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박미영·조성호 회원

[2025년 여름호][회원인터뷰] 오월광주가 내란을 막았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등록 2025.07.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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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월이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광주로 향한다. 1980년 신군부의 총칼 앞에서도 온 몸을 던져 민주주의를 지켜낸 오월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권의 내란에 맞선 시민들의 광장투쟁으로 2025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올해는 특별히 언론계 합동 광주순례로 진행됐다.

박미영·조성호 회원도 2025년 광주순례에 함께했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의 뜨거운 열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조직된 힘과 행동이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양분임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탄핵 광장으로 이어진 오월정신,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언론개혁 과제, 민언련에 대한 기대까지 신입회원 두 분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인터뷰는 원혜인 활동가가 맡았다.

 

 

‘신입회원’ 두 분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조성호 회원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5개 현업단체뿐 아니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10개 언론‧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조직입니다. 물론 민언련도 함께하고 있고요.

 

박미영 회원 대학 졸업 후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며 가정생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민언련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박미영 노무현재단 후원회원입니다.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민언련 행사를 보고 참석했다가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후 활동가분에게 프로그램 참여 권유 전화를 받았는데요. 2024년 봄, 총선을 앞두고 열린 ‘회원의 날’에 참여하면서 민언련 사무실도 방문하고 민언련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조성호 민언련 가입은 최근 일이지만, 민언련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결성 당시부터 언론활동을 함께하며 연대해 왔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단체에도 민언련 회원들이 많은데, 민언련은 가족처럼 생각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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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민언련 광주순례에 참여한 조성호 회원

 

오월정신, 2025년 탄핵광장으로 이어지다

 

올해 언론계 합동 광주순례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조성호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현직 기자로 10일 동안 광주에 내려가 취재했고, 그 인연으로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지지난해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민언련 광주순례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올해는 특히 12·3 계엄 당시 여의도에서 시민이 군대에 저항하는 모습이 5·18 금남로 모습과 겹쳐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군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려 했는데, 시민이 나서 총구를 막아서며 항의하고 군 차량을 밀어냈어요. 1980년 당시엔 광주 금남로에 공수부대가 밀고 들어왔고, 시민들이 힘을 모아 저항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오월정신이 현재로 이어져 12·3 계엄을 막아냈다고 봅니다. 정의로운 오월정신은 살아있습니다.

 

원혜인 활동가 광주순례 때마다 우리가 정말 광주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데요. 이번에 어떠셨는지요.

 

박미영 어릴 때 광주 친척 집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성인이 되고는 지나가는 길에만 들렀지 광주를 제대로 찾은 적이 없습니다. 5·18에 대한 마음의 빚에 슬픔까지 겹쳐 방문하지 못했어요. 이번에 광주순례를 함께 가자는 민언련 안내문자를 받고는 용기를 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한강 작가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방문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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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언론계 합동 광주순례에 참여한 박미영 회원

 

광주순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박미영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를 즐기던 광주 시민들의 당당하고 희망찬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희생자들이 억울한 피해자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승리를 축하하며 활기차게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광주가 피해자의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막연히 젊은 세대가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다고 여겼는데,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많은 청년을 보면서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조성호 5·18 전야제를 위해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을 보며 1980년 5·18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시민들의 처절한 절규가 지금은 우렁찬 군중의 함성으로 바뀌었는데요. 이전 5·18 행사는 다소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였다면, 올해 45주년 행사는 축제 같아 좋았습니다. 12·3 내란을 시민의 힘으로 물리친 것에 대한 자부심 때문 아닐까요.

 

원혜인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이겨낸 뒤라서 그런지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시간만 넉넉하면 전야제를 좀 더 보고 싶었는데요. 금남로에서도 깃발을 든 시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민언련도 윤석열 파면 촉구집회마다 깃발을 들었는데, 그때 만난 깃발들을 이번에 금남로에서도 봤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펄럭였던 깃발들이 광주로 내려온 것을 보며 연대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 날이었어요.


‘작은 힘’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이루다

 

비상계엄 선포 후 6개월 만에 조기 대선이 치러졌는데 소회가 어떤가요?

 

박미영 선거일 밤, 새 대통령에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결과를 보고 잠들었습니다. 예상보다 승리 폭이 작아 조금 아쉽습니다.

 

조성호 선거일 당일 편히 잠들기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민주정부가 다시 들어서게 됐습니다만, 내란으로 자칫하면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독재 체제가 도래할 뻔한 상황에서 시민의 힘으로 잘 버텨냈어요. 이번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 표어가 ‘새 세상을 여는 민주주의 대축제'이던데, 대선 결과를 보면서 그 의미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란정국이 오래 이어졌는데 어떻게 보내셨나요?

 

조성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에 민언련과 언론노조가 핵심단체로 헌신적인 투쟁에 나서고 있는데요.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으로 언론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이나 집회에 참석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박미영 12월에는 매일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에서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마음이 편했어요. 연초에는 가족 일로 미국에 한 달간 머물게 됐는데, 매일 국내 뉴스를 찾아봤습니다. 돌아와서는 내란 주동자들이 풀려나는 모습에 무기력함과 분노를 느꼈고 불면의 밤이 많았습니다.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힘들었는데,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와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보며 때론 분노하고 때론 낙담하면서 사색의 6개월을 보냈죠.

