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공적 책무’ 강화, ‘폴리널리스트’ 방지책부터 마련하라
등록 2021.07.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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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는 6월 30일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공정‧신뢰의 저널리즘 구현을 포함한 공적 책무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사회 의결을 앞둔 시점에 KBS 현직 기자가 정치권으로 직행하며 부적절 논란을 낳고 있다. 과연 KBS와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공적 책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김기흥 전 KBS 기자는 6월 25일 사표를 내고 6월 28일 오전 면직 처리되자 이날 오후 윤석열 대선캠프에 부대변인으로 합류했다. 김 전 기자는 2003년 KBS에 입사해 정치부, 사회부 등을 거쳐 ‘일요 뉴스타임’ 앵커로도 활동했다. 최근 1년 넘게 경인취재센터에서 일해 ‘정치관련 취재·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KBS 윤리강령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공영방송 저널리즘 구현에 앞장서야 할 기자로서 본분을 잊은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KBS 기자, 앵커 등이 정치권으로 직행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KBS 뉴스9 앵커 출신 민경욱 전 국회의원은 2014년 2월 5일 KBS 보도국 아침 회의에 참석하고서 그날 오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나타나는 묘기 수준의 변신을 보여준 바 있다. 선거 시기만 되면 봇물을 이루는 전·현직 언론인 정계 직행 문제는 언론 전반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다른 언론사보다 더 높은 윤리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KBS 출신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이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행은 아니더라도 KBS에서 쌓은 경력과 위상을 발판으로 정계로 진출해 이른바 ‘폴리널리스트’ 논란을 낳은 인물은 부지기수다.

 

주요 선거마다 KBS는 언론인 출신 정계 진출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스스로 후보로 출마한 사례뿐 아니라 선거캠프 영입에서도 줄곧 우선순위를 기록했다. 고민정, 김병호, 류근찬, 박선규, 박성범, 박용호, 박찬숙, 안형환, 이계진, 이규택, 이윤성, 전여옥, 정필모 등 KBS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 중엔 앵커나 아나운서 등 진행자 출신이 유독 많다. 이밖에 낙선하거나 청와대에서 나온 후에도 종편채널 등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및 토론자로 맹활약하는 KBS 출신도 여럿이다.

 

우리는 권력 줄서기로 비치는 무절제한 전·현직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권언유착 우려와 함께 언론 공신력을 무너뜨린 주범이 되었으니 언론계 스스로 구체적 대안 마련에 나서줄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 다행히 KBS는 2003년 ‘직무 후 6개월 내 정치활동 금지’ 등을 포함한 윤리강령을 노사 합의로 제정해 실시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김기흥 전 기자를 비롯한 여러 사례에서 보듯, 기존 윤리강령으로는 권언유착의 고질적 병폐를 끊어내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다.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를 들지 않더라도 언론인 출신의 정계 진출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다만, KBS가 수신료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 신뢰를 얻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면 관행화된 ‘폴리널리스트’ 논란을 멈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수신료 조정 역시 국민이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무 구현이 KBS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성찰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KBS는 자사 출신 정치활동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21년 7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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