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북 핵실험'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12)
등록 2013.08.29 15:06
조회 301

 

 

 

수구신문의 안보불안감 부추기기, 더 이상 안통한다
- 평화적 협상노선을 견지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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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약속했던 지난 1991년 남북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위배되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미국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 양자회담을 통해 체제를 보장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제재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며 성의 있는 대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대화를 얻기 위한 협상용으로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 내에서조차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북미간 양자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여전히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고 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나, 해상봉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활동 등은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아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정부도 섣불리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를 선언해서는 안되며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평화가 깨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북한 핵실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매우 성숙하고 차분하다.
SBS와 TN소프레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38.1%)과 북한(35.6%)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56.1%가 경제재제 등 압박정책보다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무력제재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58.9%로 높게 나타났다.
9일 사회동향연구소가 실시한 긴급전화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8.6%가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남북공조를 통한 민족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55.1%로 가장 높았다. 한편 미국이 북에 대해 선제공격을 결정한다면 '정부가 미국에 선제공격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74.9%나 됐다.
한편 안보불안으로 인한 '사재기' 등도 찾아볼 수 없으며, 주가도 이틀만에 안정세를 되찾았고 예금 인출과 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언론들이다. 북한 핵실험이 알려진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은 선정적인 보도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이들은 신문은 첫 보도에서부터 '핵폭풍', '핵공포', '한국판 9.11'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에 앞장섰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10일 1면 제목부터 <북한 핵실험 한반도 초긴장>(조선일보), <북한 핵실험 강행…한반도 '핵공포' 덮쳤나>(중앙일보), <북한 핵실험 강행…한반도 핵폭풍>(동아일보) 등으로 뽑았다. 다른 기사들의 제목 역시 <'한국판 9·11사태'…>(조선, 4면), <2만7천 핵탄두, 지구를 덮고 있다>(조선, 20면), <소비·투자·수출에 '핵펀치'>(중앙,2면), <"민족적 재앙 현실로 다가선 느낌">(중앙,11면), <충격의 핵요일…"시장엔 공포만 있었다">(동아, 14면) 등으로 달았다.


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선정적인 표현을 써서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10일자 2면 <"북한, 설마 설마 했는데…불안해서 못살겠다"> 기사에서 "낙진이 심해져 기형아가 태어나는 것 아니냐", "군대 가 있는 남자동기들은 어떻게 되는거냐", "핵이 서울에 떨어지면 서울인구 절반이 죽는다고 하는데, 6.25는 아무것도 아니다", "장사가 안되는 건 둘째치고 불안해서 살 수없다", "아이들도 키워야하는데 이민이라도 가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등 북한의 남한 공격을 전제로 한 시민들의 두려움을 전했다. 기사의 작은 제목도 "혹시 방사능 낙진 날아오면 어쩌나/남한 불바다 협박 현실화 될까 걱정…"이라고 달았다.
또 중앙, 동아일보가 '사재기'가 없다는 사실을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시민들의 이런 차분한 반응은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11일 9면 박스기사 <"북한 핵도박에 놀라고 남 불감증에 더 놀라">라는 기사에서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불안한 심경을 부각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성숙하고 차분한 대응을 '핵 불감증', '안보불감증'으로 폄하했다.
중앙일보도 10일자 11면 <"민족적 재앙 현실로 다가선 느낌">에서 "이러다 정말 전쟁나는 것 아니냐", "전쟁이 먼 남의나라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시골 친정에 생필품이라도 사두라고 전화해야겠다", "6.25 이후 가장 큰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 같다" 등의 시민 반응을 부각했다. 특히 이 기사 제목은 "'민족적 재앙이 덮친다'는 중앙일보의 1면 보도(9일자)가 현실로 다가선 느낌"이라는 한 시민의 발언을 뽑은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런 시민 반응을 부각하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홍보하는 것이라 여기는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신문의 선정적인 보도가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11일자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중앙일보는 시민들에게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불안한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식의 지극히 단순한 질문을 해놓고, 응답자의 66%가 불안하다고 답했다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의 10일 사설 <한국 경제는 북한핵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가>를 보면 조선일보가 한국의 경제위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 사설은 주가폭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을 언급하며 "가정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덮친 것", "북한 핵실험의 제1파는 먼저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을 덮치고 이어 밀려들 제2파는 실물경제쪽으로 쏟아져 몰려올 것"이라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또 '외국자본 및 직접투자 축소-> 한국 신용등급 저하 ->한국 채권의 발행금리 급등-> 외자 조달 어려움->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급랭-> 한국경제의 목을 조이는 사태'로 나아갈 것이라며 경제위기의 '시나리오'를 제기하고는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태도는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은 조선일보의 '기대'를 벗어나 있으며, 심지어 불룸버그 통신은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투자자들에게 선물"이라며 북한정권이 붕괴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타격이고, 북한의 핵실험은 핵보유 사실을 공식화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 시절 수구보수신문들은 국민의 불안심리를 악용하려는 정권에 들러리를 서면서 국민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가로막았다. 민주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이들 신문은 자신들의 정략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수구보수신문들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이 곧 터질 듯 위기감을 부추기면서 그 탓을 '햇볕정책'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 해법에 있어서도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수구보수신문들의 정략적인 안보상업주의가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이들 신문이 국민의 성숙한 태도를 '안보불감증' 따위로 폄하하면서 계속 위기를 부추기고, 대북포용 정책의 폐기를 주장한다면 스스로 국민들로부터 고립의 길을 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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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