 

원혜인 제 주변에도 부정선거론이나 중국공작설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벽을 두고 대화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가 진행되지 않으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소통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조성호 계속 대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의 극우보수 성향을 가진 이들을 보며 절망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이지 말고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배우라“고 조언합니다. 덧붙여 인터넷과 SNS의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심화시키다 보니 ‘대화의 광장’을 깨뜨리는 것 같아 우려되는데요. 동질적인 정보에 갇혀 사고가 폐쇄되고 종합적인 분석능력이 저하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박미영 제 주변은 대부분 보수성향인데, 정치에 관심 없는 중도성향 지인조차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보수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제게 왜 진보를 지지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정의로운 세상을 바라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보주의자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불법적이고 부당한 일들이 이어지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지인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하는 이들도 생겼습니다.

 

원혜인 민주주의가 굉장히 튼튼한 줄 알았는데, 대통령 한 번 잘못 뽑으니 금세 무너져 버렸어요.

 

박미영 투표결과를 보면, 여전히 40% 이상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건강하고 바른 세상을 바라는 중도층 시민들의 힘은 여전히 크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거대한 혁명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닫고 변화해가며 그렇게 모인 작은 힘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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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드시 방송3법 개정되어야

 

새 정부에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언론개혁은?

 

조성호 방송의 독립성 강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요. 방송 종사자, 전문가, 시민언론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진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방송3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자정작용이 일부 일어나긴 했지만, 처벌이 따르지 않으니 언론이 보도준칙이 있어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방송은 독립적인 구조를 제도적으로 갖추고, 신문은 보도원칙을 지키고 이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합니다. 언론이 도덕적으로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원혜인 민언련도 대선 미디어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 방송3법 개정을 핵심과제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진상규명과 함께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송3법 개정이 조속히 추진되면 좋겠어요.

 

박미영 윤석열 정부는 노골적으로 언론을 탄압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도 암묵적으로 정권 친화적인 언론을 지원하거나 인사에 활용하는 행태가 있었는데, 이제는 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언론자유를 보장해 기자들이 자기검열 없이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는 보도를 하면 좋겠습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악의적 보도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언론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멋지게 기사를 쓰는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랍니다.

 

원혜인 권력도 부당하게 언론을 핍박하지 않고, 언론도 정론직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박미영 요즘은 기자라고 하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지만, 예전에는 누구나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진짜 멋있는 직업이었죠. 현직에 있는 기자들이 사명감을 가진 기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성호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다'라는 말처럼, 언론자유는 언론의 근간입니다. 언론이 바른 소리를 했다면 윤석열과 같은 괴물 정권과 반민주적인 작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언론인들이 금언(金言)을 마음에 새겨 정의로운 길을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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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봄은 왔고, 우리는 이겼다

 

민언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미영 활동가분들이 회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전화나 문자를 꾸준히 보내주는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광주순례 같은 행사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언론의 중요성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SNS를 통해 언론문제를 알리는 홍보나 캠페인도 적극 펼치면 좋겠고요. 팬덤 문화처럼 시민이 정치에 재미있게 참여하고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시민교육이나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성호 선거에서도 드러난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토론회를 해보면 좋겠어요. 이번 대선을 보면 이전과 달리 60대와 70대의 지지층이 분화됐는데요. 50대 진보세력이 세월이 흘러도 성향을 유지한 채 60대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젊은 남성의 보수화는 더욱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데요. 정권교체가 되었다고 이들의 인식과 태도가 저절로 바뀔 것 같지는 않고, 어떻게 설득하고 개선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언론 감시와 미디어 교육을 꾸준히 해온 민언련에서 먼저 나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박미영 사회적으로 갈라치기가 왜 이렇게 심해졌는지, 남성들이 힘든 원인이 여성 때문이 아닌데도 자꾸 공격하는 방식으로 왜곡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언론이 이러한 분열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교제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자 대 여자로 갈라서 볼 것이 아니라 폭력 자체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 보도가 사회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성별 대결 구도로 갈라치기 보도를 하는 행태가 안타깝습니다.

 

2024년 겨울과 2025년 봄을 ‘나만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박미영 그럼에도 봄은 왔고, 우리는 이겼다.

 

조성호 사회민주화는 언론민주화로부터, 언론민주화는 나자신으로부터.

 

올해 개인적 소망이 있다면?

 

박미영 내년에 60세가 되는데요. 나이가 많다고 경륜이 저절로 쌓이고 다 아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아직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데,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조성호 언론계 전체의 소망이기도 한데,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방송 독립의 틀이 만들어지는 ‘방송3법 연내 통과’가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인터뷰 원혜인 활동가

정리 서혜경 활동가

사진 서혜경·원혜인 활동가

 

🔻날자꾸나 민언련 2025년 여름호(통권 231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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