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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시대, 비과학적 평가 ‘일제고사’ 감싼 언론
등록 2022.10.17 17:56
조회 231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교육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초학력 진단체계를 마련하고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전수평가’라는 윤 대통령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제고사나 전수평가를 부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시험 필요성’ 강조한 보수언론 vs ‘일제고사 부활’ 비판한 진보언론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건수

3건

2건

3건

2건

4건

3건

3건

2건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기사건수

1건

1건

0.5건

1건

1건

1건

0건

 

△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보도한 신문 지면(10/12~13)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0/11~12)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10월 11일부터 이틀간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10월 12~13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신문은 보도량이 비슷했지만, 저녁 종합뉴스의 경우 SBS는 단신으로 짧게 보도하고 MBN은 무보도하는 등 차이가 보였습니다. TV조선은 윤 대통령 발언이 있던 10월 11일 다른 방송에서 저녁 종합뉴스를 통해 보도한 것과 달리 하루 늦은 10월 12일 학부모 반응을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보도 차이는 보도량 보다는 논조에서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두고 ‘일제고사’인지 아닌지 판단하며 입장이 갈렸고,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찬반 의견도 달랐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는데요.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제고사’나 ‘사실상 전수평가’라고 언급한 경우 ‘○’, 일제고사가 아니라고 강조한 경우 ‘☓’로 표시했습니다. 명확하게 입장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 ‘–’로 표시했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찬성하면 ‘○’, 반대하면 ‘☓’, 명확한 판단 없이 양쪽 입장을 ‘논란’이라고 전하는 데 그치면 ‘△’로 표시했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일제고사·전수평가

학업성취도평가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일제고사·전수평가

-

-

보도없음

 

학업성취도평가

보도없음

 

△ 언론사별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보도 차이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부터 살펴보면, 정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를 두고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는 ‘일제고사 부활’로 지적하며 사교육을 조장해 교육 불평등을 더 키울 것이라 비판했고,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는 맞춤형 학습을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는 필요하다고 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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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한 언론사 사설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일부 언론은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가 일제고사식 전수평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한국경제는 <사설/학업 성취도 평가 확대, 줄 세우기로 몰아갈 일 아니다>(10월 12일)에서 “정부 발표에 소위 진보 교육계가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비판하며 윤 정부의 “‘기초학력 진단’ 및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과거처럼 같은 문항으로 동시에 학력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뿐더러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비난은 부적절하”고 “사실관계부터 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를 찬성하는 동아일보조차 이를 전수평가라고 보도했는데요. <‘기초미달’ 늘어 학업평가 확대...교육부 “전수평가는 아니다”>(10월 12일 박성민·전주영·조유라 기자)는 “‘사실상 전수평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교육부가 자율평가 대상을 넓히는 것이지 전수평가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율평가 참여 학교가 늘어나면 사실상 전수평가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내기 위해 평가 확대를 환영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의견과 함께 “초등학교에서부터 문제풀이식 수업이 확대될 것이 뻔하다”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찬성하는 학부모 의견만 전한 TV조선

무보도한 MBN를 제외하고 저녁 종합뉴스는 대부분 찬반 양쪽 의견을 모두 전하며 중립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KBS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일제고사 부활?>(10월 11일 전현우 기자)와 채널A <2년 뒤엔 초3~고2로 확대>(10월 11일 홍유라 기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를 이유로 정부가 학업 성취도 평가 확대를 밝혔는데 ‘줄 세우기 우려’과 ‘학업 평가 찬성’으로 학부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TV조선은 <‘일제고사’ 부활?...“아이 수준 알고 싶어요”>(10월 12일 윤수영 기자)에서 찬성 입장을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5년 동안 자녀의 학력 수준을 알지 못해 답답했던 학부모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부모들이 “아이의 학습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들여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병을 진단해야 치료 방법이 나오듯 교육도 진단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평가 확대에 찬성 입장을 밝힌 한국교총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잘못된 주장

➀ 자율적? 필수 참여 공문 이미 내려왔다

한겨레 <부산·충북·강원은 일제고사 박차 서울·경기·인천은 ‘자율평가’ 방침>(10월 13일 김민제 기자)는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전수평가 방식의 학력평가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시도교육청의 전수평가 재개 움직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지역 간 차이가 나타나면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자극되면 자율평가 방침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는데요.

 

한국일보 <사설/일제고사 사실상 부활, 사교육·불평등 더 키울 것>(10월 12일)은 “일제고사 부활” 선언이라며 “지난달 자율평가 시스템이 개통되기 전부터 일부 시·도교육청이 관내 초·중·고교에 필수 신청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고, 일부 교육청에선 “지역 교원단체나 학부모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수평가 추진을 고수”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BC <일제고사 5년 만에 부활?>(10월 11일 이기주 기자)도 자율적 참가지만 “신청 학교가 많아지면 자율평가가 사실상 일제고사처럼 작용해 학교별·학군별로 줄 세우기가 재현될 것”이고 “부산교육청은 지난달 관내 학교에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필수’로 참여하라는 공문을 보내 교육청 차원의 지침을 전하기도 했”으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에도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추진했던 인물”임을 강조했습니다.

