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22일 방송 3사 ‘쇠고기 값’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1.24)
등록 2013.08.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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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치 않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쇠고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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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방송 3사가 ‘우리나라 쇠고기 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수준’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들은 국제노동기구의 자료를 인용하며 쇠고기·돼지고기 값을 영국,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여주고, 값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MBC·SBS, ‘미국산 쇠고기 규제=비싼 쇠고기 값’으로 호도
이 가운데 MBC와 SBS는 쇠고기 가격이 높은 이유로 ‘공급 부족’을 꼽았는데, SBS는 “2003년에는 한우의 자리를 메우던 미국산 쇠고기까지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중단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은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수입산은 통관과 검역 등 복잡한 절차 때문에 그때그때 물량을 늘리기 힘들다”고 지적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과 검역 절차를 쇠고기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연결시켰다.
MBC도 보도말미에 “미국산 쇠고기가 뼛조각 문제로 통관되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 쇠고기 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해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아 쇠고기 가격이 떨어지지 못할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WTO이후 쇠고기 시장은 완전 개방됐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등 모든 국가의 쇠고기가 들어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되는 것은 미국산에 대해 완전 개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가 다른 나라의 쇠고기와 달리 광우병 위험이 있어서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공급 부족’ 때문에 쇠고기 가격이 비싼 것으로 섣불리 연결시켜도 되는지 의문이다.
외국 식품의 수입에서 ‘안전’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정부는 한미FTA 체결을 위한 ‘선결조건’의 하나로 광우병의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최소한의 검역조건까지 문제 삼으며 광우병의 위험이 더 높은 부위까지 수입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에도 한미FTA 미국 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는 “한국 쇠고기시장이 충분히 재개방되지 않으면 자유무역협정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한국 쪽에 분명히 밝혀온 만큼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런 시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통관절차가 까다로워 공급이 부족하며, 그로인해 쇠고기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관계없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꼴이다.
뿐만 아니라 MBC와 SBS는 국제노동기구의 자료가 서로 다른 가격 기준을 적용하여 작성했기 때문에 국가간 비교가 곤란하다는 농림부의 반박도 실어주지 않았다.
반면 KBS는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통계 자료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보낸 자료로 쇠고기 부위 중 최고 가격인 등심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KBS는 국제노동기구 조사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농림부의 반박을 함께 다루며, 같은 부위(등심)일 경우 일본의 쇠고기 가격이 2배 비싸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또 “기준부터 잘못된 국제노동기구의 생필품 가격 통계 발표는 그렇지 않아도 민감한 육류 가격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셈”이라고 비판적으로 다뤘다.


새롭지 않은 주장, 왜 지금 의제화 됐나?
한편, 우리 쇠고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9일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FTA 체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국제노동기구의 보고서 중 일부인 ‘식료품 통계’ 부분을 ‘주요 농산물 가격,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날(11.19) 조선일보, 국민일보, 쿠키뉴스 등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국제노동기구의 축산물 통계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당시 무역연구소가 배포한 보도 자료는 국제노동기구의 2004년 기준 자료(2005년 발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방송 3사가 보도한 내용은 국제노동기구가 밝힌 2005년 기준 자료(2006년 발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말에 발표된 국제노동기구의 통계 자료가 왜 지금 일제히 의제화 되는 것인지, 또 2004년 기준 자료를 통해 이미 한번 다뤄진 바 있는 ‘한국 쇠고기값 최고’ 주장이 새로운 뉴스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직업, 임금 및 식료품 가격 통계’ 중 왜 ‘직업, 임금의 통계’는 전혀 보도하지 않고, 식료품 부분 중 ‘쇠고기 가격 통계’만 부각됐는지도 궁금하다.
이번에 ‘쇠고기 값’이 새삼스럽게 의제화 되기 시작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22일 연합뉴스 보도를 시작으로 방송 3사와 신문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의 쇠고기 개방 압박으로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사들이 ‘쇠고기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에 대해 그 원인과 해법을 꼼꼼히 진단하지 않고, 섣불리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해결책인 양 주장하는 논리에 편승해서는 안된다.
덧붙여 아무리 국제기구의 발표라 하더라도 그 기준은 정확한지, 언제, 어떤 맥락에서, 누구에 의해 의제화 되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신중을 기해 보도하기 바란다. <끝>

 


2007년 1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