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는 SBS태영방송이 아니다
등록 2019.04.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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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특히 공공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은 소유 형태를 떠나 공공재, 공익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사인이 소유한 민영 지상파 방송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성권 독립은 특히 더 중요하다. 대주주인 사인의 이해가 경영과 편성에 반영될 때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 편성 독립의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고, 방송서비스의 목적 또한 시청자를 위한 고품질의 콘텐츠 제공이 아닌 대주주의 이익 추구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민영 지상파 방송인 SBS가 대주주인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으로 인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 대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에 또 다시 직면하고 있다. KBS, MBC와 함께 방송 공공성의 가치를 떠받치는 주요한 축인 SBS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사익 추구 앞에서 방송 정상화에 대한 촛불 시민과 SBS 구성원들의 염원이 짓밟히는 현실이다.

 

‘소유-경영 분리’ 원칙 번번이 파기한 대주주

SBS는 지상파 방송 정상화 과정 속 가장 먼저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실제로 SBS 노사와 대주주는 2017년 10월 13일 유의미한 합의를 이뤄냈는데, 바로 방송사 최초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과 SBS 수익구조 정상화다. 사장 임명동의제를 통해 국정농단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가능케 했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SBS에서 낸 수익은 방송 제작에 투여해 고품질의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합의였다.

합의 이행을 위해 SBS 노사와 대주주는 지난 2월 20일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SBS 중심의 콘텐츠 생산 유통 체계를 완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이 지분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SBS의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는 SBS미디어그룹 콘텐츠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SBS콘텐츠허브 보유주식 전부(64.96%)를 SBS에 매각했다.

그러나 언론노조 SBS본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이사회에서 최상재 전 SBS 전략기획실장은 SBS가 미디어홀딩스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당일 콘텐츠허브가 이사회를 열어 SBS를 배제한 5인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윤석민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후 최상재 전 실장의 문제제기로 SBS 인사 일부가 콘텐츠허브 이사진에 포함됐지만,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이사 과반을 윤석민 회장 측근들이 차지해 SBS는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게 언론노조 SBS본부의 설명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윤석민 회장은 미디어홀딩스 보유 콘텐츠허브 주식을 SBS에 매각해 SBS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동시에 측근들로 채운 콘텐츠허브 이사회를 통해 사실상 SBS가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 언론노조 SBS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콘텐츠허브가 윤세영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의 부인이 대표인 ‘뮤진트리’라는 곳에 13년 간 일감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콘텐츠허브와의 독점 수의 계약을 통해 뮤진트리가 2014년 전체 매출의 85%, 2015년엔 65%, 2016년 87%를 벌어들인 사실이 콘텐츠허브 특별 감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는 한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SBS본부는 “2005년부터 시작된 수의 계약과 부당지원으로 적어도 200억원대 안팎의 SBS 콘텐츠 수익이 이재규 부회장 가족회사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민영방송 ‘독립경영’ 주요하게 평가해야

일련의 상황을 종합할 때 우리는 윤석민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에겐 2017년 10월 13일과 지난 2월 20일 구성원들과 합의하고 시청자 앞에 약속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킬 의사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약속은 SBS 내에서 여러 차례 반복됐다. 그만큼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2004년 SBS 재허가 취소 위기 상황에서도 윤세영 당시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약속했고,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09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보도를 윤세영 회장이 막았다는 ‘보도지침’ 논란이 불거진 2017년 당시에도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부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하며 물러났다. 이 선언의 이행을 위해 10·13 합의와 2·20 합의가 나왔지만, 여전히 대주주 일가에 의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사익을 위해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 SBS를 ‘SBS태영방송’으로 운영하고픈 욕망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윤석민 회장이 지금이라도 소유-경영 분리 원칙과 독립 경영 약속 파기 행위에 대해 SBS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더 이상 원칙을 흔들지 않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과 함께 구성원들과 방지 대책을 세우길 요구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도 당부한다. SBS 대주주 일가가 SBS의 이익을 편취해 SBS의 수익이 시청자를 위한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방송 프로그램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 광고·협찬주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콘텐츠로 대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프로그램 제작이 우선하는 상업주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SBS를 비롯한 민영 방송사들이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온전하게 세우지 못할 때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위협받고 시청권 훼손 또한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독립 경영을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끝>

 

4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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