에 앞장서며 다양한 사회문제를 노래로 이야기해온 서사 역시 구체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시대와 역사를 치열하게 노래했던 그들이 2006년 고향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 반대시위를 끝으로 음악활동을 하지 않다가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과 더불어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들의 행적을 쫓다가 발견한 게 <92년 장마, 종로에서>입니다.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을 지녔던 정태춘은 노동운동 지원 현장의 단골 출연자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정태춘·박은옥은 노동운동, 학생운동 등 역사의 현장에 늘 자리했죠. 안티조선운동을 시작으로 신문개혁, 방송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로 퍼져나가던 2000년대 언론개혁 촉구 현장에도 정태춘·박은옥은 함께했습니다.

 

그들은 언론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여겨지는데, 9월 24일 ‘관객과의 대화’에서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기레기’라는 멸칭도 없던 시절,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고 왜 노래했는지 말이죠. 어쩌면 30년 전인 1992년이나 2022년 지금은 언론 문제를 포함한 한국 사회 풍경이 그대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3당 야합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 후보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또 다시 좌절된 바 있는데요.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이번 대선 결과와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1993년 <92년 장마, 종로에서>와 1990년 <아, 대한민국> 두 음반은 당시 공연윤리위원회 사전심의 검열을 거부하며 발매한, 이른바 ‘비합법 음반’이었습니다. 수록된 곡 모두 정태춘 특유의 언어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 노래입니다. 이번 기회에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정태춘·박은옥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채널, 음악활동을 찾아볼 있는 홈페이지 링크를 남깁니다.

 

또 한 가지, 정태춘·박은옥은 시대의 절망만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미래의 희망을 담았죠. <92년 장마, 종로에서>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다시는 시청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이 이마 위로 무심한 눈길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민언련 회원의날 신청하기] 서촌산책 & <아치의 노래, 정태춘> 상영회 토크

👉https://bit.ly/3QjwH8C

 

정태춘·박은옥 앨범전곡 ‘정새난슬’ 공식유튜브 👉 https://bit.ly/3ARAzbj

정태춘·박은옥 공식홈페이지 👉 https://www.joung-park.com

 

신미희 사무처장

 

본문상단_서촌다이어리_ver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