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문제 보도’ 시상은 셀프 면죄부이자 오보 논란 물타기

한국경제와 뉴스1은 부적절한 ‘사내 기자상’ 선정을 취소하라
등록 2020.08.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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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뉴스1은 부적절한 ‘사내 기자상’ 선정을 취소하라

‘문제 보도’ 시상은 셀프 면죄부이자 오보 논란 물타기

 

최근 한국경제와 뉴스1이 “사회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의 화두를 던졌다”는 이유로 오보 및 왜곡보도 논란을 일으킨 기사에 잇따라 사내 기자상을 수여했다. 한국경제는 7월 30일 <단독/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5월 11일)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했고, 뉴스1은 <“알바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공항 정규직전환, 힘빠지는 취준생>(6월 23일)에 ‘이달의 기자상 최우수상’을 줬다. 한국경제 보도는 7월 9일 해당 기자 출신의 중앙대언론동문회가 주는 ‘의혈언론인상’도 받았다.

 

두 기사 모두 사실과 다른 보도로 오보 및 왜곡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경제는 ‘정의기억연대가 하룻밤에 3,300여만 원을 술집에서 사용했다’고 보도했지만, 시민사회단체 회계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쓴 오보였다. 이후 국세청 공시시스템에 입력하는 ‘대표지급처’를 오독하여 시민사회단체 회계부정을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왜곡보도의 출발이 된 오보에 “시민단체 회계시스템의 부실문제를 제기한 기사”라며 내부 시상을 하다니,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라면 사실을 왜곡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 보도 직후 정의기억연대가 곧바로 “3,300만 원은 지출총액이고 지출금액이 가장 큰 곳을 대표지급처로 입력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사 수정이나 사과 표시는 없었다. 7월 30일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하기까지 두 달 넘도록 한국경제는 오보에 대해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정정·반론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결정이 나온 뒤에야 실렸다. 이달의 기자상을 선정한 다음 날이었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비판을 받은 뉴스1도 마찬가지다. 채용과정, 급여 등 허위정보가 담긴 메신저 단체대화방 메시지를 기사화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한번만 문의했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가짜뉴스’였다. 간단한 사실검증도 거치지 않은 보도로 취업준비생과 청년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세대와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한 기사에 대해 뉴스1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장에 일조했다”고 평가하며 최우수상을 줬다.

 

아무리 중요한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뜻있는 논의의 장을 연 기사라고 하더라도 사실에 충실한 정확성이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와 뉴스1이 기자상으로 선정한 보도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언론보도의 중요한 가치인 공익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경제의 ‘결정적’ 오보는 시민사회가 공익법인 회계시스템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하게 방해했고, 뉴스1의 ‘성급한’ 오보는 우리 사회 불안정한 고용환경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의 문제를 돌아볼 기회를 빼앗았다.

 

한국경제와 뉴스1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보도에 사내 기자상을 수여한 것은 ‘셀프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 사과는커녕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듯 상을 줌으로써 오보 논란을 물타기 하고,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론사들이 문제보도를 시상하여 치하하거나 반성 없이 넘어가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쓰거나 취재과정에서 흠결이 있더라도 화제를 일으킨 기사라면 상관없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다.

 

언론 내부의 자화자찬 식 평가시스템은 기자들이 사회 이슈가 생기면 무작정 쓰고 보자는 ‘아니면 말고 식’ 보도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논란거리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을 조장할 뿐이다. 취재윤리를 저버린 ‘도둑취재’, ‘협박취재’ 등의 위법행위가 되풀이되는 이유 역시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다.

 

언론이 오보나 왜곡보도를 했더라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와 뉴스1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할 기회마저 버렸다. 명백히 잘못하고도 비상식적인 시상으로 허물을 감싸는 언론사를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와 뉴스1은 언론 전반의 신뢰까지 갉아 먹은 부적절한 시상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이 지켜야 할 저널리즘의 가치와 원칙을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그것이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는 길이다.

 

2020년 8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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