 

➁ 일제고사 폐지로 학력 저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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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 폐지로 학력저하가 됐다고 주장한 TV조선(10/12)

 

TV조선은 앞서 언급한 10월 12일 보도에서 “5년 전 일제고사 폐지로 학력 저하가 심화됐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실제 일제고사 폐지 후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은 이전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기초학력은 학생 기본권, 학력 측정해야 ‘맞춤형 지원’도 가능>(10월 13일)도 “정부가 이런 방침을 내놓은 것은 지난 정부 때 코로나 여파도 있었지만 학력 진단을 소홀히 해 학력이 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일제고사 부활’ 같은 낡은 프레임을 씌워 평가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깜깜이’ 학력을 조장하고 학력 저하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사설/초중고 학력평가 부활, 文정부 5년 기초학력 저하 빈틈 메워야>(10월 13일)역시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학습 공백이 발생한 영향도 있지만, 진보 교육감들이 서열화 운운하며 시험을 경시하고 학습 부진을 방치한 탓이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학습 부진자를 찾아내 이들의 학습 결손을 메워주려는 조치를 ‘일제고사’로 폄훼할 때가 아니”라며 “기초학력 부진을 방치하면 결국 계층 간 학력 격차만 커질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학력 저하, 전수평가 미시행으로 단정 안돼

1986년 표집 방식으로 시작된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김영삼 정부에서 전수방식 변경됐다가 김대중 정부에서는 표집 방식으로 환원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전수평가로 다시 바뀌었는데요.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을 제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약 3%만 표집평가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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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성취도 평가 변화를 정리한 매일경제 그래픽(10/11), 기초학력 미달률 추이 뉴시스 그래픽(2019/03/28)


일부 언론처럼 전수평가를 시행하지 않아서 기초학력이 저하됐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2003~2007년, 2017~2018년에는 2008~2016년과 비교해 기초학력 미달률 비율이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수평가를 시행하지 않은 2005년 중학생 수학 과목의 경우는 전수평가를 한 2013과 2014년보다 미달률이 낮았으며, 국어 과목의 경우에는 전수평가를 시행한 고등학생 2010년보다 전수평가를 미시행한 2018년 미달률이 더 낮았습니다. 이밖에도 전수평가 미시행만으로 기초학력 저하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수치는 많은데요. 학력에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제고사 중단만이 학력 부진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줄 세우기 부작용 뻔한데 일제고사 부활하겠다니>(10월 11일)는 “일제고사 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실증됐”고 “학생 간, 학교 간 줄 세우기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시험을 봐야 학생들이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며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➂ 기초학력 진단 및 학습결손 지원, 시행 중

전수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평가를 통해 학업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학생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027년까지 기초학력 업그레이드 전교조 장악 학교는 평가 못할수도>(10월 12일 김은경 기자)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 때 학력 진단을 소홀히 해 학생들 학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다양한 시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AI로 학생 개인마다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며 “2025년까지 3년간 1조 7,66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는데요.

 

한겨레 <자사고·일제고사 부활 예고…“사교육·불평등 더 키울 것”>(3월 23일 이유진 기자)은 “학기 초 대다수의 학교에서 기초학력 진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제고사 부활 명분이 떨어”지며 교육부에 따르면 “학기 초 학습결손 진단을 위해 교사의 관찰·상담, 교사별 진단도구,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과 인공지능(AI) 학습진단시스템인 교육방송의 ‘단추’ 등”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과거처럼 진단 결과가 개인별·학교별로 공개된다면 불필요한 경쟁을 조장해 사교육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의 우려를 전했는데요.

 

교육부는 2021년 7월 29일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결손을 극복하고, 학습지원 강화를 위해 맞춤형·실질적 교육 기회를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이미 시행한 맞춤형 지원을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판 없이 전하는 언론 역시 제대로 된 보도로 보긴 어렵습니다.

 

창의력 교육시대 일제고사라니

원인을 바로 알아야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6월 1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겨레 <고교생, 문해력 떨어지고 ‘수포자’ 그대로…‘코로나발 학력저하’ 계속>(6월 13일 김민제 기자)에 따르면, 류혜숙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문해력 저하를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토론, 글쓰기 등 국어 교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활동을 진행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발 학력 저하’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선비즈 <미 학력 저하 30여년 만에 ‘최악’...팬데믹 기간 학습 결손 탓>(9월 2일 이용성 기자)에서 알 수 있든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요. 일제고사를 보지 않아서 학력이 저하됐다는 일방적인 평가 대신 2년여 간 지속된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교육 결손을 채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주경제 <아주 돋보기/‘일제고사’ 부활 조짐에 학생·학부모 한숨…“미래는 창의력 우선”>(10월 11일 원은미 기자)은 “문재인 정부 때 전수평가가 폐지된 건 학생들 성적 줄 세우기와 학교별 서열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전수평가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래는 지식이 아니라 창의력이 우선”되어야 하며, “진짜 교육이 아닌 시험을 잘 치는 기술 교육”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배워야 할 미래세대가 문제 풀이를 위한 지식을 암기하고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맞을까요? 뒷걸음치고 있는 정부의 비과학적이고 퇴행적 교육정책을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이 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0월 12일~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2022년 10월 11~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로 검색한 기사 전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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