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보수정권의 반복된 공영언론 장악, 선거마다 일사불란한 보수언론 단일대오
신태섭(민언련 정책자문위원・전 동의대 교수)
등록 2024.03.08 15:45
조회 318

정권이 비판자나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해, 자신의 잘못과 치부를 감추기 위해, ‘법을 악용하는 일’(이는 불법이다)이 이전 보수정권보다 훨씬 광범하게 훨씬 집요하게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쟁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남발이 공영미디어 장악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렇게 ‘법을 악용하는 일’은 점점 더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저널리즘 위기는 한층 깊어지고 있다.

 

선거마다 일사불란한 보수언론 단일대오

 

주요 보수신문과 종편을 겸영하고 있는 몇몇 사영 보수언론은 1960년대 후반부터 군사독재에 대한 예속과 협력을 기점으로 시청취구독(시청률·청취율·구독률)점유율과 광고매출에서 독과점 지위의 우위를 누려왔다. 이들은 경제지표 하락, 부자감세, 10.29이태원참사, 일방적 한일관계, 천공 국정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추문, 각종 대통령 처가 비리, 무장투쟁 독립군 비하 등 정권에 불리한 몇몇 사안에 대해 가끔 정부여당과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추궁하고 유죄를 예단하고 확산시키는 일이나 기득권 중심의 자원배분 구조를 수호하는 데는 언제나 단호하고 일사불란했다.

 

민감한 정치 이슈에 보수언론 간 논조 차이가 적은 것, 선거 때가 되면 일순간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은 한국 보수언론의 중요한 특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수언론 간에도 일정한 차이와 다양성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보수언론에서는 그것이 극히 작거나 아예 없다. 이는 6월 국민항쟁으로 쟁취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군사독재의 잔재를 보존한 현 여당이 선택받을 때마다 ‘파시즘으로의 퇴행’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의 지향성은 구성원들의 소신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보수언론 내면의 파시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다른 두 가지 요인도 짚어야 한다. 하나는 편집권(방송의 경우 편성권)이 저널리스트에게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수언론의 편집권은 사주에게 있다. 사주는 경영과 편집(편성) 양면을 인사와 예산(자원 배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노태우 정권 시기 확립된 ‘권·경·언 수평 유착구조’이다. 군의 물리적 강제력을 배경으로 재벌과 보수언론을 수직적으로 규율하던 구조가 노태우 정권의 언론구조 개편을 통해 권·경·언 3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로 대체되었다. 6월항쟁이 군부와 타협하여 ‘절반의 승리’ ‘미완의 혁명’에 그친 것과 맞물려 있다.

 

사영 보수언론은 그동안 법의 자의적 악용이 잘 먹히도록 보수정권과 손발을 맞춰 왔다. 윤석열 정권의 법 악용을 축소·은폐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과정으로 치장하는 한편, 야당에는 지도부의 각종 비리(사법리스크)와 탐욕(방탄국회와 사당화)을 덧씌우기 바빴다. 일제 식민지배와 군사독재를 오가며 한국 근현대사를 유사 식민사관으로 비틀고, 1980년 광주와 1987년 6월과 2016년 촛불을 폄훼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및 586세대에게는 부패와 특권, 민주주의를 가장한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보수정권마다 반복된 공영미디어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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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9월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바이든-날리면 자막 보도가 ‘대통령 순방외교를 폄훼하는 조작방송’이라며 MBC에 항의 방문한 모습. ©MBC

 

KBS, MBC, EBS, 연합뉴스, YTN 등 공영미디어는 언론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영미디어는 군사독재 시절 관영매체로서 정권의 일부였다. 6월항쟁 이후에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공영으로 바뀌었지만, 실제로는 누가 집권하는지에 따라 독립적 공영과 예속적 관영의 양 극단을 오갔다.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권에 의한 공영미디어 장악·도구화와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었고, 선거에 의해 민주정권이 출범하면서 편성권이 회복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과거 보수정권에 의한 공영미디어 장악의 수순은 ①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장악(공영미디어 장악과 사후관리를 위한 사전정지작업) ②낙하산 사장 투입, 정권호위 방송을 주도할 간부인사 단행 ③비판 프로그램 폐지·개편 및 저항적, 비판적 사내구성원 탄압과 축출 ④정권 홍보프로그램 편성 일상화의 네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현재는 2단계를 마치고, 3단계로 들어가는 중이다. MBC에 대해서는 아직 2단계가 완성되지 않았다. 저들이 안 한 게 아니라 MBC 구성원들의 저항으로 아직 못해낸 것이다.

 

현 정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MBC 구성원들에 대한 협박용으로 만지작거렸던 최악의 카드(민간매각을 통한 사영화)를 다시 꺼내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져 MBC 사영화로 국민의 알권리가 회복될 길 없이 치명적으로 손상되는 최악의 국면,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해 결연하고 큰 국민적 저항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MBC에 비해 규모도 매각에 적당하고 저항하는 힘도 상대적으로 더 작을 것 같은 YTN은 방송장악 기획단계부터 사영화로 내몰렸다(명분도 자격도 없는 건설업체에 졸속 매각).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현 정권의 공영미디어 장악은 경험 많은 ‘언론장악 기술자’의 지휘 하에 법을 최대한 악용하는 방식으로 거칠게 진행되었다.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많은 인사들이 각종 비리와 불법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를 빌미로 해임되었다. 그렇게 빈자리는 곧바로 현 정권의 친위대로 채워졌고, 2단계까지 장악은 전광석화 같았다. MBC를 제외한 공영미디어 장악은 현재 프로그램 내용과 진행자를 정권 입맛에 맞게 손보는 3단계가 각 언론사별로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위기가 더 깊어지고 있다.

 

비판언론 ‘검열’에 앞장선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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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9월 14일 검찰은 약 20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뉴스타파 함께센터와 한상진, 봉지욱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 경향신문,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등 수많은 비판언론이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해 분투 중이다. 이들은 현 정권에 의한 장악의 대상이 아니라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다. 시민들이 정권의 온갖 횡포를 알 수 있는 것도, 우리 언론 자유도가 아직까지 상위권 끝자락에 간당간당 매달려 있는 것도 이들 덕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정권의 검열과 기소로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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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방송회관 앞에서 가족, 지인을 동원해 특정 언론사 심의 민원을 청부한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해촉을 요구하고 있다.

 

본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간판 그대로 심의기구여야 한다. 하지만 불법적 위원 교체 뒤 곧바로 검열기구로 돌변했다. 검열은 오늘날 모든 국가에서 불법, 그것도 헌정파괴의 중대범죄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친 ‘위원장 청부심의 의혹’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진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검열을 일삼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 처한 비판언론은 주류언론이 은폐하거나 왜곡한 진실뿐 아니라 이런 저널리즘 위기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지지와 감사를 표한다.

 

그렇지만 아쉬움 한 가지도 덧붙여야겠다. 비판언론을 선도해온 일부 매체에서 야당에 대한 정권과 보수언론의 ‘사당화’, ‘친명횡재 비명횡사’, ‘지지층이탈’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 데 대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합리적 성찰에 기반한 비판과 진실추구에 있고, 늘 시민을 향하는 데 있다. 성찰이 거듭 필요한 때다.

 

 

민언련 총선 특별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선거 전후 언론보도와 사회 의제를 짚어보는 총선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시민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얻어 현명한 주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하길 바라며, 네 번째로 신태섭 민언련 정책자문위원・전 동의대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