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심의위 '남북정상회담 보도 가이드라인', 긁어 부스럼이다
등록 2018.04.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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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과열 취재경쟁으로 인한 방송사의 오보를 우려한다며 취재·보도 시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더불어 방송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특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고지했다.

방통심의위는 취재·보도 시의 유의사항을 발표하며 객관성, 출처명시, 오보정정 등과 관련한 방송심의규정을 적시하고 그에 따른 취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객관성 심의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국가기관의 공식발표를 토대로 보도하는 게 바람직’하며, 방송사에서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경우에도 △확인되지 않은 취재원의 발언이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이를 근거로 추측보도를 해선 안 되며 △하나의 출처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고, 제3자 제공 자료를 바탕으로 방송하는 경우 정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사실 이는 저널리즘의 기본에 속하는 내용이자 언론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다. 그러나 ‘사후’ 심의 기관인 방통심의위에서 취재와 보도의 방법을 하나하나 적시한 후 방송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특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건 다른 문제다. 방통심의위는 방송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제재를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관에서 심의규정에서 적시하고 있는 내용 이상의 취재와 보도의 방법을 제시하고 엄격하게 심의하겠다고 밝히는 건 자칫 압박으로 보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방송 보도에서 담아야 하는 다양한 관점과 가치들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송출된 방송을 ‘사후’에 심의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사후 심의도 제대로 하지 못해 솜방망이, 편파 심의라는 지적을 받아오던 방통심의위가 느닷없이 ‘사전’ 유의 사항을 밝히며 언론 보도에 ‘사전’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백보 양보해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보도를 기대하는 선의로 이해하려 하더라도, 이번 경우는 ‘긁어 부스럼’에 가깝다.

 

제4기 방통심의위의 주요 과제는 적폐 정권 9년 동안 누적한 정치 심의 기관의 오명을 벗는 데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다. 우리 헌법이 왜 사전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지, 방통심의위의 법적 위상을 왜 국가기관이 아니라 민간 독립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는지 숙고하라. 스스로에게 주어진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 번 성찰하고 제 역할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끝>

 

4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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