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오산 기지 앞 아파트에 고정간첩이 있다”
등록 2018.11.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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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북한의 비밀 미사일 기지가 확인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를 뉴욕타임즈가 ‘북한의 기만전술’로 보도했습니다. 미 양국 정부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한국의 보수언론은 이를 일제히 받아쓰며 ‘김정은의 사기극’이라는 프레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TV조선에서는 ‘오산 아파트에 간첩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TV조선 “오산 기지 앞 아파트에 고정간첩이 있다”
14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전체회의에서 ‘삭간몰 미사일 기지’가 “이미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통상적 활동”이라는 국정원 입장을 확인함과 동시에,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속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작업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1/15)는 비판적 시각을 보였습니다. 특히 종편에서 ‘북한 전문가’로 매번 출연하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삭간몰 기지를 한미 정보 당국이 오래 전부터 추적해왔다”는 한미 양국 정부의 입장을 수긍하면서도 “오래전부터 탐사해 왔죠. 문제는 그것이 실시간 탐지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삭간몰 들여다 본다 하더라도 한 3, 4분 이상은 볼 수 없죠. 그거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라며 기술적 한계에 따른 실시간 감시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합리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이는 ‘황당 발언’을 위한 포석일 뿐이었습니다. 신인균 씨는 느닷없이 ‘간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황당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북한도 미국의 위성이 언제 지나간다, 다 알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지나가면 바로 나오고, 북한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래서 미국이 U-2 정찰기를 띄워서 고고도에서 또 다시 보는 겁니다. 우리도 여러 가지 정찰 자산들이 있어서 그걸 보는 것이죠. 그러면 U-2 정찰기가 (북한의)레이더에 탐지가 되면 ‘삭간몰 기지를 보고 있겠구나’라고 북한이 판단한다든지 만약에 (북한의)레이더에 안 보이면 거기 우리 오산기지 앞에 아마 북한의 고정간첩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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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기지 앞 아파트에 간첩이 있다’는 TV조선 신인균 씨

 

갑자기 튀어나온 ‘오산 기지 앞 북한 고정간첩’에 시청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요컨대 북한 군사활동을 감시 중인 한미 양국의 정찰기를 북한이 레이더를 통해 감지할 수 없더라도 북한은 오산 미군기지 앞에 고정간첩을 배치해 한미 양국 군의 동향을 파악한다는 겁니다. 


이 주장이 얼마나 황당했던지, 김광일 앵커는 “조금 전에 말씀 중에 오산기지에 북한 간첩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떤 간접적인 증거라도 있으신 말씀이신지요?”라며 정중하게 근거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신 씨는 헛웃음과 함께 “간접적인 증거는 없고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신 씨의 설명은 가관입니다.

 

"오산기지 활주로 바로 옆에 아파트들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북한이 바보가 아니라면 거기 뭐 몇 억 원만 주면 아파트 살 수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매일 창문만 열고 쳐다만 보고 있어도 어떤 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당연히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황당 주장에 자신있게 “근거는 없다”…한심한 방송
신인균 씨의 주장을 종합해보자면 ‘북한이 레이더로도 인지할 수 없는 한미 군사 활동을 탐지하기 위해 몇 억 원을 주고 오산 기지 앞 아파트를 구매해 고정간첩을 배치했다’는 겁니다. 대체 북한이 어떤 경로로 ‘오산기지 앞 아파트’를 구매했는지, 구매했다는 근거가 있는지, 오산 기지에 간첩이 있다는 다른 근거가 있는지, 전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상식적인 판단’이라는 자신만의 ‘주관적 추정’을 강조했죠. 시청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황당한 주장이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인 망상이라는 것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TV조선의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의 ‘막가파 카더라’는 시청자에 잘못된 정보를 주입할 뿐 아니라, 오산 지역 주민들에게 근거 없는 공포심을 심어줍니다. 군사 독재 시절 체제를 유지하는 데 악용됐던 ‘공안 정국’이 바로 그런 ‘공포 정치’에서 비롯됐죠. TV조선은 아직도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겁니다. 특히 북한 관련 이슈에서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신인균 씨는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어떤 새로운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적인 근거가 필요하고 그것이 아주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신 씨는 바로 전날(14일) 채널A <뉴스TOP10>에서는 ‘우리 군이 주적을 일본으로 바꿨다’는 망발을 내뱉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방송사를 넘나들며 여론을 호도하는 겁니다. TV조선과 채널A가 언론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런 ‘막말 패널’을 더 이상 출연시켜서는 안 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신통방통>(11/15)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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