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니터_
언론이 키운 ‘압도적 해로움’ 이준석 ②
이준석 ‘동덕여대 시위’ 혐오발언, SNS 받아쓰기 56% 넘었다동덕여대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은 2024년 11월 5일 공연예술대학과 디자인대학 등 2개 단과대학의 ‘남녀공학 전환’을 포함한 발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총학생회는 ‘공학 전환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11월 11일 면담일정을 잡았지만, 학교 측은 면담예정 2시간 전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소통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본관을 비롯한 주요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했습니다. 학교 측은 11월 21일 학생대표단과 면담 끝에 △남녀공학 논의 잠정 중단 △본관을 제외한 강의실 봉쇄 해제 △수업 전면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는 12월 4일 해제됐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동덕여대 시위에 줄곧 비판적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특히 주요 지지층인 2030 남성을 의식해 동덕여대 시위를 ‘비문명(非文明)’, ‘야만적 폭력’ 등 선정적 표현으로 비난했는데요. 혐오 정서를 자극해 갈등을 부추기고 본질을 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언론은 이런 문제를 살피기보다 이준석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기사화하며 확대재생산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키운 대표적 혐오차별 발언으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이어 ‘동덕여대 사건’에 관한 언론보도를 되짚어보겠습니다.
동덕여대 시위 ‘비문명(非文明)’ 낙인찍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2024년 11월 7일부터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날인 2025년 6월 2일까지 총 208일간 빅카인즈에서 뉴스를 제공하는 104개 언론사 기사를 대상으로 키워드 ‘동덕여대 이준석’으로 검색했습니다. 그 결과, 추출된 총 171건의 기사를 상세 분석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2024년 11월 14일 페이스북에 “4호선 타는 서민을 볼모삼아 뜻을 관철하려는 행위가 비문명인 것처럼, 동덕여대 폭력사태에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발생했는데 그것을 정당한 시위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고 힐난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와 동덕여대 시위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다른 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준석 의원은 두 시위를 ‘비문명(非文明)’으로 싸잡아 낙인찍기에 몰두했습니다.
언론은 비판 없이 이준석 의원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매일신문 <이준석 “동덕여대 폭력사태는 ‘비문명’, 대한민국 래디컬 페미니즘 공세종말점”>(2024년 11월 14일 황희진 기자)와 헤럴드경제 <이준석 “동덕여대 사태, 래디컬 페미니즘 공세종말점”>(2024년 11월 15일 김유진 기자) 등 동덕여대 시위를 ‘비문명’으로 낙인찍으며 “고립과 배척을 무기로 삼는 대한민국의 래디컬 페미니즘은 이미 공세종말점에 온 것”이라는 이 의원의 극단적 발언을 비판 없이 전했습니다.
‘서부지법 폭동’ 빗대 ‘야만적 폭력’ 힐난, 조선일보 가세
이준석 의원은 동덕여대 시위를 ‘서부지법 폭동’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본인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극단적 폭력을 선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 문명적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공공의 재물을 손괴한 동덕여대 사태는 수법과 본질이 동일”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근본 질서인 사법부 판단을 전면 부정한 서부지법 폭동과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 실현을 요구한 동덕여대 시위는 본질부터 다릅니다. 그러나 이준석 의원은 두 사안의 극히 일부만 떼어내 본질을 왜곡했습니다.
동덕여대 시위를 서부지법 폭동에 빗댄 발언 역시 상당수 언론이 비판 없이 인용했습니다. 세계일보 <이준석 “동덕여대 사태는 서부지법 폭동과 유사… 본질은 ‘야만적 폭력’”>(2월 5일 김동환 기자), 서울신문 <“동덕여대 폭동은 착한 폭력?” 이준석, 학생들 만난 민주당 비판>(2월 5일 이정수 기자) 등입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유민무죄 무민유죄?>(5월 31일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서부지법 사태를 ‘사법부 체계를 파괴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정의했던 이라면, 동덕여대 사태도 ‘교육 현장을 파괴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일갈해 줘야 형평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선토론회에서 동덕여대 시위를 ‘폭력사태’라 주장하며 ‘사회질서 유지’ 문제를 꺼내든 이준석 의원에게 동의를 표하면서 말입니다.
‘이준석 동덕여대 발언’ 기사, SNS 출처 56%
언론의 ‘이준석 발언 받아쓰기’ 행태는 빅카인즈 연관어 분석 결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키워드 ‘동덕여대 이준석’으로 검색된 기사 171건을 대상으로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시각화한 빅카인즈 워드클라우드를 보면 ‘서부지법 폭동’, ‘SNS’, ‘페이스북’이 두드러집니다. 빅카인즈 그래프에서도 ‘서부지법 폭동’, ‘SNS’, ‘페이스북’이 전체 키워드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언론이 동덕여대 시위와 관련된 이준석 의원 보도를 할 때 이준석 의원 페이스북 등 SNS에서 나온 자극적 발언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분석보도 연관성 : 가중치와 키워드 빈도수 등이 반영됨.
