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함께하는 시민사회]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등록 2015.09.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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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민사회]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권력의 전교조 탄압, 변치 않는 초심이 두려운 것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민주주의의 위기에 호곡한다
2011년 2월 원세훈 국정원장이 ‘전교조 불법화’를 지시한 이래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원, 고용노동부, 교육부, 헌법재판소,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민주사회의 상식을 내던져 부패 권력에 부역하는데 행정부와 사법부가 따로 없다. 사법부는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합헌’과 ‘합법’의 모양새를 갖추어줌으로써 권력의 시녀를 자처했다.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일궈온 전교조 교사들은 호곡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주성을 내세워 자주성을 짓누르는 부조리에 분노
참교육의 최전선에서 헌신한 교사들을 해고시킨 정부는 우리 손으로 규약을 개정해 해직 교사들을 조합 밖으로 내치라며 노동조합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18일 조합원 총투표로 이를 거부했고, 고용노동부는 6일 후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법적 다툼 과정에서 합법노조 지위를 회복했지만, 전교조 창립 26주년 기념일인 올 5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문제의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고, 대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6월 2일 고법의 효력정지결정을 파기, 환송함으로써 전교조를 다시 법 밖으로 내몰고 말았다.

 

낡아빠진 교원노조법 2조와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자주성’을 내세워 ‘자주성’을 침해하는 해괴한 부조리극에 동원된 소품일 뿐이다. 자주성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 존재 자체를 아예 부정해버리는 야만의 세력은, 법은 법이니 금 밟으면 무조건 아웃이라는 살벌한 규칙을 강제한다. 악법도 법이면 독약도 약인가? 시대를 거스르는 악법은 고쳐져야 마땅한 것이다. 

 

  저들은 우리 규약 한 줄 고쳐 법 안에서 살 길을 찾으라 한다. 참교육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연하게 굽히라는 훈수도 둔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기본을 포기하여 노동조합의 지위를 유지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


우리의 변치 않는 ‘초심’이 두려운 것 아닌가?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일각의 ‘훈계’에 답한다. 간교한 선전선동을 걷어치워라.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요구는 초심을 잃었음을 전제하는 바, 무엇이 초심이었는지부터 따져보자. 전교조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산물이며, 참된 교육과 노동의 인간화에 대한 열망은 자주적인 교사 노동조합 운동으로 발전했다. 전교조의 초심이란 ‘혼자 잘 가르치고 법 안에서 소박하게 실천하기’ 수준이 아니었으며, 악법이라는 장벽은 처음부터 투쟁으로 극복할 과제였다. 참교육은 ‘교실 안 실천’만이 아니라 민주화와 인간화를 가로막는 제도에 저항하는 ‘교실 밖 투쟁’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10년 뒤 역사는 전교조를 법 안으로 불러왔지만, 침묵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회 전 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는 경쟁과 효율 중심의 경제논리를 교육에 강요하여 일제고사, 특권학교, 성과급, 교원평가와 같은 반교육 정책들을 양산했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교육을 추구하는 전교조로서는 정책 집행자인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이 당연했다. 이를 두고 ‘과격하고’ ‘이기적인’ ‘정치세력’으로 변질되었다고 비난하여 전교조 탄압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게 ‘전교조 초심론’의 본질이다. 하지만 부패한 반민주 권력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좀처럼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전교조의 불변의 ‘초심’이다.

 

참교육은 시민들의 것, 전교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창립 26주년을 맞은 전교조는 생일 잔칫상에 재를 뿌린 권력의 횡포에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집요한 거짓 선전과 탄압을 거뜬히 견뎌 온 역사성으로 자신을 다독이고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고자 한다. 잔인한 입시서열화경쟁교육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해방시켜 누구나 존중받는 행복한 교육, 학생과 교사의 웃음이 넘치는 학교를 이룩하기 위해 뚜벅뚜벅 걷고 또 걷겠다.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노동자 권리를 진전시키는 사회적 과업 앞에서 행동에 주저하지 않겠다. 우리는 지금껏 그랬듯이 초심을 지켜, 가르치며 투쟁하고 투쟁하며 가르칠 것이다.

 

머슴은 주인이 되라고 가르칠 수 없다. 교사도 노동자이며 시민이다. 우리는 관련 법 개정과 악법 철폐를 통해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회복함은 물론 온전한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이 되라고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로 도약하려 한다.
참교육은 전교조만의 것이 아니라 정의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시민들이 함께 일군 것이니, 전교조를 지켜내고 참교육을 활짝 꽃피우려면 뜨거운 연대의 기운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려는 우리의 몸부림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