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2월 28일 조선일보 사설 <감독없는 KBS의 638억 적자>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28)
등록 2013.08.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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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세로 합리적 토론을 가로막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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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오늘(2월 28일)자 사설 <감독없는 KBS의 638억 적자>에서 또 다시 대책없는 'KBS 흔들기'에 나섰다. 이 사설은 KBS가 지난 해 '사상 최대 규모의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 온갖 억측과 왜곡을 덧칠한 '어불성설' 그 자체였다.


국민이 부담하는 수신료를 주요재원으로 하는 KBS가 적지 않은 규모의 적자를 냈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과 역할과 관련해 그 원인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사안이 분명하다. 만약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적자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반대로 예산 운용에 별다른 하자가 없음에도 재원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했다면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마련을 위한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원인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선일보는 광고불황 외에 "더 큰 원인이 깔려있음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며 막무가내식으로 '정연주 체제'를 적자재정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선일보는 "KBS는 경영을 합리화하기보다는 정권과 코드맞추기에 급급했다"며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조선일보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어 휘둘렀던 '코드 맞추기' 주장을 또 다시 들먹였다. 나아가 "공정해야 할 공영방송이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눈을 돌린 것이 사실"이라며 근거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도대체 '시청자들이 KBS로부터 눈을 돌렸다'는 게 무슨 말인가. 조선일보 직원들의 눈에는 시청률 조사에서 드러난 뚜렷한 지표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가장 최근의 결과인 지난 2월 마지막 주 시청률 조사(닐슨미디어리서치)에 의하면 KBS 드라마 <해신>을 포함해 무려 6개의 KBS 프로그램이 시청률 10위 안에 들었다.


또 "KBS는 감사원으로부터 방만하고 무원칙한 경영실태를 지적받고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외면해왔다"는 주장도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사실왜곡'이다.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가 지속적인 내부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직제개편'과 '팀제 도입', 그리고 '지역국 기능조정'이다. 이밖에도 프로그램 개혁, 시스템 정비 등 KBS의 내부개혁은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인력감축'만이 최선의 '경영혁신'인 것처럼 주장하며 인력감축을 하지 않은 정연주 사장이 "노조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최근 내부개혁을 둘러싸고 KBS 노사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 조선일보가 KBS 노사 이간질에 나섰다는 것 또한 이미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정연주 흔들기'에 혈안이 된 조선일보는 '예비비 109억원 특별성과급 전용'까지 다시 한 번 끄집어내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그 건은 정연주 사장과 무관한 것이며 정연주 사장은 이를 개선하려고 했음에도 조선일보는 비이성적인 흠집내기에만 나섰다.


물론 KBS는 보다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재정의 건전성, 투명성, 합리성을 재고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KBS는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 공영방송으로서 프로그램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여 공적 정보 제공과 사회공론장 형성에 기여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KBS의 진정한 '개혁'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의 논리를 뒤집는 해괴한 주장으로 방송의 독립성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KBS 예산편성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 강화'를 주장했다. '정부와 협의해서 예산을 편성하라'고까지 주장했다. 공영방송의 개혁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이 주장은 결국 공영방송을 정부의 장악 하에 두자는 것으로 '코드 맞추기'를 내내 비난해온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전혀 맞지 않다.
조선일보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2005년 2월 2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