△ ‘동덕여대 이준석’으로 검색한 기사를 분석한 빅카인즈 워드클라우드(2024/11/7~2025/6/2) ⓒ빅카인즈
△ ‘동덕여대 이준석’으로 검색한 기사를 분석한 빅카인즈 그래프(2024/11/7~2025/6/2) ⓒ빅카인즈
실제 기사 분석 결과 역시 동일합니다. ‘동덕여대 이준석’ 키워드 기사 총 171건의 출처를 살펴본 결과, 이준석 의원 SNS 글을 인용한 기사는 96건으로 56%에 달했습니다. 대선토론회, 언론 인터뷰 등 SNS 외 출처를 인용한 기사는 기타로 분류했고, 발언을 인용하지 않은 기사는 ‘인용 안함’으로 분류했습니다. 매일신문 <이준석 “민주당에게 서부지법 폭동은 나쁜 폭력, 동덕여대 폭동은 착한 폭력?”>(2월 4일 황희진 기자)은 이준석 의원 SNS 글을 그대로 기사화했는데요. 검증되지 않은 개인 SNS을 무분별하게 기사화하는 것은 허위정보나 왜곡된 주장을 확산할 우려가 있습니다.
△ ‘동덕여대 이준석’ 키워드 기사 출처 분석(2024/11/7~2025/6/2)
이준석 발언 자양분 삼아 정치공방 몰아가기
이준석 의원의 동덕여대 시위 관련 발언을 정치공방으로 전하는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준석 의원이 2024년 11월 14일 동덕여대 시위을 ‘비문명’이라 하자,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11월 16일 “여대의 기습 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비문명인지, 칠불사 홍매화가 비문명인지”라고 일갈했습니다. 당시는 김건희의 공천개입 폭로를 조건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타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칠불사 회동’을 비롯해 이준석 의원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 잇따라 나오던 시기입니다.
매일경제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이준석 “비문명”···장혜영 “홍매화보다 비문명인가”>(2024년 11월 18일 김현정 기자), 문화일보 <동덕여대 사태에 이준석 “비문명” 일갈>(2024년 11월 18일 임정환 기자) 등 언론은 ‘이준석 대 장혜영’ 구도의 정치공방에 집중했습니다.
올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5일 “서부지법 폭동은 목적도, 방식도 모두 비이성적이고 반헌법적이었기 때문에 폭동으로 규정하는 것”,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 목적은 공학전환에 대한 반대의견을 학교 당국에 전달하기 위함”이라며 이준석 의원이 동덕여대 시위를 서부지법 폭동에 빗댄 것을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언론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준석 “동덕여대 사태, 서부지법 폭동 같다”…고민정 “혐오·갈라치기”>(2월 6일 김성욱 기자), 한국경제 <고민정 “동덕여대, 폭동 아냐” vs 이준석 “그럼 뭔가” 설전>(2월 5일 홍민성 기자) 등 정치공방으로 다뤘습니다. 이런 보도방식 역시 맥락을 무시한 채 자극적 표현으로 혐오 정서를 확대해온 이준석 의원 발언을 재생산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준석 키워주는 ‘받아쓰기’ 멈춰야
프레시안 <이준석, 또 ‘안티페미’ 찾기…동덕여대에 “비문명 래디컬 페미니즘”>(11월 15일 한예섭 기자)은 “(이준석 의원은) 동덕여대 시위를 두고, 학교 측의 소통 부재 등 맥락에 대한 언급 없이 물리 충돌 사태에만 관점을 맞춰 비난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동덕여대 시위’로 옮겨간 이준석 혐오 정치와 ‘받아쓰기’ 언론>(2월 11일 윤유경 기자)도 “이 의원의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혐오 발언은 그가 지속해 온 소수자 혐오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며 “장애인,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본인의 정치적 세력 결집을 위해 이용해왔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정치인의 직접적인 혐오 발언은 일반 시민들의 혐오를 증폭시킨다”면서 “이 의원의 혐오를 그대로 받아쓰며 중계자 역할을 자처한 언론보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 3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과 비하를 담은 성폭력 발언으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고, 그의 국회의원직 제명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은 60만 명을 넘겼습니다. 이준석 의원에게 꾸준히 마이크를 내어준 언론, 그 자체가 ‘이준석 키우기’가 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 모니터 대상
2024년 11월 7일~2025년 6월 2일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동덕여대 이준석’으로 검색한 기사 전체
※ 빅카인즈 뉴스 제공 104개 언론사 :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투데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대한경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메트로경제, 브릿지경제,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신문,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남일보, 경북도민일보, 경북매일신문, 경북일보, 경상일보, 경인일보, 광남일보, 광주매일신문, 광주일보, 국제신문, 금강일보, 기호일보, 남도일보, 대구신문, 대구일보, 대전일보, 동양일보, 매일신문, 무등일보, 부산일보, 새전북신문, 영남일보, 울산매일, 울산신문, 인천일보, 전남일보, 전라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제민일보, 제주일보, 중도일보, 중부매일, 중부일보, 충북일보, 충청일보, 충청타임즈, 충청투데이, 한라일보, 당진시대, 설악신문, 영주시민신문, 평택시민신문, 홍성신문, KBS, MBC, OBS, SBS, YTN, 기자협회보, 디지털타임스, 미디어오늘, 소년한국일보, 시사IN, 일요신문, 전자신문, 주간한국, 한겨레21, 환경일보,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한국, EBN, PD-저널, 노컷뉴스, 뉴스펭귄, 뉴스핌, 데일리안, 브레이크뉴스, 비즈워치, 쿠키뉴스, 프레시안, 헬로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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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고서 1편 : <이준석 ‘전장연 이동권 시위’ 혐오발언, SNS 받아쓰기 35%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